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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잡부(天上雜夫)_ 사업관리 시즌 2 (해외영업 시즌 1) )

인사평가지 선풍기에 날려도되나요?

by Khori(高麗) 2018. 12.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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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평가 계절이 됬다. 출장과 고객 방문이 겹쳐서 정신이 없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시간이다. 사무실에서 가족보다 오랜 시간을 마주하는 동료들을 평가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좋아하는 일도 아니다. 점수로 표시된 숫자가 그 사람을 다 표현할 수 없다. 동시에 평가자도 자신의 가치기준이 있기 때문에 편향되지 않았다고 할 수도 없다. 인공지능 시대가 되었다고 목표와 결과로 기계적인 평가를 한다면, 과정의 중요성과 가치, 그 과정에서 성장한 역량이 미래의 동력이 되는 가능성을 포기해야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인공지능에 대한 직문상의 관심이 높지만 그 한계성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기분이 나쁘면 사람들의 반응은 그것에 공격적으로 대응하기 때문이다. 계량적 분석이 내포하는 위험이 상실될 수 있는 미래의 가치와 비교해 볼 필요가 존재한다. 어려움이란 미래의 아무리 좋은 날도 오늘과 내일이 쌓여서 도착하니 대책이 필요하다. 획일적으로만 사고 할 수 없다. 인생도 그러하다. 인사가 만사이지만 인사에 대한 평가만큼 어려운 것이 없다. 


 매년 바뀌는 평가 시스템의 변화는 직원들을 몰모트 삼아 이런 실험 저런 실험을 계속한다. 평가기준의 변화는 판단의 변화를 요구한다. 최근의 추세는 직무중심평가라고 주장하지만 말이 쉽지 인사는 언제나 어렵다. 한국정서상 어려운 부분이 있고, 직무중심평가를 원활하게 할 만큼 업무환경이 잘 준비된 것도 아니다. 물론 전부다 최상의 점수(모두 빵점을 주는 것도 가능하나 굳이 이런 위험을 감수할 또라이는 드물다)를 주고 에라모르겠다의 방식을 취하는 것도 가능하다. 좋은게 좋은 것이니 인심이나 후하게 받으려하면 다시 상위 평가자가 나를 한참 갈구고, 조직은 개판이 나니 어쩔 수 없이 나름의 기준을 세워야 한다.


 옳다, 그르다로 써 놓은 부분은 이성적, 합리적인 영역에 관한 것이다. 직무는 직무로 해석해야 한다. 10개의 계획을 세워서 8개를 성취하였다면 목표 미달이다. 이렇게 평가를 진행하며 기준에 부합하지만 반응이 다양하게 나온다. 사실 뭘 해도 반응은 제각각이다. "사람이 왜 그래?", "너무 한거 아냐?", "인정머리가 없어", "네가 해봐라", "완전 땡잡았네" 이런 말들이 나올 수 있다. 직무를 평가했는데 사람에 대한 불만이 생긴다. 다른 기준으로 불만을 이야기한다. 관점의 차이다. 보는 기준 즉 평가기준의 견해가 다른 것이다.


 이 이유는 업무의 난이도와 환경 때문이다. 거의 불가능한 상황에서 불굴의 의지로 이루어낸 8개의 목표미달과 대충 발로 해도 될 일을 손을 써서 8개밖에 못한 상황은 전혀 다르다. 아무리 평가자가 기준에 따라서 적용하고, 조정을 하더라도 주관적일 수 밖에 없다. 후한 상사가 점수를 퍼주면 그 조직은 횡재를 한 것이고, 엄격하게 FM으로 평가를 하면 그 조직은 실력은 늘겠지만 볼멘소리를 할 수 밖에 없다. 조직에서 청렴한 FM이 제일먼저 집에가는 이유는 잘못되서가 아니라 불편하고 기분이 나쁘기 때문이다. 혹자는 눈치가 없다고 이야기를 한다. 조직적으로 짜고치면 편파적이라는 소리가 널리 퍼진다. 편파적인 피해는 등신력으로 무장한 사람이 보다 높은 자리를 차지하여 더 큰 사고를 낸다는 것이다. 김영수의 <간신론>을 보면 재미있는 사람 이야기가 많다.


 좋다와 싫다로 쓴 영역은 감성적인 부분이다. 사람은 어려운 일을 좋아하지 않는다. 반대급부가 제시되면, 어려운 일을 도전하는 사람이 나온다. 이만한 근거가 어디에 있는가? 그것이 아니라면 이것을 기회로 이익의 추구, 자신의 성장, 지위상승, 권한확대와 같은 개인적인 욕망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책임감(임수완수, 책임지고 사퇴는 튀는 것임)이 동기 유발요인이 되는 경우도 존재하지만 많다고 보기 힘들다. 입으로만 책임감를 논하지 말고 자신의 마음속에서 울리는 소리에 귀 기울여보자. 나도 모든 일을 책임감 때문에 하지 않는다. 모든 일을 책임감때문에 한다고 말하는 사람은 사실 거짓말을 하는 사람일 확율이 훨씬 높다. 행동이 따르지 않는 말은 매사 의심해야 한다. 슬로건, 표어는 내가 부족한 것을 해보자는 포장에 불과하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결과는 변화무쌍하다. 직무해석에서 옳바른 방향으로 직무를 수행하고 결과가 좋은 경우, 옳바른 방향으로 직무를 수행하고 결과가 나쁜 경우, 헛지랄을 했는대도 결과가 좋은 경우, 헛지랄을 엄청 하고 경을 치는 경우로 나눠서 단수하게 생각해 봤다. 현실은 애매한 경우가 참 많다.


