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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예스44

베토벤, 그의 ‘유일한’ 바이올린 협주곡 -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 op.61] 모차르트(좌)와 베토벤(우) [출처: 위키피디아] 베토벤과 모차르트는 열네 살 차이가 납니다. 당연히 모차르트가 연상이지요. 하지만 모차르트는 베토벤이 스물한 살이던 1791년에 사망합니다. 베토벤은 그 다음해에 오스트리아 빈으로 이주해 하이든을 사사하면서, 빈의 음악가로서 본격적인 발걸음을 내딛게 됩니다. 또 그 다음해에는 리히노프스키 공작 등 빈의 유력한 음악후원자들과 친교를 맺기 시작하지요. 이어서 스물다섯 살이 되던 1795년에 마침내 빈에서 피아니스트로 데뷔합니다. 그렇습니다. 베토벤은 선배인 모차르트가 그랬듯이, 당대의 뛰어난 피아니스트였습니다. 그러고 보면 이 두 사람이 서양음악사에서 바통을 터치하는 시기가 참으로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이 두 피아니스트의 스타일은 여.. 2013. 9. 7.
음악으로 쓴 여행기 - 리스트, 순례의 해(Annees de Pelerinage) 피아니스트들이 가장 갖고 싶어 하는 최고의 명품 피아노는 무엇일까요? 금방 답이 나오는 질문입니다. 잘 알려져 있듯이 그 유명한 ‘스타인웨이’입니다. 하지만 스타인웨이는 20세기에 들어와서야 명성을 얻은 피아노 제조사입니다. 그 전에는, 그러니까 19세기에는 영국의 브로드우드사(社)가 유명했습니다. 스위스 사람인 브루크하르트 슈디가 1728년 런던에 설립한 회사인데요, 1770년대에 사위인 존 브로드우드가 물려받아 유럽 최강의 피아노 제조사로 키워냅니다. 정식 명칭은 ‘브로드우드 앤드 선즈’(Broadwood & Sons)입니다. 독일계 이민자인 스타이웨이가 미국 뉴욕에서 ‘스타인웨이 앤드 선즈’(Steinway & Sons)를 창업한 것이 19세기 중반의 일이니, 브로드우드사의 연혁은 그보다 100년 .. 2013. 9. 7.
[STEP 16] 그의 첼로 소리가 심장을 뛰게 하는 까닭 -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사람을 닮은 악기, 첼로 첼로를 연주하는 파블로 카잘스, 40대의 모습 첼로 연주는 오묘한 데가 있다. 첼로는 워낙 큰 악기라, 연주자는 첼로를 온몸으로 안은 채 연주한다. 젊은 연주자가 첼로를 만지는 우아한 손길을 보는 것도 좋고, 흰머리 지긋한 할아버지가 품에 꼭 맞게 첼로를 안고, 현을 쓸어내리며 연주하는 모습을 볼 때도 마음이 따뜻해진다. 첼로는 사람의 심장 가까이에서 울리는 소리다. 게다가 사람 목소리와도 가장 가까운 소리를 낸다. 첼로는 사람을 닮은 악기다. 그 첼로가 연주하는 곡 중에 ‘성서’로 불리는 곡이 있는데 바로, 바흐의 이다. 전조로 불리는 첫 소절을 들어보면, 친숙하다. 음이 낮게, 또 빠르게 움직인다. 건반처럼 현을 누르고, 활을 긁어대는 것뿐인데 첼로가 그렇게 깊고 여린 소리를.. 2013. 8. 23.
청중의 지루함을 단숨에 날려버리다 - 하이든, [교향곡 94번 G장조 ‘놀람’] ‘소나타’라는 말을 많이 들어보셨지요? 고전주의 음악을 감상할 때(물론 낭만주의 음악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개념입니다. 한국에서는 자동차 모델명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요. 저도 이 차를 한 7~8년쯤 운전했던 적이 있습니다. 오늘은 음악적 개념으로서의 ‘소나타’는 무엇인지를 잠시 설명하고 넘어가도록 하지요. 사실 지금까지 ‘내 인생의 클래식 101’에서 ‘소나타’라는 용어를 직접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소나타 개념에 대해서는 자주 얘기했던 것 같습니다. 하이든이나 모차르트, 베토벤 등의 악곡을 설명하면서 ‘도입부’라든가 ‘1주제’, ‘2주제’ 등의 표현이 자주 등장했던 것이 기억나시지요? 그런 것들이 바로 ‘소나타’라는 음악적 형식을 이루는 요소들입니다. 오늘 얘기하는 것은 ‘소나타 형식’(Sonata F.. 2013. 8. 22.
