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 한 해 어려운 경기상황에도 상반기 사업진행이 꽤 괜찮았다. 높은 환율을 보면 세상이 제정신인가 하는 생각을 끊을 수 없지만 그렇다고 내 맘대로 되는 일도 아니다. 사람인지라 이런 거시경제 환경을 만드는 것은 사실 사람들이다 화가 나기도 하지만 참아야지 뭐. 나도 일조하는 셈이고.
7월 말부터 실물 시장 경기가 아주 불안정했다. 경제가 좋았던 날은 밀레니엄을 맞이하고 들어보기 힘든 말이다. 전기를 그렇게 돌렸는데도 폭탄이 제대로 안 터지는 게 이상하고, 문제 생기면 윤전기를 돌리는 상상을 하는 걸 무모하다고 할 수도 없고 그렇다. 전쟁부터 각 나라를 보면 제각각 막 하느라 사람들만 고생이 심하다.
국내사업분야 협력사 곳곳에서도 일정 경고음이 있기도 했다. 우리나라 꼬락서니가 제일 심각하고 현실적이다. 각종 재무자료를 보아도 졸라맨 허리띠들이 임계점에 다다르면 여기저기 소란한 일과 미친 애들이 나와서 시장에 난리법석을 피운다. 나쁜 예측은 언제나 빗나가지 않고 정통으로 맞는 경향이 있다. 역시나 미친 애들이 나와서 시장에 소란을 피우기 시작하고, 온갖 정보력을 파악해서 일단 기선제압은 한 듯하다. 사업이란 게 항상 좋을 수는 없고, 어떻게 대응하냐의 문제다. 이 과정을 보면 대응이 어려운 것이 아니다. 생각지도 못한 일이 아니라 방심하고 그런 상상과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 문제다. 모르는 것은 대책이 없기 마련이다.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실시간으로 도움을 줘서 빠르고 적확하게 대처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세상은 똑바로 살아가야 어려울 때 조금이라도 협조를 구할 수 있다. 어쨌든 쌍욕 먹을 일은 얼마 안 했나 보다. 다행이다.
또 한 가지는 정보와 상황 판단이다. 스스로 사고 훈련을 경험과 지식을 통해서 연습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상황이 어려우면 다들 내 입장에서 판단하게 된다. 수많은 경험을 통해서 이런 내 입장 중심의 사고가 내려가는 중력가속도를 광속으로 올리는 효과가 더 크다. 이럴 땐 역지사지를 할 수 있는가? 고객의 관점에서 판단할 수 있는가?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임계점에 대한 분석이 되어 있는가는 아주 결정적이다. 주식이 떨어질 때, 열받아 화가 폭주해서 사고 칠 때는 언제가 가속도가 붙는다. 이런 가속도가 삶을 망치게 한다. 마음공부란 가속도를 줄이지 못하니 가속도 생길 일을 덜 하는 것이란 생각이다.
몇 번 한국은행 통계지표도 확인하고, 내 상황을 보고, 고객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사람인지라 짜증이 나서 그렇지 의외로 결정이 어렵지 않을 때가 있다. 이번에는 쉽게 결정을 내렸다고 하고 싶다. 팀장이 수심 가득하니 자료를 보낼까 말까 걱정한다. "내가 보낼까? 결정할 때까지만 걱정해라! 걱정이 해결책이 아니란다~"라고 보기에 속 편한 이야기를 했다. 구시렁거리다 반응을 하나 보더니 스팸 메일처럼 여기저기 보내기 시작한다. 그리고 다시 바빠지고 조금 살림에 영향은 있지만 불경기에도 다시 잘 움직이기 시작할 것 같다. 이 와중에 너무 많이 들고 와도 문제긴 하다. 나도 며칠은 말도 못 하고 속을 썩였는데, 주인님이 "왜 얼굴이 맛이 갔나?"라며 취조를...
