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남을 보는 또 다른 관점 - 수리남 (★★★★)

 뉴스에서 수리남 국가에서 드라마에 관한 불만 뉴스를 봤다. 어떤 드라마일까? 궁금증이 생겨 주말 정주행을 하니 오후가 다 가버렸다. 요즘 너무 핫해진 박해수, 다시 본업으로 돌아오는 하정우, 명성을 갖고 있는 황정민의 배역이 화려하다. 내게 조우진의 연기가 가장 돋보인다. 게다가 수춘도를 아주 재미있게 봤는데 장첸이 첸진 역으로 나와서 반갑다. 파블로 에스코바르에 관한 넷플릭스는 조금 지루한 감이 많아 지쳐서 포기했는데, 한국 영화의 탄탄한 구조와 세밀한 설계가 돋보인다.

 

 6편을 보며 드라마의 긴장감보다 다른 생각을 많이 했다. 사람들은 현실을 믿지 않고,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것을 믿는다. 그래서 고통스럽고 마약에 미친다는 대사를 듣고 느끼는 점이 많다. 누군가 세상은 희망과 열정을 갖고 살아간다고 말하고, 누군가는 결핍을 채우는 형태로 움직인다고 말한다. 두 가지 말이 같은 방향이라고 할 수 있지만 바라보는 관점의 방향이 다르다. 세상은 또 이 똑같은 것에 대한 다른 관점을 두고 서로 틀린다고 많이 다투기도 한다.

 

 잘 구성되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단순한다. 하정우의 말처럼 남의 인생에 깜빡이도 켜지 않고 느닷없이 쳐들어온 변화를 대하는 자세 때문이다. 같은 사건에 누군가는 치밀한 계획을 갖고 진입하고, 누군가는 난데없는 사태를 헤쳐나가 생존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 그려지고 있다.

 

 몇 해전 인생에 난대 없이 찾아온 이런 변화 속을 걸으며 큰 일없이 잘 지내온 과정이 파노라마처럼 스쳐갔다. 영화처럼 마약이 오가거나 총격전이 난무하는 일이 일상에는 없다. 단지 마약처럼 큰 재물이 오가고, 총격전 대신 많은 논쟁이 말과 글을 통해서 난무하는 일이 흔할 뿐이다. 

 

 중요한 것은 난대 없이 찾아온 변화를 대하는 자세다. 장밋빛 그림을 그리던 사업이 허공에 날아갔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떻게 행동할까? 10억을 빌려주고 대금지급시기에 상환보다 다시 20억을 빌려달라는 것과 같은 상황이 펼쳐진다. 아무리 좋은 대의명분이라도 생존과 가족의 위험을 자초하는 일을 하는 하정우가 무모해 보인다. 내 생각에 이런 무모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세상에 적지 않다고 생각한다. 할 수 있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의 차이를 이해하고 그 차이를 극복할 방법을 점검하기보다 좋은 결과를 상상하는 것만으로 기분이 좋기 때문이다. 세상일이 그렇게 쉬우면 좋으련만.

 

 생존하는 사람은 강하다. 하정우는 여러 번 마주하는 변화 속에서 다양한 생존 결정을 한다. 전요환에 협조하고, 다시 첸진과 협력하고, 최창호와 협력하며 그들에 끌려다니는 것 같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들의 중심에서 생존을 지켜낸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첸진을 찾아간 장면이다. 변기태보다 목숨을 살려주고 거래기회를 확보하기로 한 약속을 어긴 강인구에 대한 분노가 더 클 수 있는데. 이런 판단이 강인구에겐 어떻게 생긴 것일까? 긴 설득의 과정이라고 보이지만 상황에 대한 이해와 상황에 맞는 내러티브의 힘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 내러티브의 근원은 결국 생존에 대한 강렬한 욕망 때문었을까?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상황에서 제정신을 유지하며 판단과 선택을 하는 일은 대단히 어렵다.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은 불안감을 주고, 사람을 위축시키고 시야를 좁게 만든다. 이때 한 호흡을 길게 하며 조금 물러나 조망하고 다시 들어가는 일이 말은 쉽지만 그렇지 않다. 이런 모습이 강인구와 전요환의 행동을 통해서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첸진의 전요환의 말처럼 머리가 좀 나쁘고 소심하다. 문제를 맞서고 더 많은 정보를 통해 상황을 인식하고 장악하려는 시도가 부족했기에 얻는 것이 없다.

 

 멘탈도 꼭 타고나는 것만은 아니다. 바보도 확실한 패가 있으면 목소리가 커진다. 상황을 이해하고 장악할 전략이 있다면 유리 멘탈도 강화유리 코팅한 것처럼 탄탄해질 수 있다. 그것은 대부분 관찰, 상황의 이해, 주도권자의 입장을 이해하고 고려한 가능성, 이 조합에서의 확률을 따지는 일이다. 강인구의 방향이 그렇다. 그런데 우린 현실에서 믿고 싶은 것을 믿는 고통과 불만만 갖고 있지 이런 생각을 얼마나 할까?

 

 또 다른 시사점은 실행의 부지런함이다. 만약 일상에서 우리가 강인구, 전요환, 첸진처럼 부지런을 떨면서 살아간다면 무엇을 해도 꽤 괜찮은 결과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 '까짓꺼 내일 하지', '안 하면 또 어때', '내일의 내가 어떻게든 하겠지'와 같은 안일함, 피로에 지친 포기가 생존력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한다. 불법이 부지런하단 말도 있으니 이런 생각이 완전히 빗나간 생각은 아니다. 부지런을 떨어도 쉬지 않고 얼마나 할 수 있는가의 문제다. 그렇기 때문에 생각의 힘을 키우고, 계획을 잘 세워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 시간 단위에 휴식과 게으름을 넣어 삶의 균형을 찾는 것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발군의 연기는 조우진이 아닐까 생각한다. 영화 내부자들에서부터 확실한 인상을 받았다. 최종병기 활에서는 크게 부각되지 않았지만 그 이후 사극, 현대극을 통해 다양한 역할로 돋보이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특히 이 작품에서 조금 터프한 모습, 조선족 조폭의 모습과 국정원 요원의 모습을 오가는 연기가 가장 돋보인다.

 

#수리남 #조우진 #장첸 #황정민 #박해수 #하정우 #넷플릭스 #kho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