[STEP 15] 책 읽을 때 들을 수 없게 된 음악 ? 쇼팽 [녹턴] 쇼팽을 처음 들은 날 윤디 리가 연주하는 쇼팽 쇼팽의 음악을 들었던 날이 떠오른다. 무더위가 오기 직전, 쓸데없는 생각들이 머릿속에 가득해 아주 피곤한 어떤 오후였다. 작은 내 방에 들어오자마자 손에 잡히는 CD를 오디오에 넣고 볼륨을 한껏 키운 채 쭈그려 앉아 있었는데, 그때 오디오에서 흘러나온 음악이 쇼팽의 이었다. 잘 알려진 작품번호 9번, 그 첫 번째 피아노곡이 흐를 때 나는 멍하니 고개를 들었다. 투명한 물방울이 피아노 건반 위를 또르르 굴러가는 소리였다. 아무 생각도 없이 5분 동안 그 음악에 완전히 집중했다. 아.름.답.다. 그 소리는 그 어떤 생각도, 정념도 지워버리고 음악의 아름다움, 거기에만 집중하게 했다. 어디선가 스쳐 간 적 있는 익숙한 선율이었지만, 이날은 완전히 새롭게 들렸다. .. 2013. 8. 7.
‘고고한 양식기' -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29번 B플랫장조 ‘함머클라비어’ 에밀 길렐스(1916~1985)의 연주를 들으면서 이 글을 씁니다. 우크라이나 오데사 출신의 피아니스트. 모스크바음악원에서 겐리흐 네이가우스(1888~1964)에게 피아노를 배웠으니, 또 한 명의 러시아 출신 거장인 스비아토슬라프 리히테르(1915~1997)와 동문(同門)입니다. 네이가우스 문하는 그야말로 러시아 피아니즘의 명가(名家)라고 할 만하지요. 피아니스트 스타니슬라프 부닌(1966~)의 할아버지이기도 한 네이가우스는 뛰어난 연주자들을 숱하게 키워낸 당대 최고의 피아노 선생이었습니다. 물론 그중에서도 리히테르와 길렐스만한 사람을 꼽기가 어렵지요. 그런데 네이가우스 학파의 상징적 존재였던 두 피아니스트의 관계는 어땠을까요? 리히테르는 한 살 아래인 길렐스에 대해 “정직한 음악가, 경이로운 피아니스트.. 2013. 8. 7.
“화강암 바닥 위에서 타오르는 맹렬한 불길” -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23번 f단조 op.57 ‘열정’] “나는 이보다 훌륭한 음악을 모릅니다. 매일 들어도 좋을 거요. 인간이 이런 기적을 만들 수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낍니다. 미래는 공포의 교향곡이 아닙니다. 미래는… 베토벤입니다. 투쟁과 시련을 넘어 환희로! 미래는 자유 투쟁의 불꽃입니다.” 누가 한 말일까요? 러시아의 혁명가 레닌이 했던 말입니다. 물론 레닌이 실제로 이와 똑같이 말했는지는 확실치가 않습니다. 1963년의 소련 영화 에 등장하는, 영화 속 레닌의 대사입니다. 때는 1920년 가을, 레닌이 탄 차가 모스크바 밤거리를 달리다가 친구인 소설가 막심 고리키의 집 앞에서 멈춥니다. 그날 고리키의 집에는 피아니스트 이사이아 도브로베인도 있었습니다. 고리키가 도브로베인에게 베토벤의 ‘열정’을 연주해달라고 청하지요. 연주가 끝난 뒤 레닌이 앞에서 .. 2013. 7. 28.
[STEP 14] 세기의 바람둥이, 그리고 그를 기다린 여인의 노래 - 그리그 [페르 귄트 모음곡] 입센의 희곡에 붙인 관현악곡 페르 귄트 모음곡의 첫 번째 곡 - Morning Mood ‘페르 귄트’라는 제목을 보고, 작곡가 그리그가 페르 귄트라는 사람에게 헌정한 곡인가 싶었는데, 으로 잘 알려진 극작가 입센이 쓴 희곡의 제목이자 주인공의 이름이다. 페르 귄트는 노르웨이 민속 설화를 바탕으로 쓴 5막짜리 희곡이란다. “지난주에는 동유럽 체코 출신의 음악가들에 관해서 이야기해보았다면, 이번 주에는 북구 유럽 음악가를 만나볼까. 노르웨이는 피요르가 아름다운 나라지. 언젠가 꼭 한번 방문해보고 싶은 곳이야. 노르웨이 출신 음악가 그리그는 바로 옆 나라인 핀란드 출신 시벨리우스와 함께 북유럽을 대표하는 작곡가야.” 오늘의 미션곡, 페르 귄트 모음곡은 낯선 제목과 달리 굉장히 친숙한 곡이다. 워낙 개성 있고,.. 2013. 7. 28.
