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적된 피로감에 깼다. 늦잠을 잤다. 밥먹고 삭신이 쑤셔서 이리 뒹굴 저리 뒹굴하다가 텔레비젼을 켰다. 영화제목은 생각이 안나는데 김희애의 "왜 왔냐고 묻지 말고 꼭 안아줘"라는 대사가 머리속에 들어왔다.
한바자를 보다가 글씨가 빙글빙글 돌아서 다시 마루에 누워 하늘을 보면서 멍을 때리는데, 어린이들은 놀러나간다고 하고, 마나님은 마실을 다녀오신단다. 어디가기로 한 엄니는 전화를 안받으신다. 마나님이 집에 있을꺼 아니면 날도 더운데 도서관에 가서 책이라도 보던가하는 말에 상태불량하게 집을 나섰다.
도서관을 지나처서 지하철을 탔다. 가끔 일상의 통제된 일탈은 나쁘지 않다. 그리고 다리 건너 읍내 광장에 갔다. 날이 더워 커피숖에서 어린이 입맛에 딱 맞는 요구르트 스므디.."플레인 맛이요?"라는 질문에 한번더 생각했다. 꼭 영어로 해야하나? (그래 그거..민짜...아무것도 안들어간거!)
자리도 치우지 않고 간 이인용 자리에 보조 의자가 있다. 신발도 벗고, 책을 잠시 보다가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누꺼플이 막 내려왔다. 그렇게 한시간쯤 커피숖에서 창피한 줄도 모르고 잠들었네....SNS를 보니 지인이 근처에 있다. 그런데 같은 커피가게다. 내가 나가면서 들어오셨나 보다. 만나서 손인사를 하고 돌아섰다.
광장에 많은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이야기들이 시작된다. 왜 상처받은 사람들이 무대위에 올라야하는지 마음아프다. 그리고 왜 그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이렇게 해달라고 읍소를 해야하는지도 안타깝다. 게다가 그들은 우리가 낸 돈으로 월급을 받는 자들인데 말이다.
한비자의 구절을 보고 지금을 보면 난세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금융권의 new normal을 빌어 말하자면 비정상이 정상이란 규칙으로 둔갑한 때란 말이나 같다. 우리나라의 비정상의 정상화는 비정상이 정상 꼭데기에 갔다는 말이라고 이해가 된다. 내가 삐뚫어진건지 잘 모르겠다. 이젠 다 채웠으니 비우기 시작할 때가 아닐까, 아니면 아직 덜 찾는지 모르겠다. 마치 내가 읍내 광장에 왜 나왔는지를 몇번 생각했다. 잘 모르겠다.."그냥"이 가장 바른 현재상황의 표현이다.
대형 모니터에 흐르는 아이들의 마지막 문자글을 보면서 눈물이 핑돈다. 죽음의 문턱에 서서 외부로 연결될 수 있는 마지막 통로를 통해서 그들이 쓴것은 "사랑"이다. 사랑이 인간에게 가장 아름답고 소중한 행위이자 말이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인 이유도 사랑이 아니고서야....
걷기를 한다는데 슬슬 걸어서 시청광장의 잔디밭을 걸었다. 시청위에 걸린 걸게글, 분향소, 작은 노란리본이 꽃처럼 피어오른 정원, 하트모양의 배...그 속에 시대의 민낯이 있다. 고등학생의 소녀가 리본글을 하나씩 읽고있다.
아침에 들은 그 대사가 다시 생각난다. 신을 믿지는 않지만 하늘나라 어딘가에서 그들을 본다면 왜 왔냐고 묻지말고, 꼭 안아주시라..오늘의 작은 바램이 되버렸다.
아늘에 날리는 작은 전단지..
........
차라리 다른 정원이 있었다면...빼곡한 사람들의 마음이 걸려있다
더 많은 사람의 마음을 소녀가 하나씩 읽고 있다...
무수한 배를 보는 사람들....이아손의 배와 같은 환희가 아닌 절망의 배들..그 속에서 사랑과 희망을 주워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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