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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잡부(天上雜夫)_ 사업관리 시즌 2 (해외영업 시즌 1) )

러이사에서 두바이까지 6~7일째

by Khori(高麗) 2017. 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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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구가 예약해준 택시를 타고 편하게 처음 가보는 브크노버 공항에 도착했다. 운전기사가 깨워서 졸다가 일어나 스파씨바를 연발하며 택시를 내렸다. 10일 출장에 장비가 있다 보니 가방 무게가 꽤 나간다. 조금 늦게 출발하려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저가항공 라인을 탈 수밖에 없다 보니 무게가 문제가 된다. 가방에서 장비를 꺼내고도 1.5kg이 overweight라는 스튜어디스에게 미소와 친절한 하소연으로 겨우 문제없이 두바이 가는 비행기에 짐을 싣었다. 예전처럼 휴가철에 유럽으로 여행 가는 러시아 사람들이 줄었지만, 한국이나 러시아나 놀러 다니는 사람들은 많다. 


 먼저 도착한 일행들이 비행기가 활주로에 내리자마자 메시지가 온다. 낙타를 만나면 안 된다는 효과성이라고는 의심스러운 외교부 문자와 통신사 문자가 중복으로 들어오니 전화기가 정신없이 바쁘다. 저가항공을 타고 온 재미보다 passport control을 빨리 통과하게 돼서 기쁘다. 환전을 조금 하고, 맥주를 사 오라는 메시지에 버드와이저를 한 박스 샀다. 공항에서나 술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고객과 먼저 도착한 팀원에 업체 사장님까지 모여서 빨리 가잔다. 호텔을 체크인하자마자 고객이 생일이라고 나이트클럽엘 가자고 한다. 레게음악과 팀원이 신청한 강남스타일까지 처음 와본 두바이 나이트클럽이지만 조금 내려앉은 마음이 흘러가는 음악처럼 흥겹기도 하다. 맥주를 한 병 마시고, 노래를 정말 잘하는 필리피노를 뒤로하고 호텔로 돌아와 정신없이 잠들며 하루가 갔다. 이동하는 날은 하루 종일 잠 속에서 헤매게 된다. 아깝기도 한 시간이지만 몸은 휴식이 필요하다. 여기는 금요일이 휴무이니 현지인들은 편하지만 당장 다음날부터 전시회 booth공사를 해야 하는 입장은 부담스럽기도 하다. 그렇지만 그렇게 시도 때도 없이 노는 것과 일하는 것의 사이를 오가는 것이 해외영업의 묘미이기도 하다.




 아침을 호텔에서 먹는데 팀원이 여기 사람들은 다 손으로 먹는다고 웃는다. 현지 중동인들은 투자자의 역할이 많고 그다음은 인도 사람들이 많다. 상업활동의 실물은 이 사람들이 많고 정책과 정부 관련 일들은 현지인들이 많다. 그 밑으로 말레이시아, 필리핀, 파키스탄 등 다양한 인종들이 살아가는 나라가 중동의 허브 두바이다. 


 전시장 공사를 고객사가 준비해서 2시쯤 맞춰가기로 약속하고 오전에는 토요일이지만 업무도 보게 된다. 중동은 우리랑 쉬는 날이 다르다. 일요일에 연락이 오는 것이 일상 다반사다. 일부 수주에 감사하고, 업무 활동이 출장 중엔 짜증도 난다. 대충 마무리를 하고, 올 때마다 한 번은 들르는 레바논 식당에 갔다. 양갈비, 양고기, 샐러드, 새우 음식을 주문했다. 향신료와 조미료가 없어서 참 담백하다 난을 곁들인 식사가 조금 부담스럽지만 맛이 아주 좋다.


 두바이가 1월이 세일 기간이지만 두바이몰은 사실 구경거리다. 일반인들이 아무거나 막 사기가 쉽지 않다. 공항에서도 20만 불, 40만 불짜리 시계를 보면 신기하기도 하지만 블랙카드도 아니고 결제를 할 능력도 없다. 시간이 된다면 골드수크와 같은 전통시장(여기도 중국산이 많다)에서 섬유제품 등 다양한 구경거리가 낫다고도 생각된다.


 밥 먹고 월드 트레이드 센터에 도착해서 가서 깜짝 놀랐다. 업체가 벌써 부스 공사를 대부분 마무리했다. 보통은 8~9시가 가도 세월아 네월아 하던 사람들의 변화가 신선하다. 여기저기 중국의 득세가 다시 정체되어 보인다. 14년부터 17년까지의 시간으로 보면 매년 해외전시업체의 수는 30%은 줄어들어 보인다. 다만 생존한 중국 업체들의 위력은 반대로 30% 이상씩 강해진다는 것이다. 들고 간 장비까지 다 설치를 하고, OEM으로 공급하는 거래선들을 돌아보며 잘 설치가 되었는지 문제가 없는지 살피게 된다. 중동이 침체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이 넓은 전시장에 많은 고객사와 파트너사의 제품들이 곳곳에 있다는 것은 하나의 자부심이기도 하다.



 전시장을 나서며 멋진 스카이라인을 보면 다시금 내가 여기에 일 년 만에 다시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반복되는 일상이 지겨운 것은 세상이 변화가 부담스러운 내 마음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런 일상이 고마운 것은 내가 세상의 변화를 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나의 간사한 마음을 돌아보며 마음을 한 번 다잡아 보기로 한다.



 우리 팀원들이 너무 닳은 청바지를 입고 다닌다, 나이가 몇이냐는 잔소리가 있다. 뭐 어떤가... 공식 미팅에는 슈트 입는 것을 빼먹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호텔에 돌아오는 길에 업체 사장님, 팀원과 의기투합으로 카르푸에 들렀다. 원래의 계획은 마트에 들어서자마자 사라지고, 심심풀이로 하나 부셔먹겠다던 라면이 6개가 되고, 김치를 샀다. 컵라면은 다시 봉지라면이 되고 이걸 끌일려면 포트를 사자고 한다. 포트도 샀다. 호텔 포트 청소가 안되면 50 디람 AED를 벌금으로 내야 한다. 포트가 85 디람이고 크기도 두배가 된다는 결정에 모두 동의를 했다. 아저씨들이 모여서 호텔에서 라면을 끓여 먹는 것은 집에 대한 향수와 대학시절 MT 같은 재미가 있다. 아저씨들이나 하는 짓이지만 맛있는 건 어쩔 수 없다. 카르푸에 안 가면 다들 집나 온지 5일이 넘어서 한국식당에 가자고 하던 참이었는데...


 잠시 준비와 충전을 하고 방으로 돌아와 이렇게 지난 며칠을 정리한다. 머릿속이 아직도 복잡하지만 코 골며 자고 있는 팀원을 보면 또 팀장의 책임감과 내일부터는 3일 동안 다리가 떨어져 나가겠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업무 에일 정리하고 또 새로운 한해의 개막 전시회다. 사실 머릿속은 그냥 인샬라다. I don't have any word but sleeping for tomorr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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