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시간의 긴 비행시간을 영화와 이코노미 눕는석을 벗 삼아 도착했다. 옆 자리가 모두 비워서 눕는 것만큼 편한 것이 없다. 자주 타도 익숙해지지 않는 비행기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내일 이동을 위해서 근처 예약한 호텔로 향했다. 한국과 달리 날씨가 아주 포근한 가을 날씨다.
체크인을 하고 동료들과 식사를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금년에 잘 된 사업이 내년에도 잘 될 분위기다. 고객과 함께 추진한 business open innovation건도 성과를 내서 내년에는 두 배정도는 잘 될것 같다. 하지만 호사다마라고 집에 있으면 밖이 어렵고, 밖에 있으면 안이 시끄럽다. 보아하니 새벽녘에는 한국에서 또 메신저가 요란할 것이란 예상이 되었다. 그렇게 변화가 생기고 또 대처하는 일이다. 금년에 가지 못한 휴가를 가야겠으나 돌아가서 할 일을 생각하면 그럴 여유가 없겠다.
맥주를 한 잔 마시고, 텔레비전을 보니 "MAY LEADERSHIP CHALLENGE"라는 BBC breaking news가 나온다. 오기 전에도 걱정인데 이번 출장도 격동의 시절이 되는 것 아닐까 우려되었다. 또 새벽에 Prime Minister is about to resign 같은 breaking news를 보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다.
https://brunch.co.kr/@khorikim/316
잘 자고 일어나 우리를 반기러 찾아온 고객과 시장에 나갔다. Sainsbury, Tesco에 사용되는 solution 사업건으로 우리가 만들고 제공하는 제품이 어떤 solution과 목적으로 사용되는지 이해하는 것은 중요하다. App을 개발할 때 사용자 경험(UX)을 강조하듯 제품과 solution 개발에서는 고객 경험(Customer Experience)이 더 중요하다. 특히 Solution Products 분야는 더욱 그렇다.
많은 분야에서 Solution, Smart라는 단어를 말한다. 무엇인가 있어 보이고, 좋아 보이는 막연한 느낌을 준다. 사업을 기획하고, 제품과 solution을 기획하는 부분에서 지워야 할 단어는 막연함이다. 해외영업을 하면서 특허 아이디어 개발을 2건을 하게 된 것도 無에서 有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다. 호기심, 관찰, 발견의 힘이다. 이번 미팅에서도 고객과 같은 이야기를 했다. Solution이 Valued business를 만든다는 것을 모두가 이해한다. 하지만 이런 좋은 아이디어도 Reverse Engineering처럼 Reverse Ideation 해 볼 필요가 있다. 어떤 Solution이 Valued Bsuiness를 만드는가?를 정의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그 정의를 하고 나면 Why라는 질문을 solution provider, pipe-line, end-user의 입장에서 해보고, 정말 그런가?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유럽이 GDPR과 개인정보보호로 인해서 사진을 막 찍는 것은 어렵다. 물건을 하나 사서 내가 직접 해 보는 것이 경험이 제일 좋다. 크리스마스 카드를 하나 사서 해보니 에러 메시지가 나온다. 친절한 아주머니가 오셔서 사용법을 가르쳐주신다. 우리가 제공한 Solution이 다른 장비들과 어떻게 연동되고 사용되는지를 경험하는 것은 다양한 생각을 갖게 한다. 나는 업무적인 기계의 solution도 생각하지만, 역시 사람이 친절하게 도와주는 것이 영혼 없는 기계의 error message보다 정서적인 안정감에 좋다는 것을 잘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개발자와 발명가는 내가 느끼는 영혼 없는 기계의 반응까지도 인간적으로 느끼게 하기 위해서 온갖 잡다한 기술의 적용을 시도할 것이다. 믿거나 말거나..
