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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冊)

열국지 교양 강의 - 인간학에 대한 한 걸음

by Khori(高麗) 2019. 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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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읽고 머릿속으로 이해한 내용과 가슴 깊이 간직할 내용이 항상 같은 것은 아니다. 내가 이 부분에 집중하는 이유는 책을 통해서 나의 삶을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내용도 내가 도저히 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 누군가 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날 때까지 기억 저편 어딘가에 방치할 수 밖에 없다. 이런 생각이 동양고전을 읽으며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나와 상관없는 책속의 글이 사실은 나와 상당히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조금씩 알아가는 중이다. 


 이 책을 오랫동안 책장 구석에 놓았었다.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면서 먼지가 많이 앉아 있는 책을 들고 읽기 시작했다. 몇 년을 방치했다. 읽는 와중에 마침 사마의 미완의 책사, 사마의 최후의 승자를 보면서 더 많은 생각이 든다. 역사의 기록을 외우고, 사건과 사고를 기억하는 것이 의미가 있는가? 내가 학자가 아니고, 그럴 이유도 없다. 하지만 옛 사람들의 말, 행동, 평가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이해하는 것이 읽는 이의 삶에 반드시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다.


 열국지에 대한 책을 읽고 작은 사실을 나열하거나, 얄팍한 지식을 뽐낼 자신이 없다. 그럴 수준도 아니다. 책을 읽어도 이걸 어떻게 정리해 볼까 생각하니 머리만 아프다. 큰 도움이 되는 글은 추천사에 있다. 신영복 교수의 삼독에 따라 글귀를 읽고, 글쓴이를 읽고, 자신을 읽는 것이다. 이 과정이 현독이라고 말할 수 있는 고전을 읽는 맛이라고 생각한다.


 꽤 오래전 고전을 읽다 문득 회사 사무실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어디서 본 듯한 기억이 들었다. 처음 벌어진 일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나는 것도 기이한 일이다. 도플갱어를 본 듯한 느낌, 그것이 오래전에 읽었던 사마천 사기의 한 고사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고 찾아봤다. 그 경험 이후로 세상을 살아가면서 인간이 그리는 무늬는 기원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단지, 물질 문명의 발달이 행태적 또는 기술적 착시를 일으키지만, 본질적인 인간의 사고방식은 유사한 점이 많다는 것이다. 이 정도만 알아도 세상을 살아가는데 실수를 줄여주는 힘이 되었다.


 열국지를 읽다보면 자주 사기와 진위를 비교한다. 팟캐스트에서도 MSG가 들어간 내용이라면서 사기를 언급하면 열국지가 항상 따라 다닌다. 신동준 교수 10강을 통해서 책을 두루 넓게 읽는 느낌이다. 저자의 책 중 처세나 자기계발서의 관점에서 쓴 책보다 훨씬 깊이 있고 재미있다. 최근에 올재의 묵자를 읽으면서 차분하게 설명하는 저자의 책을 아주 재미있게 봤다. 열국지 강의를 보면서 필요할 때마다 춘추전국시대의 제가백가에 대한 다양한 저술, 고사와 함께 설명해 주는 것이 아주 좋았다. 특히 晉나라와 秦나라가 항상 혼동되고, 제나라, 초나라가 나오면 배경지식이 없어서 기계적으로 읽는 문제가 있었다. 동시에 저자가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과 사관을 제시함으로 행간과 배경의 이해에도 도움이 되었다. 이런 다양한 관점이 사람과 세상을 이해하는 또 하나의 배움이다. 나는 이 부분이 가장 맘에 들었다. 필자를 읽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읽는 내내 저자의 말을 돌아보면, 형세를 잘 이해하고 상황에 적절한 행동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논어와 도덕경도 대립과 상생으로 같이 볼 수 있고, 패권적 통치와 인의에 기반한 덕치도 방법적 접근이 아니라 상황에 적합한 방식이라는 것이다. 왕권이 강화되고 신하의 권한이 제약될 시기가 있고, 신권이 강화되고 왕권이 제약될 상황과 시기가 있다. 때에 맞춰 부족하지도 넘치지도 않는 방법은 변화와 호응을 해야 한다. 변화에 호응을 하지 않으면 부족하거나 넘치게 된다. 문제는 그 폭이 너무 넓으면 신뢰를 얻기 어렵고, 그 폭이 너무 좁으면 또 편협해진다. 이를 극복하는 방법은 혼자가 아니라 함께 하는 것이 인간의 숙명이란 생각을 하게 된다.


 돌베게 시리즈로 사기, 귀곡자, 신영복 교수의 고전 강의, 열국지를 읽었다. 장자도 저자가 같아서 읽은 셈이다. 그 첫 책이 신영복 교수의 책이다. 한 가지 추가적인 소득이라면 열국지를 읽다가 순자에 대한 관심이 실행이 되었다는 것이다. 주자에 대한 저자의 실랄한 평가도 꽤 인상적이었다. 천도와 인도에 관한 이기론에 대한 저자의 말을 듣다보니 서구에 광신도가 나오고, 조선반도에 사화가 나오는 미친짓이 생기는 이유도 조금 알듯 하다. 지족불욕인데 사람은 절제가 어렵다. 절제가 어려우니 중용은 더욱 쉽지가 않다. 그러니 항상 모지리가 되어 사고를 치고 세상이 조용할 날이 없다. 그런 변화속을 살아가다보면 바보같아도 인내하며 살아야 하는데 그게 참...어렵다.


#열국지 #풍몽룡 #신동준 #동양고전 #춘추전국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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