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에 가자는 메시지에 아침부터 길을 나섰다. 새로운 직장으로 출근한다는 녀석이 인사를 와서 밥을 같이 먹었다. 지난번에 옮기려던 회사는 월급을 납품업체도 아니고 60일 뒤에 준다고 해서 "그 따위 회사는 노동부에 취업사기로 고발해버려, 드론은 개뿔 메롱인 회사네"라며 맞장구를 쳐줬는데 좋은 소식이다. "입사 축하한다고 두 번 밥 사 줬으니 세 번째는 몽둥이 찜질이다"라고 말하며 축하해줬다. 재주가 뛰어나고 성품이 좋아도 사람일이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우리는 종종 하늘 보고 빌고, 신화와 같은 상상의 세계를 동경 하나 보다.
마블 시리즈는 북유럽 신화, 그리스 로마 신화와 같은 고전에 인문학적 테마가 뼈대로 잡혀있다. 포장은 과학기술, 판타지, 컴퓨터 그래픽으로 화려하게 했을 뿐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오랜 시간 만화로 영화로 사람들 속에 남기 어렵다.
토르, 사랑과 천둥(Love & Thunder)을 보면 인간 세상에 꼭 필요한 사랑의 중요성과 위대함을 이야기하지만 소재가 슬슬 바닥이 나는 것 같다. 엔딩 크레디트에 흐르는 장면이 많은 호기심과 상상을 자극한다. 마치 인트로와 엔딩 크레디트가 교묘하게 앞뒤가 잘 맞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종교적인 신에 관심이 없다. 내 할 일 열심히 하며, 착하게 살자는 생각을 갖고 산다. 그렇다고 신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사람과 다른 세상에 살면 서로 존재를 막연하게 알지는 몰라도 서로 직접적인 영향은 없다고 생각한다. 성경 말씀에 따라 "뿌린 대로 거두리라"라고 인간에게 말했으니 세상일은 좋든 싫든 내 탓이다. 어쩌다 종교시설 건물에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라는 문구를 보며 애정 어린 감동보단 '댁을 만나려면 내가 먼저 이승을 하직해야 하는데 좀 과한 게 아니오, 경우가 없어'라는 생각이드니 아주 무서운 양반이란 생각이다.
그런데 영화를 보는 내내 자꾸 웃음이 난다. 스토리 작가가 나랑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들의 뒤끝 작렬을 보면 더 그렇다. 꼭 벌을 준다는 옹졸한 태도, 자기 맘대로 상 도주고, 벌 도주는 변태적 성격 장애를 보면 인간이 이런 핍박과 어려움 속에서도 서로 사랑하고 협조하면 살아간다는 점은 훨씬 위대한 것 아닌가? 세상과 인간을 만들어서 전지전능이란 말을 듣는 것 같다. 그런데 세상에서 벌어지는 온갖 사태를 보면 프로그램 버그처럼 치명적 문제도 많고, 사후관리나 고객만족 서비스는 좀 부족하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설정과 각본이라면 못되기 한량없다는 생각도 들고. 인간들은 전혀 신경을 안 쓰는 듯하고. ㅎㅎ 중세에 살면 화형인가? 차라리 이너피스가 그리는 모습이 "道"와 같아서 묘하다. 다음에 그리스 로마 신들의 뒤끝 작렬이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영화는 평범하고 소중한 '사랑'이란 주제 때문인지 무료함을 위해 다양한 유머 코드를 담고 있다. 앤트맨을 제외하고 전작들과 비교하며 가벼워 보인다. 주제는 가장 숭고한 것으로 만들었다는 아이러니가 있다. 그래도 잊지 않고 북유럽 신화에 나오는 소재를 잘 담고 있다.
서구의 신화처럼 인간화된 신을 보며 네크로 소드는 그럭저럭 이해가 되지만, 아스가르드의 신들이 죽으면 갈 수 있는 발할라가 나온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신들은 올림푸스은 또 다른 세상인가? 어쨌든 급도 다르고 세상도 다르다. 세상의 급도, 인간계, 신계, 신계의 사후세계 복잡하다 복잡해. 차라리 외계인과의 대화에 나오는 말처럼 여기 감옥이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ㅎㅎ 어찌보면 인간 세상과 차원만 다르지 차이가 없다. 그래야 친근감을 주겠지만.
시간을 보내기엔 큰 아쉬움은 없지만 전작의 후광에 조금 쪼그라든 느낌이랄까..
마녀 2를 보려다 건너뛰고, 한산은 개봉이 7월 말이고, 헤어질 결심은 날도 더운데 하며 VOD를 기다려보기로 했고, 외계+인 1부는 관심이 좀 가고 그렇다. 사람들이 돌아다니고 포스터도 좀 비치하고 에어컨 빵빵하니 영화 관람이 좋긴 하다. 예전처럼 동시 상영, 심야 3편 이런 건 다시 안 하나? 날이 느무느무 덥다니까요.
#토르 #Love #Thurnder #마블 #Marvel #영화 #피서 #kh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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