커피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내일 미팅인데 저녁에 함께 식사를 하기로 했다. 마음씨 착하고 예의 바른 우리의 사업담당자는 언제 봐도 즐겁다. 벌써 20년 가까이 알고 지낸 사이다. 이젠 해당 브랜드를 총괄하고 있다. 우리가 만들어서 제공한 제품 solution을 이렇게 저렇게 바꿔서 차세대 제품을 만들어 보자고 한다. 처음 개발해서 특허를 받은 이유는 기술보호와 차별화 전략의 차원이었다. 지금은 이 보호된 기술로 장벽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확산을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적극적으로 license와 alliance를 제안한다. 이 과정이 쉽지 않다. 내가 다니는 기업이 초 일류 유니콘이 아니고 나도 업계의 듣보잡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역사는 변방에서 시작해서 중앙으로 움직이고, 중앙은 끊임없이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 노력하지만 반드시 변방에게 자리를 내준다. 그리고 다시 변방에서 중앙으로 움직이는 순환의 역사를 믿을 뿐이다. 그들의 생각을 듣고 있다 보면, 우리가 생각하고 준비하는 범위의 ideation이다. 관심을 갖고 경청했다. 질문은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과 고객의 요구사항을 적용했을 때를 상상하면서 했다. 처음엔 정리가 잘 되지 않은 바람이기에 전체적으로 듣고 정리했다. 전체적으로 경청하면서 지금 할 수 있는 것, 할 수 없는 것, 검토해야 하는 것을 나눈다. 이렇게 나누는 과정이 시간이 순서에 따라서 단계를 만드는데 도움이 된다. 서로 신이 나서 이야기하다보니 서로 정리가 잘 된 것 같다고 칭찬해 셔틀을 했다. 내일은 별로 할 이야기가 없을 것 같다.
다음 행선지는 런던에서 한 시간 정도 차로 이동해야 한다. 거기에 묶을 예정이다. 식사를 하고 가면서 'Spilt'(23 아이덴티티-2017)이란 영화 이야기가 소제가 됐다. 졸지에 나는 Charlie가 되었다, Captain Morgan(술 이름)으로 변했다, Alexander가 되어야 했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큰 즐거움을 주었으니 다행이다. Charlie가 가장 인기가 좋았다. 내 안의 또 다른 자아에 관한 이야기인 듯하다. 집에 돌아와서 한 번 봐야겠다. 재미있는 일이라면 이 번에 새 건물로 이사하면서 30년 전 팩스 메시지를 찾았다고 임원이 이야기했다. 지금은 은퇴한 고객사 사장님이 우리 사장님한테 'Delivery on time'에 관한 항의성 팩시밀리라고 한다. 한 장을 꼭 복사해 달라고 했다. '예나 지금이나 공급사는 똑같은데요'라고 곤란할 때 증거를 디밀고 항변을 하면 좀 덜할라나 더 혼날라나 잘 모르겠네... 지나친 호기심이 명을 재촉한다던데 난 왜 그런지 모르겠다. 괜히 유쾌한 legacy를 발견한 것 같아 혼자 흐뭇해했다.
미팅 전날 담당 사업부장, 담당자, 임원과 편한 자리가 되었다. 담당 임원과 합의한 약속도 잘 이루어지고, 사업도 잘 이루어져서 모두들 흥이 났다. 매번 우리 담당자를 자기 회사에 취직시키고 싶다는 이야기를 한다. 내가 오래전에 멱살 잡고 끌고 온 녀석인지라 이런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다. 그러나 어림 반푼 어치도 없는 말이다. 내부 작업을 해서 몸값을 불려놓는 수밖에. 맥주를 마시며 업무를 떠나 이런저런 속 깊은 이야기를 하는 시간은 아깝지 않다. 같은 목표로 일하지만 언어가 다르고, 문화가 다르고, 역할, 권한, 책임이 다르다. 하지만 우리가 '1 Team'이라는 서로의 확신이 있다. 이 확신을 얼마나 오래 끌어나가는가는 또 내가 해야 할 일이다.
