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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잡부(天上雜夫)_ 사업관리 시즌 2 (해외영업 시즌 1) )

나의 업(5) - 신의 성실 3

by Khori(高麗) 2015. 1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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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거래 상대방이 필요한 물건이 당장 급하다고 하고, 우리 회사에 물건이 남아 돌아도 먼저 없다고 합니다. 전전긍긍하는 고객에게 몇 시간 뒤에 연락을 해서 내가 어렵게 해당 고객사를 위해서 타사로 나갈 물량을 조절해 줬다고 합니다. 물론 생색도 내고 하면 상황을 모르는 고객은 정말 고마워합니다. 어려서 학교에서 선생님이 공책에 찍어주시는 참 잘했어요 처럼 그 숫자를 쌓아 봤습니다. 고객의 신뢰는 여러 가지 상황의 조합으로 쌓여가고 믿음도 쌓여갑니다. 나를 주목하기 때문입니다. 그 재미가 사실 실적과 연동되기에 꽤 괜찮기도 하고 더 다양한 방법을 생각하게 됩니다.

 

이런 방법을 보면 어떤가요? 실제로 제가 해본 경험을 말하는 이유는 대단히 잘못되고 부끄러운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상인의 길이 아니라 장사꾼의 기술이기 때문입니다. 더 좋은 관계와 소통, 고객의 말에 귀 기울이고 노력하는 자세를 통해서 만들어 나가야 할 것들을 포기했기 때문입니다.

 

연인 사이에 묻지 않았기 대답해주지 않았다고 정당성을 주장한다면 대단히 심각한 상황이 초래될 때가 있습니다. 이런 방식의 불편함이 법률적으로는 합법을 이끌어 낼 수 있지만, 일상에서 불편함을 느끼는 이유는 배신감입니다. 즉 신뢰가 무너졌기 때문입니다. 고객이 모른다고 그 상황을 갖고 나의 동반자에게 한번도 아니고 여러 번 장난질을 한 셈이니까요. 어쩌면 제가 이렇게 이야기 하는 것도 하나의 반성을 통한 배움이 있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예를 본다면, 아주 작은 거래선의 이야기 입니다. 전시장에 오후 4시에 만나기로 한 사람이 오전 10시부터 찾아와서 회의장소 앞 의자에 앉아 있었습니다. 걱정이 되어 물어보면 자신이 먼저 찾아온 것이고, 약속한 시간을 기다리겠다고 합니다. 당시 그 지역의 거래선이 더 크고, 오랫동안 거래를 해왔지만 기회를 주기로 결정한 이유는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정성 때문이었습니다.  동양인도 아니고 합리적이고 셈이 빠른 서구인이 하루 종일 기다린다는 것은 대단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사무실도 없고, 자기 집에서 창업을 해서 일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요즘 언어로 스타트업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그 사람이 우리가 종사하는 업종에 대한 열의와 통찰력, 기술력은 참으로 인상적이었습니다. 좋은 대학이 아니라 스스로 사회에 나와서 체험한 다양한 학습의 경력은 참 독특했고 우리에게도 필요한 것이었습니다. 관심이 갖게 되니 새롭게 보이고, 새롭게 보이게 되면서 그의 말에 귀 기울이게 됩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넘어서, 같이 해볼 수 있는 더 큰 것을 찾아보는 방향으로 서로 협력을 한 것 같습니다. 윗사람들은 잔소리도 좀 심했던 것 같고, 제가 꼭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되는데 해줬던 이유는 영업사원으로써의 실적보다는 인간적인 공감과 믿음이 더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담당해 본 고객 중에 년간 1만불의 거래에서 4백만불이 넘는 거래까지 성장하는데 3년정도가 소요된 고객 중, 이렇게 이름없고, 자본력 없는 회사는 유일한 것 같습니다. 그렇게 서로의 사업이 커가는 것이 참으로 재미있고, 서로의 상상을 현실에 끌어내는 일에 서로 보람과 행복함을 갖는 것도 참 소중한 기억입니다. 지금도 종종 보면서 느끼는 공통된 인식은 서로에 대한 믿음이 서로의 이익만 바라보는 단기적 관점보다 더 큰 사업의 기틀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 믿음이 사람에 대한 부분으로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총체적인 것입니다.

