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어가며 작가가 참 고민과 걱정이 많은 성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걱정이 해결책이 아니라는 생각이 많아졌다. 마지막 장에 작가의 그런 고백과 같은 문구를 보며 미소를 띠게 된다. 책에서 하는 내용이 남성인 나에겐 다른 점도 있다. 여성 작가가 삶을 돌아보며 어두운 종활은 아니더라도 앞으로의 삶을 살아낼 마음가짐의 이야기를 통해 나를 돌아보게 된다.
나도 작가처럼 무엇을 잘 버리지 않는 편이다. 사실 무엇을 잘 모으는 편이다. 디지털로 된 가족들 사진을 일일이 저장 관리하는 것 외에도 취미생활이었던 레고도 방구석 한 켠에 잔뜩 끌어안고 있다. 책이 다른 한쪽을 차지하고 있다. 마흔을 지나며 심플이란 생활을 선택했다. 레고는 원래 나중에 손자 손녀가 생기며 하려던 생각이었다면, 책은 계속 한정된 책으로 갈무리해서 나중에 아이들에게 줄 계획이다. 내게 추억이 되는 여러 가지 일들이 있지만 가장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는 것은 고등학교 시절 아버지가 이태리제 가죽이라며 사주신 지갑이다. 30년이 지났어도 상태가 좋다. 우리 아이가 자기보다 나이가 많다며 놀라워한다. 텔레비전도 끊고 살며 단순해진 나의 변화가 어색할 수도 있지만 내가 해야 할 것과 하고 싶은 것에 삶을 사용하며 사는 것이 나쁘지 않다.
여성작가가 말하는 패션도 재미있다. 우리나라에서 나이 들면 화려하게 입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대학 시절까지만 해도 멋도 내고 이런 것들에 관심도 갖아봤다. 직장 생활을 시작하고도 오히려 시대에 맞춰 자율복장을 선호한다. 캐주얼하게 자전거를 타는 사장을 재미있게 그려낸 광고가 있었다. 난 그보다 오래전부터 청바지를 작업복처럼 입는다. 물론 고객이 오는 날엔 양복을 입어야 한다. 잡스가 스마트폰과 터틀넥을 입기 애플 컨퍼런스를 하기 훨씬 전부터 그랬다. 내가 회사에서 일을 잘하는 것이 중요한지와 내가 멋을 좀 더 내고 갑갑한 상태로 업무 성과를 저조하게 내는 것이 중요한지 선택해야 하는 문제다. 지금은 어르신들도 포기했다. 우연히 만난 사람들을 통해서 이 사람이 사람을 중요하게 보는지 겉으로 보이는 번지르르한 것에 우선순위를 두는지 알 수 있어서 좋다.
가족과 관련해서 나는 주인님도 부모도 자식도 하나의 객체라는 생각이 있다. 부모를 통해서 세상에 나왔다는 것이 자식을 완벽하게 통제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지 않다. 부부도 마찬가지다. 서로 기대며 걸어가는 2인 3각의 인생을 선택했고 그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자식에겐 내가 걸어온 길을 통해 스스로 보고 배운 것이 또 자식에겐 편견이다. 그래서 아이들에겐 항상 "네가 가장 좋아하는 것을 잘 찾아보고, 즐겁게 지내라"는 말을 많이 한다. 작가처럼 다양한 도전을 하는 것은 조금 다르다. 엄마는 졸업을 이야기 하지만 아버지는 졸업이란 것이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내겐 그런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나를 위해서도 나를 바라보는 가족들을 위해서도 준비할 것들은 있다.
'품성은 의지에 달려있다'라는 말에 공감하고, '고독은 상태이고, 외로움은 감정이다'라는 말에는 갸우뚱해 본다. 고독은 선택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외로움은 감정이라는 말과 동시에 꼭 내가 원하고 선택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들게 한다. 그러나 둘 다 선택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내 마음가짐이 다를 뿐이라는 생각을 해봤다.
책에서는 다양한 강박에 대한 내려놓음을 이야기한다. 그것을 나는 타인의 눈에 비치는 내 모습을 너무 많이 상상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다. 진실은 강하고, 진심은 타인의 가슴에 깊은 울림을 준다고 믿는다. 오십이 된다는 것은 그래도 꽤 오랜 삶의 시간을 걸어왔다는 것이다. 신체적으로 예전만 못하고 그렇기 때문에 과거를 그리워할 것이 아니라 앞으로 늙어감을 즐기고, 내가 살아오면서 깨달은 것을 심플하게 정리하고 또 그렇게 살아내는 모습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오는 것은 순서가 없고, 가는 것은 순서가 없는 삶이다. 다가오는 미래가 두렵다는 것은 내가 나를 갈무리할 시간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은 아닐까? 그것에서 자유롭기는 어렵겠지만 나는 그렇게 살아가고 싶다.
요즘 생각할 때 책상에 앉아서 토토로 오르골을 돌리고 있다. 그냥 기분이 좋아진다. 그런 좋은 추억을 기억하며 하루하루를 또 살아내는 것이다. 뭔가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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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토모 유미 저/김한나 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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