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온라인 서점에서 우수 리뷰어가 되어 3만 포인트를 받았다. 포인트가 생기면 사람이 뭘 사고 싶어진다. 전에 첫 권을 출간전 도서로 읽어 본 '십이국기' 전권을 만지작거린다.
내게 취미라고 부를 만한 것이 딱히 없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하고, 해외영업의 특성상 저녁에도 전화나 메일을 하게 된다. 근로시간이 2천시간이 안된다고 하지만, 시차를 친구삼아 살게 되면 세상의 통계처럼 되지 않는다. 특별하게 짬을 내서 지속적으로 무엇을 배우기가 만만치 않다. 그 마음이 없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그렇다.
그래서 요즘은 책을 읽는데 시간을 가장 많이 쓴다. 독서는 취미가 아니다. 세상은 나의 견해와 의지와 상관없이 변해가고,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기술적인 사항을 공부해야한다. 학교 공부도 변화하는데 매일 하던것으로 세상을 지탱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책이라는 것은 엉덩이가 무거워야 한다. 습관이 몸에 붙을 때까지 항상 6개월은 책을 손에서 떼지않고 들고 다니며 쉽게 익숙해졌다.
바쁜 일상과 점점 저질화 현상이 나타나는 체력으로 영화도 자주 본다. 흑백영화를 보면 고전을 읽는 것과 같다. 대사가 책이랑 거의 똑같다. 하지만 영화는 책처럼 꾸준히 보기 힘들다. 중간에 끊어서 보면 재미가 없다는 단점과 항상 재미있는 영화가 많이 나오는 것도 아니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보면 돈이 많이 든다. 하이파이 오디오를 하면 장비를 자꾸 산다. 특히 알 수없는 다리미 전기줄 같은 것을 이것이 좋다, 저것이 좋다 하며 자꾸 바꾼다. 다른 장비는 돈이 훨씬 더 많이 들기 때문이다. 시각에 미치면 좋은 텔레비젼과 재생 장비를 하나 마련하면 되지만, 오디오는 엄청나게 돈이 많이 든다. 게다가 끊임없이 LP, CD를 입한다. 장르를 가리지 않지만 소리는 장비보다는 라이브가 최고다. 시간과 금전적인 압박이 동시에 있다. 그냥 iphone에 의지해서 사는 삶과 가끔 친구 회사가 만드는 하이파이 오디오를 경험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내일은 오디오 쇼에 출품하는 친구 회사 구경을 가보려고 한다. 억소리나는 장비를 구경할 수 있기도 하고, 응원도 하고 좋은 일 아닌가?
그림을 보러가는 것은 예술적 감각이 없는 나에게도 호사스러운 일이다. 사진을 보는 것도 그렇다. 일상에서 자주 접하기 어려운 부분이 존재한다. 어쩌다 출장 중 주말 휴일이 있을 때 현지의 갤러리를 가면 꽤 좋은 경험을 할 수 있다. 그림의 시대와 작가의 배경까지 세세하게 알 수 없지만, 내 마음에 여운을 보는 그림을 본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오래전 쪼그만 복사품인 이쁜 아이가 생기면서 장난감을 사줬다. 텔레비전에 유행하는 것도 사지만, 나도 어려서 잘 만져보지 못했던 레고를 사주기 시작했다. 그러다 점점 내가 더 열심히 조립하고 만들게 됬다. 골프를 배우면 회사를 안 가고도 남을 성격이라 시작을 하지 않았다. 배울 생각도 없다. 그런데 어느날 마나님이 친구랑 이야기하다 "레고가 골프보다 돈이 많이 든다던데!!"라면 취조를 했다. 취미생활을 하는 분들은 쓰던 장비를 교체하고, 새로 사기도 하고, 중고품 거래도 하게 된다. 이런 아날로그적인 삶은 재미가 있는 대신, 손이 많이 간다. 레고는 꽤 손이 많이 간다. 프라모델보다는 손이 덜 가는 것 같다. 이쪽분들은 색칠공부까지 해야하니 말이다.
옷장 가득히 있는 레고를 보거나 거실 장식장에 자리를 잡고 있는 레고를 보면 기분이 좋다. 내가 저걸 만들려고 머리를 쓰고 시간을 보낸 추억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저걸 살려고 얼마나 고생을 했는데 하는 생각도 있다. 지금은 만들어 보던 재미에서 보는 재미로 많이 바뀌었다. 가끔 괜찮은 모델을 사기도 하지만 지금은 사서 보관할 장소가 부족하다. 그래서 아주 작은 모델을 사서 사무실 책상위에 놓기도 한다. 건담을 사서 매일 혼나는 우리 회사 직원의 이야기처럼 숨기는 재주도 늘어난다. 덩달아 거짓말의 재주가 늘기도 하지만 나는 취미를 하며 거짓말을 하지는 않았다. 대신 갖고 싶은 것을 위해서 정당한 방법과 더 많은 품을 팔기는 했다. 지금은 마나님이 가끔 "이거 내가 팔아버릴꺼다"가 제일 곤란한 멘트다. 재태크, 노후대책이라는 신조어로 안심을 시키는 방법밖에 없다.
지구본, R2D2, LEGO Logo Desiney 레고를 하고 공간에 대한 감각이 좋아졌다. 일하는데 도움이 될 때가 많다. 원래 하다보니 생긴 꿈은 아이를 키우는 시절은 모두들 바쁜 시절이다. 내가 할아버지가 됬을 때에 손자, 손녀들과 레고도 하고 놀아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런 것이 잘 될지 모르겠다.
오늘은 여기저기 굴러다니는 레고를 정리를 했다. 더 사던, 줄이든 집에서 내가 레고를 놓는 공간은 정해져있다. 더 이상의 공간은 허요되지 않는다. 살짝 책으로 공간을 넒혀보려는 시도를 했지만 온갖 짐을 책상에 쌓아주시기에 동일공간에 적재하는 기술이 레고 역량만큼 발달하게 된다. 동시에 분류, 정리 능력이 늘어난다. 단지 하기 귀찮을 뿐이다.
무엇보다 키덜트는 취미를 통해서 무엇인가를 하고, 도전하고, 즐거움을 찾기에 보통 사람보다 바쁘다. 가장 바쁜것은 머리속이다. 예산확보, 시간확보, 공간확보, 행사장소와 나의 일정관리는 당연하다. 무엇보다 또 무엇을 해 볼까?하는 호기심이 아닐까 생각한다. 조금 산만해 보이기도 하고, 철딱서니 없어 보이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호기심이란 오감의 자극이 된다는 것이 삶을 훨씬 즐겁게 사는 이유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