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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冊)

왕과 책사, 삼국지에 관해서

by Khori(高麗) 2018. 12.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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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마의 미완의 책사를 이동시간과 저녁에 틈틈이 보고 있다. 30편 정도 다른 일들은 손놓고 보면서 다양한 생각이 든다. 


 삼국지연의와 삼국지 역사는 조금 다르다. 내 생각에 역사에 객관성은 없다. 쓰는 놈마다 다 자기 생각을 더해서 정리하기 때문이다.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다. 객관성이란 사람에게 요구하기 어려운 것이다. 객관적이라고 주장하고 객관적인 것처럼 만들이 위해서 사람들을 모으게 된다. 타인을 배려하고 고려하는 것을 높이 사는 이유, 역지사지(易之思之)를 강조하는 이유라 생각된다. 촉 중심으로 보는 관점의 선호에서 벗어나 위나라 중심으로 보되니 재미있다. 어느 곳이나 사람이 모이고 조직이 구성되면 사람은 알력과 다툼, 협력과 공생, 공익과 사익을 두고 항상 조율과 다툼을 나눈다. 


 드라마를 보면서 영웅들에 대해서 기존과 조금 다른 생각이 들었다. 하북의 원소가 가장 많은 제후와 책사, 장수를 갖고 있었다. 아무리 좋은 유산(legacy)를 물려 받아도, 후세에서 자중지란이 나면 버티지 못하고 멸망한다. 승자는 패자를 등신이라고 더 낮춰서 기록한다.


 강동의 손권은 두 번째로 좋은 유산을 갖고 있었다. 손책이 더 오래 살았다면 하는 아쉬움은 갖지만 내부의 결속과 도전정신이 있었다면 한다. 가늘고 길게 살아간 것은 아닐까? 탁상공론이 많다. 사람이 없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사람이 없는 것이다. 


 반면에 유비는 심하게 말하면 좋은 사람들을 많나서 장유유서로 형먹어서 대박이 난 경우다. 인의와 유교가 시대의 조류이기에 유비가 형이 되는 것이 자연스러우나 관우나 장비의 입장에서는 조금 덜떨어진 형만나서 평생 길에서 고생하다 객사한 셈이다. 유비는 좋은 친구와 형제를 만났다고 봐야한다. 그럼 관우, 장비, 제갈량도 그러한가? 공자가 나보다 뛰어난 자를 친구로 사귀라는 말에 그럼 그 친구는 뭐가되냐?는 항변이 잘 어울리는 경우다. 


 조조는 집안 장수들, 세상에서 긁어모은 책사로 나라를 build-up했다. 문제라면 본인이 너무 잘나서 사람들에게 위임을 못하는 micro management의 부분도 있다. 의심이 많은 이유중 하나는 자신이 너무 잘 나서이다. 나라면 '이렇게 저렇게' 할것 같은데 자로 생각하며 일을 지시하고, 결과를 바라보면 '이런식으로!! 저런식으로!!'를 외치며 스스로 분노에 휩싸이게 된다. 위임이 내 머리와 가슴의 끊임없는 투쟁에서 실패하는 경우다. 내 내부에서도 실패한 일이 현실에서도 잘 될 일이 없다. Inner circle 관리가 사일로 효과가 된 부분도 있다. 이 현상은 인간이 존재하는 모든 곳에 존재한다. 親親이 지나치면 파벌, 알력, 이익독점과 같이 부패하지 않는 곳이 없다.


 어느 하나를 바라볼 것이 아니라 장점을 모아서 새롭게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모두 통합된 나라를 실현한 것은 아니며, 통합이 꼭 중요한 것도 아니다. 자신의 꿈에 근접한 사람이 중요하다고 믿는다.


 삼국지에는 많은 책사가 나온다. 드라마에서 양수와 사마의를 보면 대조적으로 나온다. 아무리 뛰어난 책사도 결국 사람들의 마음을 얻지 못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마음을 쓰는 것을 넘어서지 못한다. 문제는 올바른 방향이 항상 우위를 범하는 것이 아니고, 올바른 방향이 이기는 시점이 언제인지 모른다. 그곳에 갈등과 변화가 있다. 백성의 입이 하늘을 뚫는다는 것을 믿지만 언제 뚫릴지는 알수도 없고, 타인의 예측도 나의 예측도 믿을 수 없다는 불확실성이 고민이다. 사마방(사마의 아버지)이 모래위에 일필휘지로 쓴 忍(참을인)이 야속하다. 그런데 받아들여야 한다. 人生=忍生이다. 나쁘다. 이 벽을 넘어보려고 다들 아등바등하며 산다. 


 제갈량을 보면 유비가 굴욕을 참고 중국 전체 수석을 얻은 셈이다. 제갈량은 자신이 꿈을 실현할 대상으로 낙점한 것인지, 그의 정성에 감동해서 선택한 것인지 궁금하다. 내 생각에 제갈량은 부족한 형과 나름 한가닥씩 하는 동생들, 부족한 인력과 자원속에서 과로에, 과로의, 과로를 위한 삶을 살다 갔다.  제갈량입장에서 이것이 보람있고, 자존감이 큰 삶이었을까? 드라마에 동오에 제갈량이 왔을 때 27이라고 했다. 소년등고(少年登高)라는 말이 생각난다. 삼국지가 재미있는 것도 자신의 욕망과 일치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마음속에서도 어쩌다 형먹고, 제갈량 구하면 왕이 될 수도 있는 근거없는 희망을 준것은 아닐까 상상해봤다.


 드마라에서 사마의와 양수는 지식인의 표본처럼 그려졌다. 지식이 신념으로 일체된 광기어린 지식이 될 수 있지만 대부분의 지식인은 궁극적으로 비겁하다. 미래에 대한 욕망과 희망으로만 뭉쳐야 무모하게 용감하게 도전을 한다. 지식인은 안봐도 비디오인데라는 생각을 갖는다. 부정적 미래를 알면서 그걸 해야하는 것은 고통이다. 제갈량이 대단한 것은 이런 이유라고 생각한다. 주유는 탄식을 하다 피를 토하고, 방통은 자신의 뛰어난 머리만 믿다 고슴도치가 되어 죽었다. 아직까지 드라마에서 사마의는 자신이 가족과 일신을 위해서 몸을 낮추고 선택한 한 길을 간다. 당연히 그의 글과 생각으로 인해서 적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역사에서 책사는 왕을 위한 조연이다. 그러나 조연이 없으면 운영체제 또는 killer app이 없는 것과 같다. 책사에게 왕은 실행조직이지만 그의 명을 따라야 한다. 군신의 조화가 상생과 발전이라는 말이다. 나는 모두와 상생을 해야한다고 배우지만 현실에서 다양한 이유와 이해관계로 인해 모두와 상생을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상생을 주장하는 사람이 책사라면 맞는 말이고, 왕이라면 맞지 않는 말이다. 책사는 제안을 하는 사람이고, 왕은 선택을 하는 사람이다. 이 차이가 의사결정과 방향의 차이를 만든다. 둘을 동시에 하는 분야는 종교가 아닐까 한다. 


 드라마의 70%분량에서 조조는 대단히 매력적인고 멋진 사람으로 묘사된다. 세자가 되고 왕위를 이어가는 조비와 조식의 권력투쟁은 관전자로써 재미있다. 드라마에서 왕과 세자는 조연에 불과하다. 참 아이러니하다. 왜 할것 다하고 백발이 성성한 노인들이 산에가고, 강으로 가서 물고기나 잡고 이런 쉰소리를 하는지 조금 알듯하다.


 이번주에 정복하고 돌아가리라...사마의는 못했지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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