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마감하며, 2016년 동안 고생한 팀원들이 좋아하는 고기를 먹기로 했다. 회식의 문화가 세대에 따라가며 변해간다. 과거 두주불사식으로 진행하여 횡설수설로 끝나는 회식은 다음날 피곤하기만 하다. 여성직원들도 있고, 젊은 세대도 있기에 회식은 노고를 털어내고 새롭게 다음날을 시작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그래서 가끔 술보다는 영화도 보고, 맛난 음식을 먹으며 즐겁게 대화하는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이 더 즐겁다. 많은 사람들이 즐거워하기 때문이다.
회식장소로 이동하며 와인을 샀다. 출장다녀올때 2-30불짜리를 사서 모셔놓기도 하지만 이번에는 시작은 소비뇽블랑 화이트 와인, 그리고 2병사면 할인해 준다는 말에 전 팀원이 솔깃해서 고른 레드와인을 들고 출발했다. 예약을 받지 않았는데 지금은 받는단다. 무려 한시간이나 기다려야 한다는 말을 듣자마자 모두 전화기를 들고 맛집 검색을 한다. 고기는 사람들을 동기부여한다.
가까운 거리의 고기집으로 이동했다. 불판이 달궈지고 고기가 불판에 닿는 순간의 절묘한 소리, 이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는 것은 즐거움이다. 와인잔으로 서로의 노고를 서로 격려하고 치하한다. 물론 엑셀로 무한렙 스도쿠만 하시는 분들의 관심은 숫자에만 있다. 숫자가 만들어지고 커지는 것은 모두 이렇게 하루를 열심히 감내하고 즐기면 해나가는 사람들의 공헌과 기여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답도없는 무한렙 스도쿠를 하는 사람들이 고기와 함게 안주판에 오르내리게 된다. 할수 없이 만만한 팀장은 불판위에 올라가는 일을 감수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올라가야만 한다. 왜냐하면 그들이 즐겁게 하루를 마감하고 새롭게 나가는 이유가 되기 때문이다.
각자의 소원과 희망을 말해보면 건강, 여행등 소박하다. 새신랑보고 "넌 소원은 닥치고 애국자 잘 보필하고 너랑 똑같은 녀석이 나오면 두 분을 잘 모시라..그것이 머슴의 길이다"라고 덕담을 해줬다. 이런 표현을 쓰면 슬프다고 하지만 솔로부대에게 결국 연애질좀 하라는 잔소리를 한다. 개인적인 소원은 나도 가족들의 평안과 안녕이지만, 스스로 도전해 보고 싶은 것도 있다.
배부르게 먹었지만, 볶음밥은 추가가 안된다는 말에 심각한 아쉬움을 보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길을 걸으며 나만빼고 모두가 O형이다. 세상에 제일 드문에 이렇게 모이기 힘들다고 하며 재미있는 이야기를 한다. 친한 O형 지인 이야기를 하다가 다 좋은데 불만이 생기면 꼭 나보고 이야기하라고 한다는 불평을 했다.
아...나는 와인을 마시고, 몸이 피곤한 관계로 정세판단을 잘 하지 못한 셈이다. 쏟아지는 O형 여자 파트장들의 블라블라를 마나님 훈계마냥 듣게 된다. 블라블라는 더욱 발전하여 앞쪽 팀에 들어온 신입사원을 보면서 인사도 좀 잘하고 했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표현을 한다. 내가 먼저 해도 될 일인데라고 생각하는 찰나 체력적 부족이 지속적인 정세판단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본부장, 앞쪽 팀장, 나..팀장 그리고 차장 한 명이 친절하게 신입사원에게 이야기를 잘 한단다. 부인하지 않는다. 그런데 인사좀 하라고 왜 잔소리를 하지 않느냐는 청문회가 열렸다. 아무리 세상이 청문회 정국이라고 해도...하하호호 웃음속에 결국 '기억이 안난다', '모른다'는 통할리가 없다. 결국 진솔하게 그럼 저 네명이 "1222 병신년 4적이네"라고 진술과 함께 다들 자지러지는 웃음을 듣게 된다. (아우..내팔자야...ㅎㅎ) 그렇게 즐겁게 커피와 담소속에 회식을 마무리한다.
내년에는 또 새로움 도전, 기회, 위기가 있을 것이다. 그 또한 지나가겠지만 하고 싶은것과 할 수 있는 것은 다르다. 할 수 있는 것을 쌓아가며 하고 싶은 방향으로 가야한다. 휴가 첫날 아침일찍 조조영화를 보러갔다. 남들은 일하러 하고, 나는 놀러가는 일탈의 재미를 느끼는 것이 즐겁다. 영화를 보는 중간에 날라온 메신저를 보고 또 한 번 웃게 된다. 병신년 4적중 한명이 우리팀 보드에 벽서사건을 냈다. "나 떼어 놓고 고기먹으러가서 즐거웠음?" 이번에 우리팀에서 마케팅으로 옮겼는데..미안하네..그보다 "1222 병신년 4적" 내 평생 기억하리라...A형의 다짐과 함께 꼼꼼하게 세겨야지..
[YES24] 회식 (1222 병신년 4적을 기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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