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신의성실 (Utmost Good Faith)
신의성실이란 말은 일상에서도 참 많이 듣는다. 어디에서나 신의성실 하다는 말에는 믿음과 정성스러움을 상징하는 으뜸의 소양과 덕목이 되기에 충분하다. 이 말이 무엇보다 소중한 이유는 상인의 제1덕목인 신용, 신뢰를 상징하는 말이며, 이것이 없다면 업의 거래는 존재하지 않는다. 믿을 수 없는 제품처럼 믿을 수 없는 거래 상대방과는 어떠한 일을 추진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국제 상거래를 하는 해외영업의 경우에는 먼 나라의 사람과 제품과 서비스를 공급하는 거래를 한다. 네트워크가 발달되어 다양한 메신저 프로그램을 통해서 화상통신(Video Conference), 유선통화, 이메일을 통해서 우리는 소통을 합니다. 서로의 조건을 이야기하고 절충하는 과정을 조건이란 딱딱한 표현보다는 고객은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도구를 찾는 것으로 보면, 그 문제를 내가 제공하는 제품과 서비스로 해결할 수 있는지를 조율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법률적으로는 물품매매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지만 판매하는 사람과 기대하는 사람의 기대수준은 대부분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현실에서는 그런 경우는 더 많고, 그 결과가 불만과 금전적 손익과 관계되는 일이 많습니다. 라면 봉지의 그림과 라면을 조리한 결과가 다르고, 온라인 판매점의 아리따운 처자가 입고 있는 옷과 내가 사서 입었을 때도 다르게 느끼는 것이 사람입니다. 실제로 다른 경우나 정도가 크다면 환불이나 가격 조정을 할 수 있지만, 미묘한 불편함 등의 차이는 언제나 분쟁의 대상이 되어온 것이 거래라는 이름속에 쌓여 있습니다. 이 차이를 줄이기 위해서 오랫동안 사람들이 만들어 온 상거래 관행은 서류이고, 이것을 제도적으로 만들어 놓은 것들이 국제규약, 법률조항입니다. 그 서류에 서로의 신뢰를 증진하기 위해서 다양한 조건을 명기하고, 도장을 찍으면 계약서가 되고, 공증까지 받으면 계약서의 효력은 증가한다. 잘 해보자는 취지로 의기투합을 증명하면 양해각서(MOU)가 된다.
이런 형식적인 과정을 거치는 이유는 사실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집 앞 가게에 가서 물건을 살 때에는 계약서를 쓰지 않는다. 계약서를 쓰는 경우는 고가의 물건을 살 때이다. 해외거래에서 상인들이 서류를 쓰는 이유는 거리의 문제와 언어의 문제다. 문제가 생기면 바로 찾아가서 확인하거나 적절한 조치를 즉시 할 수가 없기 때문이며, 내가 이해한 것과 상대방이 이해한 것이 같은지를 확인하는 과정입니다. 이 과정을 보면 언어와 문자가 사람의 머리 속에 떠오른 내용을 완벽하게 전달하는데 엄청난 하자가 있다는 것을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지금 이야기한 것들을 되짚어 보면 계약서라는 것은 믿지 못해서 서로 기준을 합의 하는 과정입니다. 그런데 계약서를 서로 다시 꺼내서 보는 경우는 문제가 있을 때입니다. 처음 꼼꼼하게 보고 나서 계약서를 만들고 깊은 곳에 넣어 두는 것은 미래의 언제 불만이 되었을 때 꺼내 보고자 하는 원리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계약서라는 것을 쓰는 자세는 계약을 체결할 때라하더라도 지금 서로 합의하고자 하는 사항이 문제가 되었을때를 감안하고 작성해야하며, 그 속에 상대방을 배려하는 진심이 같이 있어야 합니다.
이 말이 참 이율배반적으로 들릴지도 모르겠습니다. 더 많은 이익을 갖기 위한 목적으로 계약서를 쓰는 경우가 있고, 불평등 계약이라고 회자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상호자치의 원칙에 의해서 계약을 체결하고, 문제가 될때에는 법이라는 아주 천박한 수단을 쓰기 때문입니다. 법이라는 분쟁해결 방식은 인간문명이 만들어낸 아주 저급한 싸움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신의성실의 원칙에서는 참 잘못된 방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계약을 통한 합의는 서로 이익을 추구하되 지속적인 거래를 도모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사람이 노예계약을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는 이유는 그 계약이란 약속사이에 서로에 대한 믿음과 최소한의 배려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모든 사람의 관계에서 신의성실이 없다면 오래 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당사자들이 이익만 바라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해외거래에서는 보편적으로 국제표준거래(Incoterms)양식이 사용됩니다. 가격기준으로 많이 사용되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것이 비용과 위험의 분기점을 정의하고, 판매자와 구매자의 권리와 의무를 어떻게 규정하는지 정확하게 이해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이 표준거래양식이라는 것이 정말 오랫동안 인류가 살아오면서 다양하게 사고친 결과를 보완하기 위해서 만든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믿지 못할 일들을 사람들이 많이 했다는 결과이기도 합니다. 최소한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서 최소한 이렇게는 하자고 만들어 낸 결과라고 볼 때, 국제상인들의 행태가 신뢰를 이루지 못한 부분이 사례집이 증명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상인의 상도, 신의성실은 더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때나 지킬 수 있는 것들보다, 유혹의 환경에서 그 소신과 철학을 유지하고 지켜내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얼마나 더 큰 약속을 잘 지켜낼 수 있는가는 곧 상인의 크기와 비례한다고 해도 과한 말이 아닙니다. 먹을 것이 없어서 굶는 것보다, 먹을 것이 있음에도 참는 과정은 훨씬 더 어려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견물생심이 생겨나는 과정에서도 그것을 견뎌내는 과정이 어렵기에 상인들에게 商道라는 이름으로 일정한 규율을 요구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일상에서 보면 매우 부도덕한 생각을 한다고 오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옛말에 나라를 훔치면 영웅이 된다는 말이 있듯이, 당장 한달 월급이 아니라, 3대가 먹고 사는 금액이 눈앞에 있고, 스스로 기회라고 생각하는 여건이 될 때 혹시 하는 마음과 행동에서 자유로울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상인이 된다는 것은 그것을 항상 지나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게 신용과 평판이 쌓여가는 것입니다.
정말 친한 친구가 천원을 빌리며 내일 돌려준다고 약속한다면 우리는 스스럼없이 지갑을 열어 줍니다. 모르는 사람이 걸인이라면 경우에 따라서 결정할 것이고, 멀쩡한 사람이라면 언제 줄지 모르기 때문에 돌려받을 생각을 안 하거나,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가장 큰 차이는 믿음, 신뢰입니다. 그리고 진정한 상인이 되어서 큰 금액에서도 고객과 시장과의 약속을 소중히 하는 사람이라면, 푼돈에 자신의 신용과 명성을 바꾸는 일은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쌓아온 신용과 금전적 이익을 한 순간에 바꾸는 일을 사기라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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