 

이와 반대되는 사례는 너무 많습니다. 해외 거래의 특성이라면 경쟁의 강도가 국내보다 훨씬 높다는 것입니다. 옆집 아저씨와의 경쟁도 쉽지 않은데, 일본, 중국, 미국의 다양한 아저씨들도 찾아오기 때문입니다. 잦은 약속의 불이행은 까다로운 조건을 초래하고, 까다로운 조건은 약속을 잘 지키지 못하는 새로운 장애가 됩니다. 악순환의 고리는 남이 끊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변화를 이해하고 자신에게 보이는 길에 대한 도전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그 실천의 대가를 당신의 거래 협력자가 인정할 때 변화의 완성을 이루는 것입니다. 여러가지 신뢰가 존재하겠지만, 상인의 신뢰는 내가 믿는 것도 있지만 내가 신뢰를 얻어내는 과정이라고 보는 것이 더 편하게 사는 길입니다. 연애하는 젊은 청춘의 밀당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영업을 하다 보면 유기체와 같다는 느낌을 받는 것도 결국 사람의 과정이 덧붙여져야 끈끈하게 유지됩니다. 담당자인 사람과 그 사람들이 일하는 조직의 매력이 만들어지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볼 때 상인간에 발생하는 계약은 잘 존중되고 지켜진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먹고 마시는 일들은 다양한 법률, 조건, 계약이란 이름으로 지켜지기를 강요 받기 때문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세상의 수요와 공급 시스템은 벌써 무너졌을 테니까요. 그래서 저는 해외영업이던 국내영업이던 가장 조심해야 할 일중 하나가, 가까운 사람에 대한 신뢰를 잃지 않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기술적 학습은 배울 곳이 많다고 보고, 제도적인 보호를 받는 부분은 사회가 강제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공자님 말씀을 보면 자신의 몸을 닦는 것으로 시작해서 세상에 기여하려는 원대한 꿈을 갖습니다. 자신과 매일 같이 일하는 직원, 영업조직을 뒤에서 후원하는 개발, 생산, 물류, 관리, 인사, 회계 부서의 사람들의 신뢰를 깨는 행위는 대단히 비도덕적입니다. 통속소설을 보면 다니던 회사에서 능력을 발휘하여 지위를 차지한 후, 회사의 돈과 거래선을 챙겨서, 창업을 하고, 돈도 잘 버는 난봉꾼 사업가가 주인공으로 자주 나옵니다.

 

현실에서 이런 사람들이 많이 있을까? 잘 살고 있을까 상상해 보기도 했었습니다. 학창시절 해외 사례와 한국 기업의 피해 사례 등을 보면 나쁜 사람과 기상천외한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그 시절 농담으로 3대가 놀고 먹을 수 있다면 해 볼만 하다는 것으로 결론을 내었습니다. 이는 나라를 훔치면 영웅이 된다는 것과 같은 생각이지만 지금은 그것이 옳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잘 사는 사람들이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한 회사에 다니다 그 기업의 핵심제품을 갖고 자신의 푼돈을 위해서 정보를 팔던 사람들이 있다고 생각해 봅시다. 조금만 회사를 차려서 좋은 차에 직원도 두고 성공한 사람처럼 보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욕심과 탐욕으로 불법을 일삼고, 직원들이 수시로 바뀌는 회사의 사장이 된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살면서 내가 피해 다녀야 할 사람까지 생긴다면 이는 실패한 인생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손가락질까지 받아야 한다면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는 삶이 됩니다. 상인으로써는 퇴장 선고를 받은 것입니다.

 

상인의 보람은 남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입니다. 법률가, 의사, 길거리의 떡볶이와 어묵을 파는 아주머니도 돈을 벌기 위해서라고 보지 마시고, 타인의 어려움과 상황을 해결해 주고 그 대가로 금전을 받는 다고 생각해 보길 권합니다. 세상에 할 수 있는 일과 해야 할 일들이 정말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요즘의 사업형태가 솔루션을 지향하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네트워크를 통해서 시장과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 수준을 넘어서 효과적이고 스마트한 방법을 찾기 때문입니다. 고객이 물건 사고 대금지급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내가 고객의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나의 문제를 자연스럽게 해결한다는 사고는 전혀 다른 수준의 접근입니다. 조삼모사와 같아 보이지만, 바둑에서 수순이 다르면 생과 사를 가릅니다.

 

상인은 상대방이 이익을 얻게 하라는 신념과 철학의 말씀이 오래 전에도 존재합니다. ‘베풀어라라고 하는 조언도 더 많은 것들이 바라지 않아도 오기 때문입니다. 바라지 않아도 돌아오는 이치를 이해한다면 상대방의 이익을 탐하지 말고, 나의 성실함과 정성을 다하는 노력과 실천을 통해서 상대의 문제를 해결하고 나아가 감동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상인이 나아갈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쉽지 않고, 때론 쉬기도 하겠지만 그 인생의 방향성을 갖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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