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파의 기준은 무엇일까?
먼저 민족 문제 연구소의 친일인명 사전에 따르면 다음과 같다.
" 친일인명사전의 수록대상자는 “을사조약 전후부터 1945년 8월 15일 해방에 이르기까지 일본제국주의의 국권침탈·식민통치·침략전쟁에 적극 협력함으로써 우리 민족 또는 타 민족에게 신체적 물리적 정신적으로 직·간접적 피해를 끼친 자”에 해당한다. 일반적으로 친일파라고 불리는 이들은 좁게는 매국노, 민족반역자에서 넓게는 부일협력자에 이르기까지 그 범위가 넓다. 이 사전에서는 민족반역자와 부일협력자 중에서 역사적 책임이 무겁다고 판단되는 사람들로 수록대상을 제한하였다."
다른 근현대사의 역사책에서 읽은 여운형의 말이 생각한다. 관리, 군인의 직책을 제한하고, 단순한 부역은 친일에서 제외하자는 현실적인 말로 기억된다. 우리는 그 시대를 살아낸 것은 아니다. 따라서 후대의 친일파에 대한 판단은 사실, 행위를 넘어 그로서 이어지는 영향과 결과까지 포괄하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한다. 해방 후 한국전쟁이 주는 영향까지 한반도의 역사는 대단히 슬픈 역사다. 그 속에서 다시 이 사실로 소란이 존재하는 것은 인간의 망상이 만들어 낸 연속된 아픔이다. 그 아픔을 통해서 배우기 위해서 반드시 동포를 궁지로 몰고, 목숨을 내몬 책임은 반드시 정리해야 한다.
이 책에서 많은 지식인들이 등장한다. 이력을 보면 1940년를 전후해서 전향한 사람도 많다. 글 대부분이 대동아공영권의 찬양, 목적인 제국주의적 사고를 제외하면 괜찮은 근검, 절약(목적이 다르다), 서양의 제국주의에 대한 불안과 일본제국주의를 통한 저항, 글을 통해서 스스로 매국노라는 자각을 갖은 사람, 찬양하지만 일말의 양심을 잊지 않을까하는 사람, 완전히 왜놈화된 사람이라고 생각되는 사람도 있다. 재미있는 것은 그런 느낌이 들면 왜에 귀화한 자들이 많다.
찬양 일색의 글을 읽다가 약 30년의 시대를 살아낸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라는 생각도 한다. 어떤 사람은 독립을 꿈꾸고, 어떤 사람은 형세를 판단해 이익과 권력을 위한 선택을 한다. 더 많은 이익과 권력을 위해서 이웃을 이용하는 것은 현재에도 있는 일이다. 그러나 사실, 결과, 책임은 다르다. 그 행위과 결과, 그 결과로 얻은 이익을 통해서 국가 아니 함께하는 커뮤너티의 신뢰를 져버린 것은 단죄해야 할 일이다. 그렇지 않다면 사회, 국가, 이웃은 무슨 의미가 있는가? 동물의 세계도 동족을 죽이는 일은 아주 드물다. 국가 대 국가의 관점이 아니라 함께 사는 사람의 신뢰를 져버린 일이다. 자신이 마음속에 달린 양심의 저울이 스스로에게 알려주는 바를 어떻게 했을까?
이 글을 통해서 다시 한번 지식인은 비겁하다는 말을 생각한다. 매천이란 선비는 망국의 한을 품고 아편으로 자결을 한다. 그러나 신지식을 배우고, 국제정세와 지식으로 판단한 지식인들은... 해방이란 오지 않는다고 판단한 사람이 많다. 일본이 명분으로 제시안 대동안공여권이란 이상을 철썩같이 믿었을 수 있다. 내 생각에는 이상과 현실의 차이를 자각하지 못하는 또는 그런 희생을 치루고도 이루려는 광기어린 생각들도 보인다. 그러나 역사에 그런 시대가 존재하지만 이 땅의 역사는 계속된다. 그런 유구한 역사의 흐름에서 일탈을 옳다고 할 수는 없다. 어쩌면 지식인들에게 지식이 문제가 되는 시대일지도...
뒷편으로 갈수록 비슷한 내용이 반복되지만 앞쪽에 배치된 이완용, 정훈, 윤덕영은 아주 인상적이다. 이완용은 그의 평전을 통해 봐도 범상치 않다. 지식인은 비겁하다는 말을 아주 잘 실천하고 있다. 만약 시대가 다르다면 아주 다르게 성장할 가능성이 나는 있다는 생각도 든다. 스스로 매국노라 불리는 것을 인정할 뿐만 아니라 현실적인 이익에 대해서도 말한다. 그는 형세를 판단하고 내가 가야할 것을 선택했다. 그에겐 국가, 지역사회보다 스스로가 중요하고, 그렇게 되기 위한 길을 간다. 멘탈이 다른 사람과 수준이 다르다는 생각을 한다. 미친놈이 신념을 갖으면 무섭다지만 그는 신념을 바꾸어 배수의 진을 치고 더 무섭게 걸어간다.
반면 정훈을 보면 이 녀석 아주 창의적이라는 생각을 한다. 쉽게 이해하면 전인교육을 전쟁으로 하자는 말인데 이런 신기방기한 아이디어는 어디서 나오는 것인가? 어둠이 빛을 이기지 못하지만 어둠속에서 훨씬 더 부지런한 종자들이 있다. 왜냐하면 빛이 나오면 소멸할 어둠이기에..
윤덕영의 글을 읽다보면 화가 치민다. 영화 마스터 대사처럼 "막연한 ㄱㅅㄲ인 줄 알았는데, 구체적으로 ㅆㅅㄲ"라는 육두문자가 제격이라고 생각했다. 타인의 목숨을 초개처럼 생각하고, 나의 영달을 꿈꾸는 홍위병에겐 욕하는 시간도 아깝다.
장혁주의 글을 읽으면 이 사람은 조선인이 아니다. 뼈속까지 왜놈화가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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