평생 잊을 수 없는 것들에 관하여 - [드보르작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 한번 가보면 잊히지 않는 도시, 프라하 전 세계에 수많은 나라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체코는 내가 손에 꼽을 만큼 좋아하는 도시다. 매년 여행을 떠날 때마다 새로운 나라의 호기심이 나를 자극하지만, 체코에 대한 그리움도 대단히 커서, 새로운 나라를 여행할지, 다시 체코에 다녀올지 한번은 꼭 고민하게 된다. 체코는 오래 시간을 두고 천천히 여행할수록 좋은 도시다. 그림 같은 빨간 지붕. 강을 따라 아기자기하게 어우러져 있는 집. 동네 풍경을 만끽할 수 있는 트램, 해 질 녘, 한밤중, 새벽마다 얼굴을 달리하는 까를교, 맛있는 음식과 더 맛있는 맥주까지. 체코는 그대로 일 년이고 이년이고 살아도 좋겠다 싶은 여행지 중의 하나다. 그렇게 프라하에서 일상 같은 여행을 즐기고, 근처 오스트리아 빈으로 넘어갔는데, .. 2013. 7. 20.
그녀에게 -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14번 c샤프단조 ‘월광’] 베토벤은 정치적으로 공화주의자였습니다. 하지만 그가 사랑한 여인들은 하나같이 귀족 집안의 딸들이었습니다. 그것은 모차르트와 매우 다른 면모였습니다. 모차르트는 워낙 어릴 때부터 귀족들의 총애를 받았을 뿐더러 궁정에서 공주들하고 술래잡기를 하고 놀았던 귀염둥이였지요. 그러다보니 자신을 ‘유사 귀족’으로 착각했던 측면이 있습니다. 잘츠부르크의 콜로레도 대주교 밑에서 ‘음악하인’으로 일하던 시절에 “나는 식탁에서 서열이 가장 낮다”고 불평을 터트렸던 이면에는 그런 자의식이 자리해 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결혼이라는 문제 앞에서 현실적이었습니다. 알려져 있다시피 그의 아내가 된 콘스탄체는 모차르트가 머물렀던 하숙집의 셋째 딸이었습니다. 모차르트는 그렇게 평민의 딸과 결혼했습니다. 음악도 그렇습니다. 모차르트의 음.. 2013. 7. 18.
[STEP 12] 클래식계의 코스모폴리탄, 헨델을 아시나요 - 헨델 [메시아] 많이 닮았고, 많이 달랐던 헨델과 바흐 헨델의 이름을 듣자 바흐가 떠올랐다. 지난번, 바흐의 을 들으면서, 바흐를 음악의 아버지라고 소개할 때, 헨델의 이름을 언급했던 기억이 난다. 그렇다. 헨델은 음악의 어머니로 불리는 음악가다. 1685년 같은 해, 같은 국가에서 태어난 이 둘의 특별한 인연 덕분에, 헨델을 이야기할 때도 바흐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가 없다. ([STEP 8] 바흐, 보러 가기-http://ch.yes24.com/Article/View/22208) 헨델은 내게 이름만으로 존재하는 음악가지만, 바흐는 나에게 음악으로 기억되는 작곡가다. 문학이나 영화에서도 곡 제목으로, 혹은 한 소절로 접한 적이 있어서, 음악의 어머니보다 아버지가 유명하구나, 생각했다. 하지만 여덟 번째 미션에서 ‘흥부 .. 2013. 7. 12.
베토벤이 가장 행복했던 시절에 쓴 ‘슬픈 노래’ - [피아노 소나타 8번 c단조 op.13 ‘비창] “나는 베토벤과 영원히 함께 살아갈 것이다.” 피아니스트 알프레트 브렌델(82)이 40대 시절에 어떤 인터뷰에서 했던 말입니다. 당시의 브렌델은 이미 베토벤 소나타 전곡을 완주한 뒤였습니다. 그래서 음반회사와 하이든의 소나타를 차기작으로 녹음하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던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이 피아니스트에게 최고의 음악은 언제나 베토벤이었나 봅니다. 브렌델은 그냥 입에서 나오는 대로 대충 말하는 사람이 아니지요. 그는 같은 인터뷰에서 이런 말도 합니다. “나는 지금 40대이지만 아직도 배우고 익혀야 할 것들이 무궁무진하다. (중략) 나는 언제나 베토벤의 작품에서 새로운 신비를 발견하며, 이러한 발견은 계속 이뤄져야 한다. 내가 만약 베토벤의 총체성을 성취했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처럼 슬픈 일도 없을 것 .. 2013. 7.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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