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와 떡복기를 맛나게 먹고 돌아오는 길에 중고서점에 들렀다. 어려서 주간지의 흑백사진 속에서 쇠창살에 들어가는 작가의 기사에 대한 기억이 어렴풋하다. 그의 소설은 최근의 보복대행주식회사가 처음이었다. 기억도 가물가물하던 벽오금학도라는 책을 뽑아 들었다. 카트속에 있는 많은 책들은 중고 서점을 드르면 꽤 좋은 길잡이가 된다.
4권정도 읽은 에세이 속에 그려진 글과 그림은 참 좋았다. 문학과 예술의 고상함이 아니라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말로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고 느꼈다. 중간중간 아재개그라고 할 수 있는 유머와 해학이 넘치고, 세상에 대한 시각은 그가 세상에 대한 많은 애정과 사랑을 품고 있다고 생각하게 한다. 희망과 시대의 어려움을 함께 하려는 생각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최근이 아니라 25년전의 시간으로 돌아가서 책을 읽는 다고 생각해 보았다. 1992년이면 김건모가 데뷔를 할 즈음이고, 아직도 대학에서는 저항의 시위가 아직 남아 있을 때이다. 지금과는 다르지만 이 책을 읽는 내내 이외수가 보던 세상의 안목을 알게 된다. 또 지금 세상에 비춰지는 그의 모습을 잘 볼 수가 있다.
책의 이야기는 참 여러가지를 생각해보게 한다. 무릉도원을 찾아가는 이야기 같기도 하고, 환단고기를 비롯한 과한 역사 이야기인 천부경의 이야기도 있고, 그의 글 속에서 순환하고 세상에 대한 깨달음도 있다. 다양하게 변화하는 見의 세상과 그 이면에 변함없이 인간세상을 유지하는 觀의 세상을 옅보면 마치 노자의 한 구절을 읽는 듯 하다. 그런데 그 형식이란 것은 마친 우리나라 고전속의 이야기를 보는 듯하기도 하다. 시작하면 재미있게 끝을 마치게 하는 힘이 있다.
"행복은 마음 바깥에 있는 것은 아니니라, 행복이 마음 바깥에 있다고 생각하는 자들은 행복하면서도 행복한 줄 모르고 있기 때문에 불행한 것이다"라는 한 구절이 나에겐 다양하고 변화무쌍한 생각을 준다. 행복이란 다다를 수 없기에 자꾸 그러한 방향으로 가는 듯 하고, 손에 쥐고나면 쉽게 변하는 마음으로 사람은 새로운 행복을 꿈꾸기도 한다. 내 마음속에 사랑이 가득하면 세상의 무엇을 보던 따뜻하고 아름답게 바라보고, 내 마음속의 상태에 따라서 아름다운 하늘의 모습은 다르게 보이기도 한다.
주인공 강은백처럼 우리가 집착을 버리고 선계에 발을 디디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무선랑과의 깊은 사랑, 내마음에 편재된 사랑 가득한 그 마음때문에 집착을 버릴 수 있었을지 모른다. 고산묵월과 같이 세상의 깨달음을 그려내는 높은 이상도 그 대상을 사랑하는 마음에 기인한다. 세상에서 중요한 것은 그러한 마음을 품어내는 인간에 따라서 변화가 발생한다.
보이는 것이 중요하고 또 중요하지 않고, 보이지 않는 것은 알수가 없다고 꼭 알아야 하는 것이 삶이다. 누군가는 바라보고 누군가는 꿰뚫어보는 것이 책속의 속세와 선계를 나누듯 가르는 기준이 된다. 무릉도원, 천국은 알 수가 없으나 내 마음에 따라서 그것이 결정된다.
"신화가 죽고 낭만이 죽고 예술이 죽고 사랑이 죽고 자유가 죽은 황무지에 유배되어 있었다"는 한 구절이 25년전이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다. 세상이 그렇다고 생각하다, 내 마음이 그러하다는 생각을 하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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