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회사 상무님이 점심부터 부르시더니 넌 뭘 마실텐가 하신다. 자기는 막걸리를 마시겠다고 하신다.
제조업체에서 나도는 말중에 영업팀장하고 구매팀장하고 술내기 하는 놈이 제일 멍청한 놈이라는 말이 있다. 술잘먹는게 자랑일리도 없지만 그 만큼 술자리나 사람만나는 일이 많은 직군이라는 말을 상징한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명색이 영업팀장인데 '전 소주를 마시겠습니다'하고 시작을 했는데...아 노인양반 참 궁금한 것도 많으시고, 바라는 것도 많으시고, 속에 있는 말씀도 하시고 하신다. 약주를 좋아하시기도 하시지만 대낮부터 내가 무슨 죄가 있어서.. 입으로 먹고 사는 업종이니 이런 일에 뒤질일이 없다. 그럴수록 나에게 돌아오는 소주잔이 무겁다. 나도 열심히 막걸리 잔을 따라드리긴 했는데..술에 장사는 없다. 막걸리가 세병, 소주가 세병인데 아무리 더 젊은 놈이라도 이건 불합리하다. 게다가 노인양반이 워낙 말술인데 말이다.
화장실에 가신다며, 소주를 한 병 시키신다. 번개같은 생각이 들었다. 이거 더 먹으면 집에 기어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른 반사를 하고, 빈 소주병에 물을 가득 담아 두었다. ㅋㅋㅋㅋ 이후 나는 물을 마시고, 어르신은 남은 막걸리를 드신셈이다. ㅎㅎ 잘 배웅해드리고 나도 집에 무사귀환을 했는데...
오늘 전무님이 너 어제 어디갔었냐? 하신다. 여차저차해서 이차저차해서 무사귀환을 했다고 했더니, 박수를 치시면 좋아하신다. 그렇게 좋아하시는 건 간만에 본셈이다. 하여튼 나이에 상관없이 남자분들은 그렇다. 하여튼 이런 이야기들은 참 좋아하신다니까요. 나는 죽겠구만.......
한가지 문제라면 이게 두번째 개구쟁이 짓이라는 것이죠...작년에 집엘 안보내시고, 주변 애들은 꽐라가 될라고 하는데...상무님 화장실가셨을때 소맥비율을 백세주 색깔에서 농도를 빼드린 적이 있다. 집에 보내줄라고 하는데 아해들이 '미친거아냐'라는 소리가 나오긴 했지만...영업이 베짱빼면 뭐가있나.. 오시자마사 원샷 분위기를 만들고 다들 고히 집에 보내드렸는데....
꼬리가 길면 밟히고...조금 걱정이 되지만 언제가 시간이 되면 이실직고를 해볼 수도 있다. 뭐 또 개구쟁이 짓을 할 수도 있구요. 하여튼 영업팀장하고 술마시는 건 항시 조심해야된다구요...
[YES24] 개구장이 짓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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