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소수의견'을 본지 오래됐다. 오늘 다시 보며 벌써 10년이 지났다는 사실이 놀랍다. 한 번은 배우로 출연한 이경영 씨를 공항에서 본 적이 있다. 내 기억에 2010년 이후 수많은 영화를 보면 이경영이 출연한 영화와 출연하지 않은 영화로 구분할 만큼 다작이었다. 장르를 가리지 않고 새롭게 출발하기 위한 헌신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다시 영화를 보며 상당히 많은 배우들이 참여했다는 사실이 재미있다. 정치적 편향과 성향이 나타난다고 볼 수 있지만, 수많은 단역을 보면 꼭 그렇게만 단정 짓기도 어렵다. 게다가 박해수가 출현했다는 사실을 알게 돼 신선하다.
사실과 무관하다는 영화는 2009년 용산참사의 배경지식이 활용될만한 주제다. 하지만 전반적인 이야기의 구성은 국가란 이름의 공권력에 관한 주제라고 생각한다. 법원에 서 있는 정의의 여신은 칼과 천칭 저울을 들고 있다. 공정, 정의, 편향되지 않는 객관적 사고를 상징한다. 그럼에도 인간은 불완전하고, 객관적이기 힘들고, 오류를 포함한 존재다. 법조문의 오류보다는 다양한 상황에서 법을 해석하는 문제는 시대를 떠나 계존 존재해온 문제다. 단지 내가 살아가는 시대가 공정과 정의가 충만한다면 이것이 가장 큰 행운이란 생각을 한다.
처음 영화를 본 기억을 더듬으면 소수의견이란 사회의 약자, 불가피한 상황의 저항과 법의 판단 사이에 버려진 소수라는 생각을 했다. 오늘 영화를 보면서 든 생각은 조금 다르다. 다수의 나약한 의견과 소수의 강력한 의견이란 생각이 떠올랐다. 시대가 변했기 때문일까? 왜 이런 생각이 떠오르는지 나도 알 길이 없다.
절묘하게도 지금 이 영화의 대사들이 참 공감 가는 시대를 살아간다는 생각이다. 조직 폭력배 두목이 묻는다. "변호사에게 진실은 어떤 의미인가요?"라는 질문이다. 진실을 사건의 사실을 말해줌으로 바른 판정을 기대하게 한다는 생각이 먼저 떠올랐는데, 변호사의 답은 "진실은 변호하기 쉽고, 거짓은 변호하기 어렵다"라는 너무 당연한 답변을 한다. 참 아이러니하다.
법정에서 누구나 진실을 찾고자 한다. 꼭 그럴까? 진실을 찾고자 하는 사람은 나약한 다수일까? 아니면 강력한 소수일까? 영화와 현실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영화의 한 두 가지 사건보다 세상은 더 많은 사건을 품고 있다. 세상이 무법천지가 아닌 것은 다양한 사건이 법조문, 상식, 공정, 정의에 부합하는 비율이 일정 수준을 넘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렇다고 100%는 아닐 것이다. 한 가지 사건은 작은 비율이지만 영화 속 100원 소송처럼 한 가지 사건이 엄청난 영향과 사회적 변화를 야기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상식, 도덕, 법, 공정, 정의, 평등, 민주주의와 같은 사회적 가치가 무시되는 소수의 결과도 존재할 것이다.
법정의 이해관계자는 피고, 원고, 판결을 내리는 법원이란 구성이다. 당연히 피고를 추궁하는 검사가 있고, 피고를 보호하는 변호사도 있다. 이들은 어떤 기준에 의해 이런 권한을 부여받았을까? 이 또한 법이다. 모든 사람의 합의는 아니지만 대의제도를 통해 권한을 주고, 모든 사람이 따라야 한다. 사실 모든 사람이 따르고 있는가라는 질문이 사회적 수준을 측정하는 한 가지 판단기준이라 생각한다.
마지막 부분에 검사를 떠난 김의성이 "야 인마"하면서 주저리주저리 떠드는 횡설수설이 특정한 사고체계를 알게 한다. 그의 명함을 길바닥에 날려버리는 윤계상의 의견에 더 공감하지만, 김의성과 같은 생각이 존재한다는 것은 사회적으로 위험하다. 마치 1984의 빅브라더도 아니고...
영화를 재미있게 봤는데, 왜 10년이 지난 이 시대에 이 영화가 대사가 귀에 쏙쏙 들어오는지 참. 이렇게 떠오르는 생각이 참 아쉬운 개천절 이브다.
#소수의견 #진실 #영화 #10년뒤현재 #khori
'영화 공연 (劇)' 카테고리의 다른 글
Winter is coming - 설국열차 (snowpiercer) (0) | 2022.10.23 |
---|---|
방구석 밖 읍내 미술관 : MMCA 이건희 컬렉션 - 이중섭 (0) | 2022.10.22 |
하늘에 별을 심다 - 인생대사 (★★★★★) (0) | 2022.10.01 |
수리남을 보는 또 다른 관점 - 수리남 (★★★★) (0) | 2022.09.17 |
그럼에도 사람에 미치다 - 헤어질 결심 (Decision to Leave ★★★★) (0) | 2022.08.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