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 중 주말이 있으면 재미있을 듯 하지만 무료하다. 대부분 주말에는 다음 행선지 이동을 한다. 어쩌다 짬이 나면 밀린 잠을 잔다. 최근에는 가까운 박물관이나 갤러리를 찾는다. 1~2만원의 지출과 함께 꽤 오랜 시간을 보내며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1월 출장에서 지인이 LA공항까지 마중을 나와주셔서 새해 인사도 드리고 오랜만에 안부도 묻고 좋은 시간을 보냈다. 출장자들의 궁색한 주말 생활을 잘 아시는지, 일만하지 말라고 타박을 하신다. 함께 간 동료에게 흉을 한참 보신다. 동료도 비슷하다. 그나마 동료는 내 덕에 출장중에 틈틈히 대군사사마의를 보느라 잠이 더 부족하다. 어딜 가보고 싶냐고 하셔서 일요일 아침 일찍 롱비치 바닷가라도 함께 가자고 했다. 첫 미국 출장에서 얼떨결에 상사의 땡땡이로 끌려간 디지니랜드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벌써 20년이 지났다. 대부분의 출장이란 호텔, 사무실, 식당, 호텔의 단순한 순환활동인데 피곤한 몸과 복잡한 머리를 식히러 잠시 바람을 쐬기로 했다.
일요일 아침에 일찍 오셨다.
"야, 내가 어제 좀 찾아보니 유니버셜 스튜디오, 디지니 랜드도 있고 레고랜드도 있네. 어디 들렀다가 쇼핑을 하던 바닷가를 하면 되겠다. 어디갈래?"
생각지도 않은 LEGOLAND!! 동료가 한 마디 거든다. 내 덕에 공주님 레고마을에 자재를 열심히 대고 있다.
"보나마나 레고랜드네 레고랜드"
운전을 안하기도 하지만 미국 길을 내가 잘 알리가 없다. Sandiego를 가는데 대략 2시간이 걸리는데 그렇게 가고 싶은 레고랜드는 어디인지 구글맵을 돌려봤다. 알아서 내려가면서 '빤타스틱 뷰포인트"에 내려주면 사진도 찍고 하시란다. 낚시를 좋아하셔서 바닷가 경치좋은 곳을 쫘악 꿰고 계신다. 내려가는 길에 멀린 망망대해가 펼쳐져있다. 동네 짱인듯한 갈매기가 나홀로 자리를 잡고 있다. 다람쥐인지 쥐인지 설치류도 사람을 겁내지 않는다.
사진으로만 보던 LEGOLAND California가 보인다. 입장권은 무려 100불이 조금 넘는다. 아이도 95불이면 가격이 낮은 편이 아니다. 디지니랜드는 145불정도라니 국내 놀이공원을 생각하면 저렴하지 않다. 그래도 버킷리스트인데 지르는거지. 인생 뭐 있나. 나중에 고객사에서 '주말에 남자 어른 둘이 레고랜드에 갔다니 참 볼만하다', '거기 갈꺼면 연락을 하시죠, 애들 데리고 따라나설텐데' 이런 소리를 많이 들었다.
어차피 놀이기구는 탈 일이 없으니 "LEGOLAND Product"를 파는 매장부터 들렀다. 이 가게 앞에 Big Shop이 있는데 어차피 요즘은 집에 쌓아둘 곳도 없다. 많은 레고인들의 고민은 집의 크기 또는 창고의 소유 여부다. 이것저것 다양한 shop이 많다. 그래서 이것저것 조만한 것들을 열심히 사게된다. 나중에 영수증을 보니 꽤 많이도 사셧다.
호텔로 돌아와 오늘의 전리품을 보는 즐거움과 big shop의 전시품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작은 BB8을 보는 즐거움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