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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궁에 발걸음을 해 본 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서울 시내에 고궁이 많고, 덕수궁처럼 현대식 건물이 함께 있는 궁은 드물다. 시간을 더듬어봐도 언제 왔었는지 10년은 더 된 듯하다. 기사에서 본 수묵별미를 보러 덕수궁에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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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궁궐이 인의예지신과 같은 유교의 논리에 따라 이름을 붙였다는 기록을 본 적이 있다. 그런데 볼 때만 '아하' 그러고 나면 잊어버리는 시간조차 기억나지 않는다. 입구인 대한문 현판이다. 입구 앞은 여전에 노인네들 스피커를 켜놓고 아무 말 대잔치를 하고 있다. 저 멀리에서는 전자드럼 소리와 함께 왠 놈이 또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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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다 보니 광명문이 있다. 이름이 맘에 들어 지나쳤다 다시 돌아와 정문 한가운데로 들어가 보기로 했다. 새해가 시작되고, 설날도 다가오고 세상 곳곳에 빛이 있을 곳에 광명이, 그 이면에 어둠과 그림자가 있어야 할 곳도 빛에 따라 바르게 위치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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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궁 안의 나무들이 참 멋들어진다. 한 쌍이 만들어 내는 모습과 고목처럼 늙어가는 모습과 달리 파란 잎을 풍성하게 피우는 나무를 보며 올해 나는 어떻게 살아내야 할까?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게 된다. 우리도 매일매일 흘러가는 듯하지만 나무처럼 하루하루 껍질을 벗고, 새 잎을 내고, 꽃을 피우고 해가는 과정을 지나가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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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내가 도착한 시간에 국립현대미술관 큐레이터가 각 작품들을 설명해 주고 계셨다. 시간을 잘 맞춰가면 작품, 작가의 설명이 곁들여져 풍성한 재미가 될 듯하다. 입구에서 QR 코드를 스캔해도 오디오를 들을 수 있는데 영어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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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비가 이 그림 교과서에서 봤다고 한 그림이다. 사진을 찍어서 한 장 보내줬다. 묵과 붓으로 그려낸 그림에 점점 색이 입혀져 가고 서구적 그림의 기법도 사용되는 시대의 변화도 볼 수 있다. 다양성이라 말하고 필묵은 시대를 반영한다는 설명이 맘에 쏙 든다. 한중의 그림을 한 자리에서 본다는 재미가 있다.
동양 3국의 문화를 보면 폰트의 획일성이 강한 알파벳보다 훨씬 멋있다. 당장 간판, 영화 포스터만 봐도 멋진 서예체의 글씨는 이쁘고 화려한 캘리그라프 수준보다 강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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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냐 붓으로 그리겠지만 색조가 들어간 수채화를 보면 사람들 참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끊임없이 움직이는 모습을 머릿속에 사진처럼 찍었을까? 순간을 포착하고 일상에서 시를 찾고, 장면에서 의미를 찾아내는 화가들의 재능은 대단하다. 이것을 또다시 이해하기 어려운 철학만큼 입체적인 감각을 들어내는 능력은 나 같은 일반인 나에겐 알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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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혁명 기간 산업생산을 독려하는 그림이라고 쓰여 있었던 것 같다. 의미를 떠나 베이비들은 언제가 옳다. 어제도 퇴근길에 아장아장 걷는 아이가 참 이쁘다. "고 녀석 참 좋을 때네"라고 했더니 아이 부모님들이 되려 인사를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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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본 그림 중에 가장 맘에 든 그림이다. Winter는 지나가는 중이고 또 봄이 올 것이다. 낙관처럼 붉은 꽃 잎 한 두 개가 있으면 이쁘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힘차게 솟아오른 가치와 줄기가 힘차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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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레이터의 낭랑한 목소리를 귀동냥할 때 이 그림인지 작가의 그림인지도 교과서에 기재된 듯하다. 순한 얼굴과 달리 휘날리는 갈기와 꼬리가 멋지다. 그림 제목은 전쟁용 말이란 의미인데 참 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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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원짜리 세종대왕 얼굴이 자화상 아니냐는 논란의 운보가 그림 말 그림이다. 중국과 한국의 말 그림이 비슷하고 또 다르다. 그런데 갑자기 이중섭의 소가 내겐 훨씬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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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묵화, 수채화만 있는 것도 아니다. 여러 가지 재질과 형태의 작품도 볼 수 있다. 기대보다 볼 만한 작품이 없다는 어르신들의 말도 있지만 묵과 농담으로 표현되는 그림의 담백함처럼 조금 심심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또 그 맛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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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테나가 곳곳에 올라온 집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과거 산수화들이 노인과 아이, 물, 산, 구름등 평온한 모습을 담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한 그림에서는 한 늙은 농부는 왼쪽으로 걸어가고 더 멀리 다른 늙은 농부는 소를 끌고 오른쪽으로 걸어가는 그림이 있다. 사람이 나무만 하다고 따지기 전에 그런 원근감이 없는 그림이 또 보면 즐겁다. 문명은 조금씩 발전하고 산속의 길이 판자촌을 그림 그림의 골목길과 교차하니 또 쓸데없는 생각이 많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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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지 모르겠지만 '금강산인가?'라는 생각이 보자마자 떠오르는 그림이다. 저렇게 폭포가에서 경치를 구경할 여유가 좀 생기면 좋겠다.
주말 지하철 왕복, 덕수궁 입장료 천 원, 수묵별미 입장표 4천 원 내고 하루를 잘 보내듯 하다. 마나님이 6시에 밥을 준다고 해서 서둘러 집으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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