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2월 말에 갔는데, 검사결과를 받으러 오늘에야 갔다. 2주 동안 2번이나 출장 가고, 이번주에는 자매회사 전시회에 해외 고객 미팅까지 하고 나니 녹초가 되고 있다. 다음 주에는 내가 전시회를 해야 한다. 아이고... 정말 죽겠다가 아니라 죽을 수 있겠다는 말이 나올 판이다. 그래도 뭐가 잘 된다는 것, 그리고 여유를 갖고 무리하지 않도록 배려하는 것이 항상 내 마음대로 안 되지.
오랜만에 만나 의사 슨상님이 숫자가 전체적으로 좋아졌다. 매번 이상하게 높게 나오는 알레르기 치수 때문에 다른 병원에 가서 한 번 검사를 더 받아 보라고 한다. 환절기에 일어나는 피부등 기계가 상태가 안 좋은 것인지, 지구가 나랑 잘 안 맞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안녕히 계세요'하고 집에 오려는데 간호사 누님들이 잡아 세운다.
지난달에 올 때 처방전을 받았냐 안 받았냐 취조를 한다. 병원 시스템엔 처방전이 발행되었는데, 그날 간호사 누님들이 잘 기억들 한다. 나도 안 받았다. 원장님이 불러서 확인해 주고, 시간 난 김에 간호사 누님들하고 흉을 봤다.
- 그 처 방전 누가 써요?
- 원장님이 쓰시죠?
- 그럼 우리는 안 썼네요?
- 그렇죠
- 그럼 쓴 사람이 정리하는 거예요? (깔깔~~)
- 원장님 연세가?
- 2년 뒤면 환갑이셔요?
- 엄청 젊어 보이시는 데 그러면 깜박증이 마구 일어나실 때 아닌가요? (하하하하~)
그 순간 갑자기 다시 들어오란다. 엿들으셨나 깜짝 놀랐다. 여러 가지 주의를 주고 갑자기 심각한 표정을 짓더니 질문을 하신다.
- 요즘 경기가 안 좋나요? 자영업 하는 환자들이 오면 다 죽는다고 하던데 어때요?
- 갑자기 그런 질문은 왜 그러세요? (사실 의사 정원 같은 질문보단 다행이라고 생각했음)
- 내가 이런 이야기를 자꾸 듣다 보니 자꾸 찾아보는데
그래서 블라블라 이야기를 조금 했다. 의사에게 시간은 돈인데 말이다. 뉴스에 나온 것도 과거 순간의 데이터다. 경제는 벡터처럼 정해지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는데 그 방향이 사람들이 벌인 일에 따라 결정된다. 순간순간 나오는 물가, 금리만 보시지 말고 차라리 환국은행통계시스템으로 보면 주요 지표를 일정기간 연속적으로 볼 수 있어서 흐름이 생긴다고 했다. 가볍게 레이달리오 경제순환의 유튜브도 보시라고 했다.
이런저런 다양한 질문을 또 하신다. 이런 문제가 또 정치적인 관점과도 연관이 있어 조심스럽다. 오늘 환자가 뜸하던데 원장님이 날을 잡으신 듯하다. 성격상 돌려서 말하는 편이 아니라 그대로 말했다. 미국에 한국기업들이 100조를 투자해서 얼마나 이익을 낼지 알 수 없다. 다만 100조를 거기에 투자해 미국의 고용을 개선한 만큼 한국에서 창출된 부가가치 생산과 임금소득 기회가 사라진 것은 사실이다. 최근 2-3년간 환율이 10% 이상 올랐는데 환율은 수입제품에 대해서 복리효과로 가격을 상승시키기 때문에 자급률이 낮은 우리나라에겐 취약점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지금처럼 부도율, 연체율들을 보면 통계 지수가 썩 좋지 못하다. 버는 게 없이 환율이 오르고, 금리가 오르며, 실질소득의 영향, 세수의 영향이 악순화될 수 있다. 현재는 민주주의와 공화정을 운영하는데 백성이 죽어나가도 신경 안 쓰고, 세수가 빵꾸나고 백성들이 삶이 안 좋아지면 나라가 기울기 때문에 이런 일을 하눈 무리를 역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틀린 말도 아니다.
사무실에 전시회 준비로 나가려는데 청년들이 야채장사를 하며 행사한다고 소리를 친다. 저걸 보면서 "묻고 더블로 가!"라는 영화 대사가 생각난다. 삶이 개그가 되어가는 것도 아닌 우픈 현실이다.
이렇게 저렇게 정리를 했더니 형님이 연락 왔다. 서열 1위 어떻게 됐냐고? 사무실 서열 1위가 올리브 나무인데 곧 죽을 거 같더니 애가 끈질긴 생존력을 보이며 살아나고 있다. 서열을 제껴보려고 테라스에 내놨는데 날도 추운데 애가 잘 크네. 잎이 여러 개 나면 형님이 밥을 사기로 해서, 내가 테이프로 잎을 하나 주어다 붙이고 이렇게 잘 붙이면 되냐고 물어봤더니 뭐라고 쌍욕급 멘트가 날아온 거 같은데.. 몰라 몰라. 고객님 메일 쓰고, 집에 가야지~~ 룰루랄라~
곧 이런 계절이 오겠죠.. 잘 찍었어..
#경제 #일상 #바쁨주의 #개피곤 #천상잡부 #전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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