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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공연 (劇)

그럼에도 사람에 미치다 - 헤어질 결심 (Decision to Leave ★★★★)

by Khori(高麗) 2022. 8.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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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휴 마지막  가족들과 삼겹살 외식을 했다. 날이 더워 콜드 브루  잔을 먹으며 천천히 돌아왔다. 회색 그러데이션처럼 펼쳐진 하늘이 마치 흑백 영화 같다. 언제 비를 뿌려도 이상하지 않은 날씨인데  방울 떨어지다 만다. 운이 좋은 것인지 비를  피해 다니는 것인지 이런 기분이 드는 연휴의 마지막 날이다.

 

 습한 바람이 분다. 하늘은 점점 어두워진다. 이런 날은 변덕스럽게 보인다.  기분도 변덕 때문에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렵다. 멜로드라마라고 생각하던 헤어질 결심을 보고 나니  묘한 기분과 상념이 생긴다. 탕웨이의 어설픈 한국 말이 영화의 흐름에 어색함을 주지 않는 것이 신기하다. 마지막 파도소리에 맞춰 들리는 탬버린 소리가 오래전에  '만추'의 마지막 장면에 녹아있던 풍경소리와 겹친다. 

 

 스틸 사진 속에 마주한 두 사람은 울림으로 서로 통하지만, 그들을 가로막은 큰 기둥이 장벽처럼  둘을 나누고 있다. 이런 복잡 미묘한 상황은 이성적인 판단만으로 계산하기 어렵다. 아니 쉬울  있다. 그러나 인간과 인간을 연결한 선처럼 흐르는 감정은 돌이킬  없는 일과 돌아가고 싶은 충동을 만드는 것도 사실이다. 어쩌면 모든 사람이 외줄을 타는 것과 같은 사람의 선을 마주할 때가 있지 않을까?

 

 스토리의 속에서 Why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서래는  그에게 마음을 품게 되었을까? 어쩌면 해준은 다가가는 시간만큼 연민과 애정을 갖게 되었을지 모른다. 서래의 이중적 모습은 상당히 인상적이고  편으로는 바보 같고 애틋하다. 동시에 무섭다.  생각해보면 서래의 대사는 해준을 향한 자신의 마음이란 생각을 하고, 해준은 서래에 대한 마음을 품고 있지만 사건과 관련된 이성적 대사가 대부분이다.  소통 방식이 기묘하게 합을 이루어 낸다고 생각하게 된다. 

 

 스토리에서 용의자와 경찰이 사람에 끌리는 것은 있을  있다.  감정 중에 사람에 대한 애정이 된다는 것은 일반적이라고  수는 없을 것이다. 애인이 살인자인 것과 살인자를 사랑하기 시작하는 것은 다른 일이기 때문이다. 극 중에서 탕웨이의 모습이 섬뜩했던 장면이라면  번째 사건에서 김신영과 대화하다 장롱 문을 열어젖힐 때였다. 그러나 대부분의 장면에서 서래는 보는 이에게 동정심을 끌어내는  같다.  그럴까? 하나는 진심이기 때문일까? 살인과 사랑의 목적이 동일하다고 해야 하나? 뭐라  정리해서 말하기 어렵다. 이런 점이 스토리와 연출의 목적이 아닐까?

 

 영화를 보고 나서 박찬욱 감독의 작품을 알게 되고, 정영숙이란 배우가 할머니 역으로 나왔다니 머쓱하다. 예상하지 못한 김신영의 출연이 아주  어울린다. 감독의 작품을 보면서 무뢰한(The Shameless)란 영화를 되짚어본다. 경찰과 여인이란 동일한 구조다. 사실  영화를 보며 탕웨이가 아니라면 전도연이 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렇게 저렇게 어떤 끈이 연결된 느낌을 갖게 된다. 

 

 말복도 지나고 처서가 지나면 추석이다. 선선해지면 음기가 퍼지고 남자들이 싱숭생숭한 계절이라는 음양오행에 입각한 농담이 생각나다. 이럴  정신 바짝 차리고 살아야지. 영화 속의 서래는 그럴싸하지만 현실에서 만난다면 음... 앞을 예단하기 어렵고 무섭도다.

 

#헤어질결심 #박찬욱 #탕웨이 #박해일 #이정현 #한국영화 #무뢰한 #kh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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