 방향은 목표에 부합한 것으로 판단한다. 결과는 계량적 결과와 주관적인 부분이 포함된다. 주관적인 부분에는 어려가지 이유가 있다. 결과가 저만 좋고, 많은 동료에게 업무피해를 유발했는지 전체가 좋아졌는지, 결과가 나빠도 많은 동료와 기업에게 큰 도움이 되었는지, 저도 등신력을 입신의 경지로 올리고 동료의 지탄과 기업 문화에까지 악영향을 주었는지, 등신력에도 불구하고 하느님이 보우하사 만세를 부르는지 사람의 일을 참 다르다. 인생에 행운을 말하는 이유다. 사주팔자, 운세풀이가 없어지지 않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나는 직무성과에 7~80%정도의 비중, 그 외적인 부분을 2~30%정도 반영하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매번 평가지를 직원과 확인하고 의견을 듣는다.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되지만 피평가자 납득하고 서로 동의가 전제되어야 내년에도 함께 뜻을 모아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피평가자도 동료이기 때문에 그 사람이 할 수 있는 역량의 차이, 내부적 직무환경, 해외영업의 특성상 고객과 시장 환경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


 글로벌 대기업 영업을 하는 사람도 나름의 이득과 고초가 있고, 아프리카 저개발국가의 시장을 개척하는 사람도 이득과 고초가 있다. 인간에게 절대, 절대적이란 말은 금기어가 되어야 한다. 우린 항상 상대적으로 이해하고 절대적인 것을 추구하지만 그렇지 못하다. 금싸라기 땅으로 평작을 하는 것과 산골 자갈밭을 갈아서 풍작으로 만드는 역량을 재배 결과로만 비교할 수 없다. 가끔 이런 환경과 과정, 노력, 성장 잠재력을 무시하고 결과지상주의로만 하자는 싸가지 없는 것들을 보면 그 녀석들만 그 기준으로 평가를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 수준이니 그 일에 배치했지라는 말을 쉽게 하는 결과지상주의자들을 보면 앞뒤가 똑같은 발을 갖은 놈들같다. 그래야 고무신을 좌우앞뒤로 쉴세없이 갈아 신을 수 있을테니 말이다. 최소한의 일관성이 중요한 것이다.


 아직도 남아 있는 평가지를 남겨두고 있다. 그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내 의견을 내고 다시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를 해야한다. 이 일을 하다보면 내가 막쓴 글자 한 자가 본의 아니게 동료들의 인생에 영향을 준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나의 인생은 소중하고 타인의 인생은 그날그날의 기분에 따라 휘갈겨서야 되겠나하는 근심이다. 그런데 사무실에는 아침다르고, 점심다르고, 저녁다른 사람들이 많다. 그들도 뭔가 변화에 대한 자기만의 대책을 세우는 것이다. 그런 부류가 혹시 조울증, 확증편향이 있는게 아닐까 의심한다. 대단히 산만하다. 본인은 변화무쌍하고 대책을 만든다고 하지만 결과가 없으니 나는 산만하고 백해무익하다고 생각한다. 인사평가를 그렇게 한다면 선풍기에 시험지날려서 멀리뛰기를 순서대로 주는 점수가 무엇이 다른가?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사람들의 관계도 내가 생각하는 인사평가의 방식으로 생각해 봤다. 물론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직무환경이 아니기 때문에 더 많은 환경의 다양성과 변화요인이 존재한다. 회사안이지만 사람과의 관계는 직무관계를 넘어선다. 다수의 사람이 옳바르다고 판단한 일을 지지하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한다. 그렇지 않은 부류는 그 옳바른 방향이 잘못되었다기 보다는 기분이 나쁜 경우가 많다. 나쁜 이유는 업무가 나에게 더 많이 오거나 이익이 감소하거나 권한이 축소될 때다. 옳지 않다고 대다수가 판단한 일을 지지하는 부류는 그 일이 옳지 않다는 것을 몰라서가 아니라 자신에게 그 일이 좋은 방향이 되기 때문이다. 업무관계에서도 누구나 프로세스를 알지만 엄격하게 프로세스를 강요하면 강요를 받는 사람은 기분이 나쁘다. 누가봐도 그렇게 해야 프로세스가 움직이지만 내가 맡은 부분에 여유가 주어지며 누구나 좋아한다. 문제가 되면 내 여유가 아니라 지시한 사람의 탓이라고 생각하는 면피에 관한 전략적 사고 덕분이다.


 결국 직무해석과 인간관계의 균형을 어떻게 갖고 확보할까에 대한 기준, 자기 소신의 차이다.


 지도로 보는 범위는 명확하게 구역이 나뉘어진다. 그러나 실제로 가보면 구불구불하고 울퉁불퉁하다. 옳고 그름의 선을 너무 명확하게 갖고 가면 일급수가 될 지언정 사람이 주변에 없고, 그 선의 폭을 아주 넓게 갖고 가면 변덕스럽거나 또라이 취급을 받기 쉽다. 명확한 선보다는 조금 폭을 갖고 살아야 사람의 깊은 향기가 나는 것은 아닐까한다. 타인에게 요구한 일이 나에게도 요구될 때 똑같이 할 수 있는가를 생각해보면 직무과 인간관계도 훨씬 유연해 진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사람은 머리와 가슴 사이를 끊임없이 셔틀하며 "어찌할꼬..어찌할꼬"를 반문하는지 모르겠다. 옛날 늙은이들이 써 놓은 동양고전도 별반 차이가 없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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