재미있게 있고 있는 4권 첫 페이지를 넘기자 아쉬움이 든다. 600여 페이지에 가까운 책이 '두툼하다' 보다 '이것 밖에 남지 않았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여곡절을 겪으며 삶을 이어가는 황재화, 이 꽃에 부나방처럼 모여든 우선, 왕온, 이서백의 이야기, 이 이야기를 둘러싼 다양한 추리 소설적 에피소드, 이 에피소드를 관통하는 권력의 잔혹함이 아주 잘 그려져있다. 이런 다층적 구조가 호기심을 이어가는 힘이되고, 세세하고 과장되지 않은 디테일이 흥미를 유지하는 힘이다.
1편부터 왕 황후의 여인승리를 보여주었다. 목표를 향한 연인의 절취부심이 현실에서 가동되면 무섭다. 운소육녀의 이야기도 예인의 모습과 달리 다들 보통 사람들이 아니다. 그러나 갑 오브 갑은 양숭고이자 황재하다. 신분으로도 남자인적이 없는 여인.
기왕은 황재하를 마음에 품고, 황재하는 우선을 품고, 이 사이에서 얽힌 왕온의 치열한 투쟁은 우선이 죽고, 왕온과 기왕은 서로의 목숨을 경각까지 몰아붙인다. 그리고 정치적 목적을 위해서 또 태연하게 타엽하기도 한다. 이런 이성적인것처럼 보이는 행동이 대단해 보이지만, 황재하의 입장에서보면 둘다 바보아닌가? 경국지색은 미모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황재하는 그 사이를 아주 교묘정치하게 기준을 살짝살짝 넘으면 걸어간다. 그 선을 넘지 못하는 왕온과 기왕만이 그녀의 발걸음에 따라 심장이 벌떡거릴 뿐이다. 상황이 변하면 판단이 변하기도 하지만 자신의 마음을 지키고 살아가는 셈이다.
잠시 등장했던 왕공공을 통해서 이 전체 이야기를 포괄하는 배경이 더욱 재미있어 진다. 불손하게 그 거대한 힘에 대한 이야기를 언급하지 않는다. 작가도 그 거대한 힘에 대한 고려를 철저하게 한다. 그럴것 같다고 독자도 추정하지만, 언급도 되지 않을 뿐더러, 그에 관한 어떤 증거도 펼쳐지지 않는다. 모든 것은 황재하의 입을 통해서 실마리를 풀어가고 있다.
궁극적으로 완벽한 기왕은 그 완벽함의 범위를 넓혀주는 황재하를 차지한다. 거의 다 잡을 뻔 했던 왕온은 집안을 지키는 것을 선택한다. 원하는 것을 반드시 얻어야 한다면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 이렇게 제정신이 아닌 때가 사랑에 빠질때다. 왕온은 너무 자주 제정신이었던 셈이 아닐까?
결말은 권선징악과 행복을 그리며 끝난다. 당나라 배경에 맞게 동양 고전, 전례 동화와 같은 구조가 친근함을 준다.
그러나 다음생에 황재하 같은 마누라를 얻으라면 난 거부다. 무섭다. 기왕처럼 태어나 살라고 면 이 또한 거부다. 피곤한 삶이다. 차라리 해맑게 즐거운 주자진이 더 부럽다는 생각을 한다. 드라마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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