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무조건 가서 무작정 기다리기로 결심했다. 평일보다 늦게 눈 비비고 일어나 보니 9시가 넘었다. 전화기를 열고 MMCA 페이지를 보니 10시 예약이 가능하다. 지난번 4 시간을 기다릴 여유가 없어 포기한다는 말할 때 직원이 친절하게 알려준 말이 생각났다. "오전에 취소가 가장 많아요, 아침 일찍 온라인 예약해보세요" 한 귀로 듣고 흘려들었으니 할 말이 없다. 3-4시간은 기다릴 생각으로 루쉰 소설집을 가방에 욱여넣고 출발했다.
이중섭의 그림은 꼭 판화처럼 보이기도 하고, 아이들의 그림처럼 보인다. 원산에서 월남해서 한국전쟁 기간과 겹치는 시기의 작품들이 많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황소, 흰소는 이 번 전시회에 없다. 흰소는 6월 마지막 전시회 때 봤다. 그에 관한 이야기를 보면 참 슬프고 예쁜 마음이 중첩된다. 아이들에 대한 그리움과 가족에 대한 마음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작품 설명에도 일제 강점기 한국인의 인내와 끈기를 소가 상징한다고 쓰여있다. 내겐 가장으로 사랑하는 마사코와 두 아들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이중섭의 모습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아이들의 그림에 두 명의 아이와 물고기, 오리, 꽃게들이 많은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일까? 천천히 설명들을 보면 그가 고아원 미술 선생님을 했기 때문에 아이들의 그림이 많은 것 같다.
은지화라고 하는 은박지에 그려낸 그림을 보는 기회도 있다. 자신이 가장 잘하는 것, 소중한 것에 대한 마음을 담기 위한 노력일까? 문학, 철학, 역사, 시, 서, 예, 화의 분야를 보면 그들에게 한(恨)이 있다는 생각을 한다. 이야기를 쓰고, 무엇인가 생각하고, 그리고 춤추는 속에 그들에게 풀지 못한 무엇이 존재해야 하는 강박관념처럼.
컬렉션의 메인이다. 전시를 보고 나오는 길에 도록이 있길래 들었다 놨다는 여러 번 하다 하나 구매했다. 마침 이중섭에 대한 책 중에 2011년에 나온 책을 읽은 적이 있다. 두 권이 나란히 놓면 좋겠다.
바람도 시원하고, 파란 하늘을 즐길 수 있을 때 읍내 나들이가 나쁘지 않다. 사진을 찍은 것과 도록을 다시 보게 된다.
#이중섭 #MMCA #국립현대미술관 #전시회 #도록 #khori
| MMCA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이중섭 국립현대미술관 편 국립현대미술관 | 2022년 08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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