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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공연 (劇)

義와 不義의 전쟁, 그 심장을 노려라 - 한산: 용의 출현 (Hansan: Rising Dragon,★★★★★)

by Khori(高麗) 2022. 7.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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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 5백 원짜리 지폐와 백 원짜리 동전에 새겨진 이순신을 매일 손으로 매만지고, 광화문 한복판에서 수도를 지키는 성웅 이순신은 항상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 모두들 알지만 이순신을 조금 더 알아가는 일은 관심과 정성이 필요하다. 영화를 보기 전 '이순신의 바다'란 책을 접했다. 해전의 기록이 충실해 영화를 보는데 즐거움을 더해준다. '사야가 김충선'이란 항왜장 이야기도 생각나는 영화다. '난중일기'는 정말 읽기 쉽지 않았고, '이순신의 두 얼굴'은 참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내가 갖는 의문 중 하나는 '모두들 이순신을 추앙하지만 상대적으로 친금감과 매력은 떨어질까?'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한일 강제병탄으로 강점기를 보낸 후유증일까? 이순신을 떠올릴 때 이상하게 '토착 왜구'란 단어가 연상되는 것을 보면 조선과 왜, 한국과 일본은 참 가깝고도 먼 나라라는 생각이 앞선다.

  임진년 왜란이 발생하고, 전쟁의 양상을 바꾼 한산도 대첩이다. 곡창지대를 지켜내고, 지상군들의 현지 보급에 차질을 주는 것으로 침략의 속도를 죽이며 재기의 발판을 만드는 과정이 영화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영화 속에서 아직 원균이 득의양양한 것을 보면 정유재란 후 칠천량의 참패로 풍전등화의 역경 속에서 일궈낸 '명량대첩'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영화 속에서는 원균에 대한 예의 바른 존중이 표현되나 난중일기 속의 비판과 불편한 속내도 기억난다. 이순신과 원균이 상황을 대처하는 태도를 통해서 의(義)는 무엇인가를 짚어볼 수 있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준사가 묻는 임진왜란에 대한 정의다. 나라와 나라가 싸우는 것이 아니라 '의(義)와 불의(不義)의 전쟁'이라고 정의한 대사가 참으로 와닿는다. 모든 분쟁에 있어 내가 옳다고 주장하기 때문에 싸운다. 욕심이나 힘이 있기에 당연한 권리라는 주장 속에 '내가 맞다, 옳다'라는 생각이 담겨있다. 중요한 것은 그 옳다는 생각이 의로운 것인가의 문제라는 대사가 많은 생각을 던져준다.

 

 2014년 '명량'이란 영화가 개봉되어 국내 최고 관람객을 이끌었다. 그리고 대한민국은 격랑의 시간을 보냈다. 이 시대적 사건이 '義와 不義의 전쟁'이라 말해도 과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제작은 2021년이지만 2022년이 되어 다시 '한산'이란 영화가 나와 다시금 義와 不義의 전쟁'을 말하니 격세지감인지, 동시대에 대한 공감인지 곰곰이 되짚어 보게 된다. '노량 : 죽음의 바다'란 영화가 나온다니 즐거운 마음과 지금 이 시대가 또 '義와 不義의 전쟁'을 하는 것은 아닌가 우려되기도 한다. 

 

 이순신이 영화 속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말하고 그의 기록 속에서 적들이 한 놈도 돌아가지 못하게 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많이 보여줬다. 이 압도적인 승리는 나라와 나라의 전쟁에 관한 것일까 아니면 '義와 不義의 전쟁'을 말하는 것일까? 그가 성웅이라 일컬어지는 것은 역사적 사실과 그의 혼이 항상 우리를 일깨우기 때문이란 생각이다. 이런 걸 국뽕이라고 한다면 '네 놈이 토착 왜구구나!'라고 말한다 하여 불의하거나 과하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녹둔도 전투는 학익진의 구상을 완성시키는 기제가 된다. 해군에서 육군의 기억을 소환하여 다시 해전에 학익진을 구상하는 감독의 상상은 절묘하다. 이순신의 성과와 성과를 촘촘히 이어가는 노력이 참 좋다. 성(城)과 같은 지형지물의 높은 위치에서 고구려성의 호와 같이 둘러싸 집중포화를 보내는 것은 당연히 유리하다. 공성을 위해 몇 배의 병력이 필요한 이유를 알게 되는 이치다. 그러나 해전에서 학익진을 펼친다는 것은 압도적인 전력과 화력이 아니라면 위험한 요소가 많다고 생각한다. 돌파형 진이 허리를 끊고 배후를 공격하면 전체 진형이 무너지고 각개격파를 당할  있다고 생각한다. 와키자카가 광교 전투의 성공을 재현하려는 생각을 통해서   있다.  와중에 감독은 '웅치전투'까지 꼼꼼하게 챙겨 넣었다. 

 

 김한민 감독이 '활', '봉오동전투', '명량', '한산', '노량'의 영화를 순서대로 보면서, 이런 국뽕이라면 과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생각한다. 병자호란, 항일운동, 임진왜란, 정유재란이란 국란의 시기를 '義와 不義의 전쟁'으로 규정한다고 접근하기 때문이다. 

 

 영국의 넬슨도 이순신을 따라잡기 힘들다. 이순신을 아는 해군 중 감히 그와 성과를 비교하는 사람들은 적다. 심지어 일본의 해군도 겸손함을 말한다.  과정에 학익진과 구선(거불선)에 대한 집중 관심이 이루어지는 장면이다. 사실 우리의 판옥선 장점도 부각되어야  부분이다. 영화 속에서 거북선에 대한 다양한 논쟁을 소재로 나대용과 더불어 재미있게 끌어냈다. 열악한 전력을 화력으로 극복하는 모습도 보여준다. 천지현황의 압도적 화력이  실감 나는 이유가 있다. 힘으로 승리하는 것이 아니라 의로움이 있기에 승리한다는 마음이 들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명량'과 '한산'에서 이어지는 공통점이다. '명량'에서는 이정현이  위에서 해전을 바라보는 장면이 나온다. '한산'에서는 영화 속에서는 이름이 안 나왔던  같은데 정보름(김향기)이 다시금 한산의 해전을 바라본다. 남편을 잃은 여인, 천한 기생의 신분임에도 누구보다 의롭다고 생각되는 여인이다.  여인들이 마치 소녀상처럼 느껴진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한국 영화가 좋은 점이라면 포스터와 포스터를 가르는 멋진 붓글씨가 아닐까? 영문 캐릭터의 폰트보다 멋진 서예로 포스터를 만드는 한국 영화가 세종의 한글의 미적 수준을 표방하고, 이순신이란 의로운 콘텐츠로 포장했으니 더할 나위 없이 만족한다. 박해일의 어깨가 조금  넓었으면 훨씬  멋있었겠다는 자금 아쉬움과 김윤석, 백윤식, 허준호, 정재영이 나오는 노량해전도 기대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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