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으며 건조하고 재미가 없다. 음청 재미가 읎다. 하지만 일상에서 나도 조금씩 익숙해지려고 해 보지만 당췌 적응이 안 되는 일이다.
10년 전쯤 꼰대랑 말다툼을 하다 꼰대는 개저씨가 되고, 애는 뚜껑이 열리는 것을 관찰하며 몇 가지 사실을 이해하게 됐다. 아저씨 말도 맞고, 청춘이 하는 말도 다 자신들의 관점에서 틀린 말은 아니다. 누가 더 공공선을 지향하는가는 다른 문제다. 기준이 생기면 생각도 판단도 달라진다. 청춘을 응원하던 입장에서 불러서 한 마디 했다. "넌 늙어본 적이 없지? 상상력이 필요해". 지금 돌아보면 엄청난 헛소리다. 체험해보지 못한 사실은 상상이 힘들다. 그럼점에서 '허송세월'이란 책은 상상력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 같다.
등산 도구를 나눠준 이야기를 보며, 오랜만에 다시 수영을 하는 나와 비교해 본다. 주변에 아직도 피트니스를 열심히 하는 아저씨가 있지만 잔잔하게 물장구나 치고 살자고 선택했다. 2-30대엔 힘들면 '아우~ 힘들다'라는 정도의 말이 나온다. 3-40대가 되면 '아이고 죽겠다'라는 말이 나온다. 40대가 훌쩍 넘어서며 책상에 앉아서 생각해 보니 '이러다 죽을 수도 있겠다'라는 말이 떠올랐다. 지금은 '음.. 저런 건 하는 거 아니지'라는 생각이 들면 다른 걸 한다. 나보고 수영장 끊었다고 자랑하던 녀석은 코로나에 걸렸다고 연락이 왔다. 가지가지한다.
하루는 강사가 일이 있어서 젊은 처자 강사가 와서 방긋 웃으며 횡단쇼를 진행했었다. 어르신들이 '아니 애가 왜 이래?"라는 말을 하셨다. 이번달엔 강사가 새로 왔는데 표정 없는 청년이 평소 두 배 강도로 수업을 진행한다. 힘드냐고 묻길래 말도 안 나온다고 해줬다. 작작해야지. 숨도 차고 힘들어서 청춘들에게 먼저 가라고 했더니 "난 못 가요!"라며 버틴다. 살 수가 없다. 어쨌든 승급 안 하고 현재 라인 고인 물이 되겠다고 할머니랑 약속했는데 옆라인으로 옮겨간 강사가 신이 나서 웃는다. 나쁜 놈!!
오래전부터 늙는 것에 대해 개의치 않기 시작했다. 어차피 돌아가지도 못하는 일에 안달복달해봐야 나만 손해다. 물리적인 현상이 특히 그렇다. 왜 너는 흰머리가 왜 없냐며 온갖 엉뚱한 이유를 대던 마나님이 하루는 머리를 솎아보고 "망했네 망했어"라는 말을 한다. 당연한 일이다. 온갖 일에 익숙해지는 것이 인공지능이 카피한 오리지널 자연적 학습지능이다. 익숙해지니 당연히 재미있는 게 줄어들지도 모르겠다.
나이가 늘면 사람이 좀 온화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쉽지 않음). 그렇다고 햄스터를 콕콕 찌르면 성깔을 부리듯, 아저씨를 깔짝깔짝 놀리면 개저씨가 되는 건 피할 수 없다. 반면 하릴없는 시간에 세상을 관찰하는 것은 그치지 않는 것 같다. 그게 삶의 인사이트로 구현되면 괜찮은 아저씨고, 탐욕과 개망동자로 출력이 나오면 고장 난 라디오처럼 쓰레기가 되는 것이다. 나이 쳐묵고 눈깔을 혁명적으로 부라리며 사고를 쳐서야 되겠나. 요즘 세상을 보면 이런 애들이 참 많아 보인다. 늙어가고 무뎌져가지만 낮가죽은 그래도 부드럽고 온화하게 살아가고자 할 뿐이다. 어차피 생로병사의 굴레를 벗어나기 힘드나니 건강하게.
#김훈 #허송세월 #나도_늙어가는_중 #독서 #kh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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