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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살아보세 (書)

친구와 조우

by Khori(高麗) 2016. 9.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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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 백아와 종자기


 땅바닥에 붙어서 지내다가 늦게 회답이 온 친구 녀석과는 중학교에서 대학교까지 참 오래도 같이 다녔다. 잘 나가던 상장사 최연소 팀장에서 우여곡절을 겪으며 본의 아니게 사업자등록을 한 녀석이다. 그럭저럭 사무실을 운영하고, 사람들을 교육하는 것을 보면 가까운 친구지만 대견하다는 생각을 한다.


 사무실이 집에서 가까운데, 컴퓨터를 새로 샀는데 프로젝터와 연결이 잘 안된다고 명절지나고 주말에 나오란다. 짜식 보고 싶으면 보고 싶다고 할 것이지 꼭 자기회사 공무처럼 꼭 일거리를 만들어서 보자고 한다. 막상가보니, 쓸데없는 악세사리랑 이런 것들을 산듯 하다. 보아하니 별것도 아닌데 호들갑이다. 자씩이 "용안을 뵙고 싶어요"하면 될껄 말이야..ㅋㅋ


 결국 나의 질문이란 

"컴퓨터랑 프로젝트를 사용할 때와 사용하지 않을때 어떻게 쓰고 싶은지만 말하시오? 나머지는 닥치시고요..ㅋㅋㅋㅋ" 


 요점은 파악하였고, 설정을 왔다갔다하면 될 뿐이다. 파워포인트와 그림판을 열어두고 요청사항에 따른 설정 방법들을 각 단계에 따라서 화면 capture해서 파워포인트에 붙인다. 눌러야 할 곳에 빨간색 박스를 쳐두고, 몇가지 설명이 필요하면 글상자를 붙인다. 순서가 필요할 때엔 번호도 붙여주면 된다. 신입사원교육시에 회사의 전용 그룹웨어, ERP등을 별도로 교육해봐야 잘 기억나지 않는다. 선임이 한번 보여줄때 후임이 똑같이 해보면서 화면캡춰를 뜨고 위와 같이 정리하면 그게 업무 매뉴얼이다. 이렇게 만들어 둔 것을 모으면 업무 매뉴얼이고 프로세스데로 정리한다면 ISO9001도 무섭지 않다. 그런데 이걸 말로 설명해 놓으면 매번 묻고 답하고를 한다. 


 "어~ 너 매유얼 만드냐"

 "그래 이좌식아...그래야 너 말고도 다른 사람이 안물어보고 화일만 열어도 알수 있으면 되잖냐?"


 30분간 뚝딱거리고 만들어 두니, 컬러 프린터로 인쇄를 해서 확인을 한다. 그렇지..그게 니가 잘하는 일이지..ㅎㅎ 수정할 곳을 볼펜으로 몇자 쓰더니 잘 알겠단다. 그 다음에 내가 잘하는 다시 화일을 수정한다. 냅둬도 된다고 하는데 이건 내가 잘하는 일이다. 그렇게 서로 다르고 또 서로 이해를 한다. 삶의 75%를 같이 알아왔으니 말이다.


 일을 마치고 식당에 가는데 추어탕이 먹고 싶다는 녀석에게 쿨하게 "난 그거 안먹는다"는 멘트를 날렸다. 튀긴건 먹는데 말이죠..ㅎㅎ 어차피 그 집에서는 뼈다귀 해장국도 팔기에 그걸 먹겠다니 자기도 그걸 먹겠단다. 변태같은 자식이라는 소리를 서로에게 한다..ㅋㅋ 요즘 살좀 빼겠다고 휴일부터 자전거 타기, 절식, 푸쉬업, 윗몸일으키기를 하는 중인데...밥 한그릇을 만땅 떼려먹었다..ㅎㅎ


 밥먹고 나오니 그 재주를 같고 고 따위로 산다고 잔소리를 한다. 다들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우리가 사회에 진출하면서부터 점입가경의 속도로 조금씩 내려앉는 환경적 영향도 한 몫한다. X세대들이 갖고 있는 그림자일지 모른다. 나야 사회를 나오기전의 추억과 기억은 잊은지 오래되었다. 그런데도 그녀석은 다시 돌아갈 수는 없지만 그렇게 재현하고 싶은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이렇게 저렇게 말을 하고나서 보면..어쩌면 나는 내 꿈이 정확하게 무엇인지 모르는 것 같기도 하다. 그렇다고 확실하게 단기적으로 해야할 목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정말 내가 하고 싶은 것 그것 말이다. 그저 공자님이 획을 그어 자신의 한계를 먼저 설정하지 말라고 했으니 자유롭게 살리라~


 손에 이것저것 쥐어주며, 시골에 내려온 아들도 아닌데 계속 잔소리를 한다. ㅎㅎ 하긴 내가 못하는 걸 누군가 할 수 있다면 기대를 하게 된다. 기대를 받는 사람도 할 줄 모르는데 다른 사람의 기대를 받으면 할 줄도 모르는데 뎀벼서 사고치는 경우가 다반사다. 


 "야! 사람이 기대와 달리 안되는게 있고, 분수에 맞춰 사는 것이기도 하고 그런거 아닌가? 돈버는 일은 좀더 해야겠지만, 조금 지나면 다른 일을 하고 싶긴 하다..너도 남이 하라고 해도 안되는게 있듯이 나도 안되는 것이 있다고요"라고 대꾸를 했다. 


 그런데 그 다른 일이라는 것이 막상 생각해 보면 많지가 않다. ㅎㅎ 아직도 포풍의 계절이라는 소리를 듣는 것 보면 철이 안나는 건 꿈이 없고, 하고 싶은게 많아서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한번은 변했으니 다행이기도 하다. 지난번 우리 달봉이가 삼국지에서 제갈량이 제일 멋지다는 말이 왠지 모르게 싫었는데.. 하여튼 "다음에 출장 댕겨올땐 회식하라고 양주라도 한병 사다주마!"라고 약속을 하고, 동네 마을 버스를 탔는데 버스가 지나갈 때까지 오랫동안 손을 흔드는 녀석...11월이 가기전에 살 쪽빼고(이거 태릉선수촌에 가도 지치기만 할 상태인데..ㅋㅋ) 내가 소주나 한잔 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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