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재 클라식스는 작년인지 재작년인지 알게 되었다. 온라인으로 e-book(PDF)도 나눠주고, 동서양의 인문고전을 종이가격 정도에 판매한다. 나눠준다고 보는 것이 맞다. 2011년 비영리 사단법인으로 시작해 많은 한국, 동양, 서양 고전을 사회에 공급한다. 상당부분 판매를 하고 일부는 사회시설과 저소득층에 공급한다. 사회로 부터 배우고 깨달은 것을 다시금 사회로 환원하는 지적 활동이다. 분야의 권위자들이 봉사한다고 생각하고 감사한 일이다.
출처 : 올재 홈페이지 http://www.olje.or.kr/
우리 사회에는 좋은 일을 하는 분들이 많다. 이것을 이념이란 기준으로 구분해서 보면, 잘해도 문제, 못해도 문제다. 있는 그대로 좋은 일은 좋은 일이라 생각하고, 잘못된 일은 잘못된 일이라 판단하면 쉬운 일이다. 세상의 움직임은 그러하기도 하고, 또 그러하지 않기도 하다. 사람의 마음은 이념과 생각과 달리 여러가지 생각과 마음이 함께 담겨있다. 책도 그러하다. 문제는 잘게 나누어 풀어가지만 사람의 마음은 그렇게 나눠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런 마음과 나누려는 생각이 항상 투쟁을 한다. 평생 그렇게 살아간다.
여러번 책을 사보려고 시도했다. 항상 출장중에 발매되는 올재클라식스 시리즈가 야속하다. 온라인으로 주문하는 것은 마치 아이돌 콘써트 예매를 방불케 한다. 야속한 마음이 들 때도 있다. facebook지인이 샀다고 자랑하는 글이 부럽기도 했다. 기자나 성우들이 강독에도 참여한다. 말이 쉽지 책을 틀리지 않고 읽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다들 어려서 해보지 않았나?
어제 오랜 만에 들러본 사이트에 e-book download행사와 28차 발매 소식이 있다. 오늘은 토요일이니 서점에 들러보기로 했다. 가족들과 식사만 아니면 광화문 서점을 가고 싶었는데 병원에도 가야해서 가까운 강남 교보에 들렀다.
단아하고 가지런히 놓여진 책장을 보면 기분이 좋다. 나중에 은퇴할 즈음에는 살고 싶은 집을 지어 한 켠에 이런 서재를 마련해 놓고 지낸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종종 알라딘 중고서점에 들러서도 비슷한 생각을 한다. 온라인 서점은 편리하지만 정겹지는 않다. 영혼없는 가상의 장바구니 담기와 여러단계의 결제와 암호 입력이 기계적이다. 목차를 손으로 넘기면 책의 구성을 보는 것과 클릭으로 펼쳐보는 감성이 다르다. 한 두권 장바구니에 담아두었던 책을 손으로 만져보고 눈으로 읽어보는 재미는 다르다.
직원에게 물어보리 저리 가보라고 한다. 보고 싶은 책은 묵자 한권이다. 낱권으로도 판매한다. 묵자 낱권과 28차 세트 한권을 샀다. 먼저 묵자 낱권을 읽고 누군가에게 한 권은 선물을 해야겠다. 책은 읽는 사람에게 줘야 선물이다. 아니면 잘 해야 라면받침이다. 책을 고르는데 직원이 4세트나 카트에 담아 옮긴다. 이 책을 다시 다서 되파는 사람들도 있다. 2-3배를 부르는 약삭빠름을 탓할 수는 없다. 취지에 부합한다고 할 수는 없다. 이익을 탐하는 마음이야 인지상정이지만, 좋은 취지로 발행되는 책을 가둬두는 것이다. 나도 사서 읽지 않으면 책을 가둬둔 것이나 마찬가지다. 예전에 발매되 구하기 힘든 사기완역본, 동주열국지, 금병매, 홍루몽, 손자병법, 오자병법, 춘추좌전, 열자등은 아쉽다. 읽은 책도 있지만 조금 부담스러워서 사기 어려웠던 책들이기 때문이다. 봉투에 책을 담으니 부자가 된듯 기분이 좋다. 병원가서 물리치료를 받아야 하는 팔에 무게감이 느껴져 왼팔에 옮겨 들었다.
서점을 나서다 블루투스 상품관이 이쁘게 차려져 있어 들렀다. 어제 연차를 내고 돌아다니다, Mi-pad4용으로블루투스 키보드를 하나 구입했다. 다이어리와 e-book reader로 쓸 계획인데 장문은 키보드가 있으면 편리할 것 같아서다. 그런데 집에 돌아오는 길에 후배가 블루투스 키보드를 하나 사서 책상위에 놨다고 연락이 왔다. 쓸데없는 일을 했다고 말했다. 고마운 마음을 받는 일은 즐거운 일이다. 나도 뭔가 보답을 해야겠다. 쫘식...혼꾸녕을 내야하나..
그런데 사람의 마음이 간사하다고 다시 키보드 코너에 들렀다. 지불을 하고 다시 가격을 보는 일은 잘 하지 않는다. 맘에 들면 그만이고, 더 낮은 가격을 보는 것은 기분만 나쁘다. 하지만 어제 좀 작은 키보드를 구했으면 했는데, 상품권을 사용하려는 가게에는 작은 녀석이 없었기 때문이다.
태블릿용으로 내가 찾았던 녀석이 있다. 왼쪽 녀석인데 마음속에서 "질러, 질러"를 외치는 지름신과 "아서라!"하는 이성이 격투를 한다. 집과 회사에서 기계식 키보드(예전엔 다 기계식이었는데...)를 사용하고 있다. 조금 작아서 어깨가 살짝 안쪽으로 쏠린다. 여성에게는 딱 맞을 듯 한데, 살찐 아저씨는 눈으로 구경하는 것이 나은듯 하다. 오랜 시간을 쓰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오른쪽 녀석은3단이라 괜찮은데 디자인은 왼쪽이 맘에 든다. 조금 이음새가 일체형보다 덜렁거러서 이상하지만 구조적으로 어쩔 수 없다. 손가락 감(키감)은 둘다 그저 그렇다. 조금 크지만 가방에 들어가니 흉하더라도 어제 산걸로 하자. 후배가 준 저런 녀석도 있지 않은가?
아침 일찍 서점에 들러서 사고 싶은 책을 쇼핑했으니 전자 제품은 눈요기로 마무리하기로 했다. 돌아서자마자 꽤 괜찮은 블루투스 스피커와 백만원을 호가하는 이어폰을 보니 또 들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얼른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병원에 가서 물리치료실에 누워 정신없이 자다가 돌아오니 지금이다. 오후엔 다시 책이나 보면 뒹굴거리자. 단순한 삶이 좋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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