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_예술 (冊)
츠바키 문구점
by Khori(高麗)
2017. 12. 9.
책 제목을 보면서 나미야 잡화점이 생각났다. 세밀하지는 않지만 산수화 느낌이 나는 표지도 멋쩍다. 어려서 5원짜리 연필을 사던 기억과 누나가 쓰던 샤프펜과 볼펜이 참 부러웠던 생각이 난다. 문구점하면 어려서 학용품도 사고, 준비물도 사던 곳이다. 요즘 문구점과는 달리 하나의 놀이 공간이기도 하다. 딱지, 쪼그리고 앉아서 열심히 하던 오락기, 각종 카드처럼 모아서 경품을 받는 상품, 설이나 추석 때 세뱃돈을 들고 달려가다 혼쭐을 나게 하는 멋진 프라모델, 화약총들도 있었다. 종종 가방을 맡겨두고 운동장을 한참 뛰어노는 서비스도 있었다. 사고파는 물건보다는 문화가 함께 있던 곳이었다. 그리고 어른이 되어서는 취미 물품을 찾아보는 곳이기도 했다.
일본의 섬세한 물품만큼 오래된 전통을 이어가는 가게를 보면 재미있다. 현대시대에 낯설지만 그 시대의 흐름을 지키는 문화를 인정하고 가꾸는 문화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돈 벌면 금세 하던 업을 버리는 우리나라의 현재 문화가 과거와 너무 많이 달라진 것일지도 모른다. 동시에 여기저기 00년, 원조를 붙여놓는 새로운 가게들을 보면 대단히 기만적이다. 무엇이든 급격하게 변화를 꿰하면 잃는 것이 있을 수밖에 없다.
주인공 포포도 어린 시절을 버리고 세상을 주유하다가 다시 돌아왔다. 그리고 잊혔던 선대의 업을 자신의 업으로 만들어가며 세상과의 조우를 시작한다. 글을 통해서 누군가의 의식을 받아들여서 그 마음을 대신 전하는 대필업이라는 것을 새롭게 바라보게 됐다. 어려서 대소서는 관공서 문서를 대신 작성해주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가끔 글씨를 대신 써주는 분들도 있지만 전문적으로 누군가의 마음과 생각을 대신 써주는 업이 일반인들의 세상에도 있다니 일본은 참 재미있다.
누군가의 마음을 통해서 희로애락을 바라보고 그 마음을 담아서 글로 쓴다는 것은 사실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일을 해온 할머니이자 선대 대필업의 삶을 조금씩 돌아본다는 것이 어려서의 아픈 기억도 나이가 들어가며 소중한 추억이 된다. 때가 되어야 무르익고, 그때가 되어야 깨닫는 것이 있다. 포포는 선대의 지인과 주변의 지인, 대필을 의뢰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조금 먼저 깨달아 가는 것일지 모른다. 나 같은 보통의 사람들은 그것을 아는데 인생의 많은 시간을 쓸 수밖에 없다.
"봄은 쌉쌀함, 여름은 새콤함, 가을은 매콤함, 겨울은 기름과 마음으로 먹어라"라는 선대의 글이 계절을 음미하는 운치가 있다. 인생의 춘하추동도 그러할지 모르겠다. 봄의 쌉쌀함과 찾아온 사랑도 새콤, 매콤하고 든든한 시간들이 교차하리가 생각한다.
선대의 펜팔을 통해서 진실을 알게 되고, 그 과정을 이해하고 기억을 새롭게 하는 과정도 아주 포근하다. 그것을 기억하고 이해하고 사람들의 희로애락을 보면서 그것이 사랑이었다는 것을 알아가는 것 아마도 각자의 모든 삶에도 중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소나기와 같은 잔잔한 동화를 보는 기분과 끝이 해피엔딩이라는 것이 좋다. 일본 소설 특유의 세밀한 묘사가 과하지만 캘리그래피, 서예, 다도와 같은 다양한 취미의 모습도 함께 볼 수가 있다. 책을 읽으면 비슷한 무엇인가를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세밀한 책속의 도시가 실존하는 것도 재미있는 이야기다.
#츠바키문구점 #위즈덤하우스 #kho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