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자동차의 조명이 어두운 밤에 길이 아닌 초원을 달리는 것이 아닐까 불안해 보인다. 나는 제조업에 종사한다. 고용유발계수가 가장 많은 분야가 제조업이다. 그리고 제조업은 외형적으로 직종에 상관없이 블루 컬러, 노동자를 상징하는 경향이 있다. 금융, 서비스업과 비교하면 사고의 결과 격이 다르다.
제조업은 어떤 업종보다 자부심이 높다. 직원수*3~4인 가족을 책임진다는 사회적 자부심, 이 제조업체를 통해서 살아가는 부품, 협력, 물류 등을 포괄하면 훨씬 많은 사람들이 종사하는 제조업을 통해서 생존이란 문제를 해결한다는 자부심이다. 그렇지 않다면 제조업 사업가들이 자기 돈으로 이익을 추구하는데 사회적 배려와 존경을 받을 이유가 없다. 동시에 제조업이란 말속에 인간의 숭고한 노동 결실이 존재한다. 그 땀의 가치가 인간에게 조금 더 평가받는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국내, 해외가 유사하다.
주식 시장이나 금융 시장을 봐도 제조업의 설비투자가 없다면 금융을 통한 안전한 수익을 확보하기 힘들고, 주식시장의 상품이 되는 기업이 없다면 주식시장도 한탕을 꿈꾸는 카지노랑 크게 다를 바도 없을 것이다. 3차 산업을 서비스업이라고 본다면 상당 부분 제조업이 생산한 현물에 기반하지 않고서는 존재할 수 없다. 그래서 미국은 makers운동을 하고, 4차 산업도 새로운 기술로 도전하는 제조혁신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산업혁명, 전기를 통한 생산성, 기술을 통한 생산성을 올리는 도전의 연속선상에 무엇인가를 만드는 제조가 있다. 그리고 그 변화 속에 새롭게 나타나고 사라지는 굴곡이 있다. 이 굴곡에서 사람들은 자유롭지 못하다. 가끔 특정 세대들이 운이 좋다는 말을 보면 내가 결정할 수 없지만 아쉬울 때가 있다. 또 그런 시대를 살아가는 것은 그런 역량이 있기 때문에 주어진 것인가라는 생각도 한다.
이 책은 제인스빌이라는 도시를 근간으로 GM이란 제조업체가 미친 영향을 그리고 있다. 평택지역 쌍용 차동차의 영향과 유사하다. 비슷한 시기 전 직원이 한대라도 팔아보려는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고 파국으로 치닫은 상항과 GM의 상황은 조금 다르고 또 매우 유사하다. 최근 군산, 초토화된 조선산업을 정부가 주도하여 살리려는 노력이 벌어지는 한반도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나마 정부가 러시아랑 선박 건조를 추진하고 중국 건조기술의 위험으로 다시 수주가 늘어난다니 그나만 좋은 소식이다. 법적인 제도와 일시적 해고에 대한 차이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책은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어려움, 고난, 노력을 시간의 흐름 속에 다큐멘터리처럼 기술하고 있다.
경제학자, 경영학자들은 거시적 미시적 경제분석을 통해서 리먼 브라더스 사태 이후로 촉발된 신용경색, 기업의 성장, 수익, 발전 가능성 등 다양한 분석으로 원인을 찾고자 노력했다. 하지만 그 결과도 과거의 것이다. 되돌릴 수 없는 일이다. 미래에 유사한 상황에 도움이 되겠지만 당장 대책이 되지 않는다. 특히 노동자들에게 아무런 대책이 되지 않는 것은 97년 IMF 시절을 통해서 충분히 학습되었다고 생각한다. 자본주의의 꽃인 기업, 그 기업 중에 사회적 연결이 가장 복잡하고 다양하게 이루어진 제조업을 통해서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분석, 준비, 대책은 사실 미비하다. 국내처럼 나락으로 떨어지면 손 내밀어 이끌기보다 외면하고 밟아버리는 사회구조는 '겉으로만 이웃사촌'처럼 제도적 허술함을 잘 말해준다. 그래서 책을 읽는 내내 무거운 것이 사실이다.
대한민국 직장인들 상당수가 직장에 메어 산다. 일정 부분 그럴 수밖에 없고, 화려한 야경을 만드는 꺼지지 않는 불꽃이 입증한다. 생존의 수단이기 때문이다. 만약 그것이 취미라면 큰 문제가 되겠는가? 그 속에 '선택권을 내가 결정할 수 있는가?', '강요된 선택에서 골라야 하는가?'는 자본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생존 경쟁력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준비를 하는 사람은 소수다.
인간이 게으르다는 철학적 명제는 유효하다. 결국 자신의 선택과 책임일 수밖에 없다. 개인주의를 바탕으로 하는 자본주의에서 왜 공산주의 같은 품앗이, 두레 같은 전통이 미풍양속이 되는지 00주의자들은 설명하기 어렵다. 나는 그 속에 00주의 보다 사람을 이해하고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는 조율이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해외에 국내 대기업들이 제조시설을 설립하고 철수한 후 도시에 미치는 영향을 듣기도 한다. 작년 말 심천 지역의 기업들 부도율이 높다는 소리도 듣는다. 제조업이 망하거나, 제조시설을 특정 도시에서 철수하는 것은 농부의 밭과 논이 홍수로 쑥대밭이 된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역사책에서 초근목피, 보릿고개, 기근과 흉년으로 인한 민란이나 차이가 있는가? 육체노동이나 지식노동을 하는 모든 사람에게 화폐경제로 순환되는 자본주의에서 생존수단은 결국 노동이다. 궁극적으로 농부가 농사를 짓지 못하는 상황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개인들이 취할 수 있는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행복으로 가는 한쪽 문이 닫히면 다른 문이 열린다' 이 말이 가장 가슴 깊이 남는다. 사람의 수명이 영원하지 않듯, 오래 생존하는 기업도 많지 않다. 그런 기업들만 눈에 들어와서 그렇지. 기업들은 '만들어 판다'라는 본질에 입각해서 끊임없이 생산성 향상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한다. 4차 산업 경쟁을(이것도 제조업의 기술적 혁신이라고 생각하지만) 통해서 기업이 생존을 도모하듯, 개인은 스스로 유연성을 확보해야 한다. 끊임없이 학습하는 나름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책의 마지막에 아이들이 어려운 환경으로 학비를 걱정하지만 대학에 진학하고 공부를 한다. 드러커의 말처럼 지식경제, 지식근로자라 되라는 말이 아니라 세상은 인간의 역사가 기록된 시점부터 관찰해도 지식 우의, 지식인 우의의 기준은 언제나 유지되고 있다. 시대와 변화를 탓해도 그 시대와 변화를 개인이 좌지우지하기 힘들다. 그 상수를 어떻게 이해하고 준비하는가가 더 중요하다. 어떤 세상이 온다 해도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결국 인내와 준비가 될 수밖에 없다.
과거 저축을 강조하던 시대에서 소비와 빚을 권하는 사회가 만든 현재가 만족스러운가요? 그런 점에서 제인스빌의 이야기도 인재를 벗어나기 힘들다. 다만 더 나쁜 인재가 상황을 재촉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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