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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다시 눈에 들어온 눈빛책을 보면서 읽을 것도 많은데 하면서 잡게 된다. 중독성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노무라 연구소의 리포트만 아는 나에게 노무라 리포트라는 제목은 관심을 끌기게 충분하다. 하지만 책은 경제와는 연관이 없는 청계천에 대한 1973-1976의 사진기록이다. 게다가 노무라 모토유키 사진집이란 말은 궁금증을 끌기에 충분했다. 일본인이 뭐 좋은게 있다고 사진을 열심히 찍었을까?
우리의 근현대사는 많은 사진 자료들이 우리의 시각이 아닌 외국인의 시각과 설정에 의해서 그려진 것들이 많다. 다큐멘터리 또는 역사의 사진들은 특히나 이런 것들이 많다고 생각한다. 광화문의 역사박물관의 한국전쟁에 대한 전시물중에서도 펼쳐진 LIFE잡지처럼 말이다. 그리고 일본인이 경제성장기에 판자촌, 일명 하꼬방이라 불리는 곳의 사진을 담은 의미는 무엇일까 참으로 궁금했다. 읽던 책을 덮고 짬을 내서 열심히 보게되었다.
이런 복잡한 생각이 책을 여는 노무라 모토유키의 글로 인해서 너무나 숙연해 졌다. 이름 모를 일본인..개인적으로도 좋은 일본인과 왜구라는 상징이 교차하는 복잡한 이웃, 하지만 그의 진심어린 글과 휴머니즘은 짧은 글임에도 사람의 심금을 울리게 한다. 일본인들의 집요한 장인정신 만큼 깊이 있는 그들의 학문정신을 높이사기도 하는데, 그는 신앙인으로써 동시에 지식인으로써 행동하고 살아가는 희생과 공헌, 실천의 정신을 느끼게 한다. 책을 덮으며 감사한다는 진심이 생긴다.
이렇게 정리를 하다보니 이 사진집은 또한 경제의 이야기도 된다. 고도서장의 초입, 보리고개를 갓 넘긴 수도의 정비과정등 아픈 기록이기도 하지만 그보단 작가가 그 곳에서 봉사하고 생활하면서 기록한 역사이기도 하다. 이 사진을 발전이란 빛의 뒷편에 사라져야할 그림자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하지만 목사인 노무라는 그곳에서 일종의 각성을 통해서 천국을 본듯하다. 나는 이곳을 통해서 과거와 현재를 보는 수준일 뿐이다..그리고 약간의 사람 냄새일지도 모르겠다.
<동그라미 부분이 사진속의 판자촌이며, 이 속에 활빈교회활동등이 있었다>
책으로 남동제일공업지대인 구로일대를 건설하며 성남으로 강제이주된 판자촌에 대한 내용은 본적이 있다. 하지만 70년대 청계천의 판자촌은 생소하다. 그것이 1900년대 초라면 차라리 그렇구나 하고 지나칠 법도 한데 왠지 조금은 낯익기도 하고 또 멀게도 느껴지고, 아직도 서울의 곳곳에 슬럼화라고 불평하는 곳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는 서울이기 때문이다. 책속의 "1970년대 서울 도시 빈민의 애환 - 이태호"의 글에서도 느껴지지만 그들도 대한민국의 경제성장에 희생이기도 하고, 전후 나락으로 떨어진 누군가의 이웃이고 또 가족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저시절이면 걸음마를 할 정도이다. 그리고 조금 지나 기와집을 없애고, 양옥집을 세우느라 집옆에 천막을 치고 가재도구를 쌓고, 잠시 동네 조그만 집에서 완공때까지 살아본 적이 있다. 나에게 이 시기 아픈 기억이라면 봉투에 담아둔 엄청난 양의 딱지를 분실한 사태정도이다. 그리고 동네 마실을 다닐 정도가 되서 정월쯤 쥐불놀이라도 하러 윗동네에 올라가면, 그 위는 어른들이 하꼬방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좁은 길들도 있고, 판자촌이라고도 불렀던것도 같다. 서울은 아니지만 그 기억이 사진속의 기억들보다는 괜찮았다는 생각이 든다.
예나 지금이나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그 힘든환경에도 어린이를 돌보는 사람들을 보면 존경이란 단어가 그 행위를 충분하게 설명하지 못한다. 그러고 보면 70년대 말에도 친구녀석들 따라 근처 절이나 교회에 가면 조금 어색하기는 해도 좋은 일이 많았던것도 같다.
이런 거주지역은 도시개발과 녹지화라는 이름으로 고가도로가 생기고, 사람들의 자리는 녹지화란 이름으로 소개되었다. 작가는 그곳에서 사람들의 애환과 고통을 함께하며 그들을 돕는 것을 자신의 소명이라 느끼며 그 기록을 남겼다. 그들도 경제발전과 함께 도시로 밀려나온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힘들게 그들의 노동이란 숭고한 가치를 느끼기보단 뼈빠지게 일하며 생존하려 발버둥치고 그렇게 도시속의 일원이며 도시속의 그림자로 또 살아간것은 아닐까 한다. 그런데 노무라는 그 비참을 남긴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는 그들의 삶을 이해하고, 같이한 휴머니스트라는 생각을 책을 읽는 내내하게된다.
그 청계천변 판자촌이 사라지고 남의 자리의 털신 무더기를 보면서 마음이 참으로 착찹하다. 책속에 더 마음아픈 사진한장이 있다. 그냥 마음속으로만 생각하기로 한 사진이다. 이 버려진 신발만큼의 삶이 또 버려진듯해서 마음아프다. 하지만 작가의 마음은 또 다를지도 모르겠다. 나도 중년이 되면서 길거리를 걸으면 마주치던 모습들이 몇일씩 잊혀지지 않을때가 있다. 아마 2012년 7월은 마음속에 담은 사진과 함께 오래 동안 기억될 머리속의 사진이 아닐까한다.
청계천은 시민들의 호흥을 얻어 복원되었고, 이제는 유지비용, 문화재의 방치등의 문제, 누군가는 큰 포석정이라는 여러가지 복잡한 시선이 담겨있다. 길을 가다가 보게되는 불꺼진 주차장 가든파이브를 볼때마다 생각나던 곳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곳에 또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것은 이유야 어째던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나도 대학시절부터 현재까지의 기억을 더듬어 보면, 좀더 현대화되고 쾌적한 환경임에 틀림없는 현재인데, 이 길을 따라 동대문 방향으로 걷다보면 사람의 향에 대한 깊이가 퇴색되는 것 같아 아쉽다.
이런 대조적인 사진이 가끔 발전인가?라는 의문을 갖는 이유를 좀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도 생각한다. 특히 노무라 모토유키가 책을 마무리하며 남긴 글에서 그가 한국에 대한 애틋함의 원인에 대해서 생각해 보면 비슷한지 다른지 판단하기 어렵다. 세상은 내 마음에 무엇을 담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는 생각하지만 실천하지 못하는 나에겐 아직 뭔가 그리운 책이 된듯 하다. 아니면 조금은 겁쟁이일지도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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