해외영업을 시작하고 어려서부터 잦은 세뇌교육 탓인지 수출역군이란 말이 아직도 뇌리에 남아있다. 처음에 많은 수주를 하는 것이 즐거운 일이었다면 지금은 무너지지 않은 사업 레벨을 올려가는 재미가 더 있다. 바벨탑을 높지 쌓는 것보다 무너지지 않게 어디까지 쌓을 수 있는지에 더 관심이 있다. 선택은 어차피 아이들이 하는 게임과 비슷하게 생각해도 된다. 그 선택에 책임을 진다. 컴퓨터 게임의 결과를 자신이 받아들이고 노력도 한다. 현질이란 금전 투입도 한다. 사업은 다른가? 파티를 만들어서 협력을 한다. 삶은 다른가? 그래서 사업도 게임도 몰입을 하게 되는 것 같다.
다음날 아침에 다시 모였다. 퀭한 눈빛에 졸음을 가득 담고서.. 팩스 찾았냐는 질문에 다시 찾아봐야 한단다. 어제 낮부터 주요 이슈 사전 논의, 저녁의 음주 친선 미팅을 통한 속 깊은 이야기를 모두 해서인지 특별한 안건이 없었다. 그러다 갑자기 고객이 조심스러운 제안을 하나 했다. 일로 보면 큰 일도 아니다. 어려운 일도 아니다. 타사 제품을 하나 연동해 주는 일이다. 한 달 정도면 끝낼 수 있는 일이다. 그 일을 해낼 수 있는 역량도 있다. 하지만 나의 과거에 존재한 인연이자 악연과 관련된 일이고, 우리 회사도 그 타사와 좋지 않은 인연이 있다. 그 타사가 지금도 굴러가는지 모르겠다. 고객은 사업을 진행하다 거래가 끊어지면서 기존 사업의 연속성을 마무리 싶을 뿐이다. 이 모두를 이해하는 사람을 붙잡고 이야기하는 방법밖에 없다. 한 업종에 오래 있다 보면 이런 일도 생길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나는 머리가 아프다. 기분이 좋지도 않다. 마음도 안 가는 일을 해주고 오해가 생길 수 있고, 안 해주고 또 다른 많은 오해를 만들 수 있다. 머릿속으로 계산을 하는 것과 마음속으로는 빠른 심장의 진동 소리가 참 언밸런스하다. 이러다 주화입마가 와 내가 제명에 못 죽지. 마음 한 켠에는 '하늘이 두 쪽나도 내가 그 일을 해 줄 수 없지', '양심도 없이 이런 걸 요청하나?', '얼마나 급하면 저럴까?', '도와달라는데 그냥 도와줘버려!?', '자업자득이니 알아서', "눈 딱 감고 쌩까!? 해줘!?' 등 다양한 생각이 짧은 시간에 교차한다. 미안한지 확답을 지금 해줄 필요는 없단다. 미팅할 때 이런 생각에 오래 머물면 안된다. 바로 결론 낼 수 없는 것을 결론 내려고 머물면 서로 지치기만 한다. 결론내야할 때는 반드시 결론을 내야한다.
예의 바른 엄청난 배려에 감정을 표현할 수도 없다. 검토해서 알려달란다. 이런 예의 바르고 착한 녀석들을 보면 더 마음이 복잡하다. 일은 일이고 사적인 부분은 사적인 부분이니 사업성을 분석해서 하는 수밖에 없다. 삶이 legacy가 어떻게 항상 좋은 것만 있겠나? 인생 호사다마라는데.. 다른 경우의 예를 들어서 어느 정도는 걸릴 것이다라고 이야기해줬다. 최종 결정은 12월에는 할 것이다. 하던가 말던가. Yes or No. 쉬워보일 뿐....
Brexit는 아직도 합의이혼, 4주 조정, 무단가출로 인한 파행 사이에서 결론이 나지 않았다. 금주의 테레사 메이는 한 숨을 돌린 것 같다. 나도 그렇다. 왜 이런 기분이 들까나... 미래의 불확실성은 언제가 두통거리지만 크리스마스를 즐길 충분한 결과를 얻은 출장이자 한 해다.
#Brexit #ideation #businesstrip #해외영업 #kh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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