다른 국내사업은 목수처럼 테이블만 계속 깎고 있다. 작작해야지. 매일 전화 와서 조금 바꿨는데 새로 견적 달라며 깎아달라는 말이 끊이질 않는다. 마음속에서는 '아니 DIY로 하지 왜 매일 찾아와서 그래'라는 말이 가슴 한복판에 네온사인처럼 깜빡거리다 사라진다. 싸게 만든다고 재료를 1/10이나 싼 제일 싼 걸 선택하고 성능은 10배 비싼 거처럼 안되냐고 자꾸 묻는다. 그걸 알면 알려주겠어!! 내가 재벌 될 판인데!!! 어이도 없고 양심도 없어 보이지만 본인은 얼마나 답답하고 닦달당하면 그러겠나 그런 생각이 든다. 이때까진 그랬지.. 계약서인지 계악서를 받고 나서 밑줄을 치면 의견을 전부 다 달고 든 생각이 있다. 첫 번째는 차라리 주리를 틀어 주리를! 두 번째는 국내기업들 국제계약 수준이 아직도 부족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예전 해외 글로벌 기업 계약서를 보면 조항별로 연결되고 상호보완하는 수준이 아주 촘촘하다. 빈틈이 없다. 한국은 너무 속보이게 이건 니 책임, 모든 건 니 책임, 내 책임은 없다고 생각해라고 쓰니 그대로 되지도 않고, 욕만 먹는다. 그러나 내가 그럴 상황이 아니라 여기에 토를 엄청나게 달아서 대응(따진다는 거지 뭐)을 해야 한다는 현실이 떠올랐다. 하여튼 살 수가 읎다.
다른 곳은 뭐.. 시장에서 이름이 조금 있으면 언제 봤다고 초면부터 무례한 자들이 있다. 국내고 해외고 진정한 top tier들은 예의 바르다. 예전 같으면 고상하게 돌려 깎기를 시전 했을 텐데 나이도 먹고 참기로 했다. 예의염치가 없는 것들은 언제고 사고를 친다. 역사가 반복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반복한다. 그중에 예의염치 없이 똑바르지 못한 것들이 리바이벌이 제일 심하다. 그래서 이것저것 손이 많이 간다. 그러고 나서는 뭘 또 거지처럼 공짜로 달라기는 엄청 달란다. 큰 기대보다 베풀어준다는 마음을 갖기도 하지만 여기가 경품주는 마트가 아니라는 것은 확실하게 알려줄 필요가 있다. 이게 사실 자기가 다니는 회사 격을 떨어뜨리는 일인데 저 잘난 맛에 살다 결과가 좋을지 모르겠다. 그럼 사람 드물다.
이렇게 시달리며 불 끄고, 정비하면 뭔가 조금 좋아진다. 이게 일 년 내내 두 달마다 다양한 이벤트와 사건들이 주기적으로 와서 팔자려니 하다가도 짜증이 난다. 사람이니까! 오늘 명절 전날이라고 그렇게 이야기를 했는데, 남의 회사 가격이 얼마나 하냐고 자꾸 묻는 사람은 한 때 떼려 주고 싶지만 대충 답변을 해줬다. 그런데 금년에 한 모델, 내년에 3 모델정도 진행하기로 한 고객이 계획대비 앞당겨서 조기 시작이 된다고 알려왔다. 처음엔 한 모델만 시작되는 줄 알고 내년 살림에 조금 도움이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4 모델이 다 돌아간다고 한다. 그럼 살림이 활짝 피겠다. 고생하는 팀장 녀석에겐 얼른 전화해서 알려주고, 납치해 온 팀장 녀석에게도 전화해서 알려줬다. 관련된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자랑질을 하는 중이다. 일단 쉬어.. 잠이나 푹 자야지~ 그새 한 놈이 담배를 작작피라고 잔소리가 온네.
#명절 #예의염치 #국내사업 #해외사업 #kh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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