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부터 뾰루퉁하게 짜증이 난다. 사는 일이 심플해지면 스트레스도 덜 할줄 알았다. 직장인에게 회사일은 일상처럼 간소화하기 어렵다. 주변에 손이 많이 가는 사람들이 있고, 상황이 그렇게 전개되기도 한다.
아침부터 출장과 업무 협력을 위한 미팅을 하고, 오후에는 외국계 한국지사와 미팅을 했다. 미중무역전쟁으로 시끄럽지만 병자호란 이후 가세를 세우기 위해서는 미중무역전쟁의 틈을 파고 들수 밖에 없다. 경쟁의 구도도 좋지만 협력과 상생을 통해서도 충분한 기회들이 많다. 정부는 규제와 방향성을 위해서 정책을 만든다. 이와 관련된 조정래의 소설 한 구절을 나는 특히 좋아한다. 백성들은 대책을 세운다. 정책위에 항상 대책이 있다. 나라운영이 힘든 이유가 다 여기서 시작한다. 세상이 돌아가는 변화 원리를 이렇게 쉽게 이해한다는 것은 고마운 일이다.
업무를 끝낼 즘 연락이 왔다. 내년에 10억이 넘는 사업을 위해서 모두들 고생을 하는 건이 있다. 최종 견본을 보내고 서로를 격려하며 월요일에는 술도 한 잔 마신다고 해도 그러라고 했었다. 현지에 도착한 견본에 대한 사진을 보니 눈이 커지고, 단전부터 용솟음치며 올라오는 어둠의 기운이 느껴진다. '망했네 망했어'
연구소부터 한바탕 지랄을 쏴붙였다. 담당 개발팀장이 사과를 한다. 어차피 벌어진 일이다. 문제는 다음주에 얼굴 맞대고 그 고객과 이야기를 해야한다. 하필 기가막힌 일정으로 방문하신다. 사과하고 적절한 조치를 통해서 대책을 만들면 된다. 내가 아쉬운 부분은 업무를 처리하는 과정이다. 어차피 문제가 생기면 언젠가는 알게 된다. 그 과정에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에 따라서 사건을 알게된 이후의 상황이 다르다. 그러다 경을 치는 사람들이 많다. 뉴스에 그런 일은 차고 넘친다. 난중일기에 이순신장군에 왜 그렇게 곤장을 쳐대는지 깊은 공감이 생기는 대목이다.
다들 문제가 생기면 쉬쉬하는 경향이 있다. 인간은 완벽하지 않다. 실수가 문제가 아니라 실수를 외면하려는 것이 문제다. 문제점 보고를 하지 않았다. 고객 사과조치는 선행하고, 담당개발팀과 아름아름 대처하느라 팀장도 고생이 많았을 것이다. 다른 일도 바쁘다는 말을 보면서 아쉬웠다. 문제가 생기고 추궁이 되면 이 일은 내가 어떤 방향으로 처리하려고 한 것인지?를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긴급성으로 후보고가 되면 후보고 사유를 말하고 조치 결과를 말하면 된다.
어떻게든 정리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나니 더 화가 난다. 왜냐하면 영업을 하는 사람은 기업에 대한 대외 대표성을 갖는다. 자신의 책임(책임은 임무를 완수하는 것이다. 제일 더러운 변명이 책임지고 사퇴하는 것이다 치우지도 않고 튀는 경우다)에 대한 스트레스도 있겠지만, 내가 한 번 더 점검하지 않음으로 동료들이 일하는 곳의 명성이 한 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진 것이다. 해외영업의 태도와 행동을 통해서 그 회사를 상상하고 바라본다. 그런 필요성을 느껴야 내가 변화할 방향을 잘 알게 된다.
얼마전 인터뷰를 봤다. 추천도 있고 사람들의 소개도 있었다. 아는 분들을 통해 지원하는 분에 대한 정보를 알아보았다. 누군가 채용을 하고, 어떤 사람인지 윤곽이 나오면 직원들이 반기는 경우도 있고, 설레발을 치며 거부반응을 일으키기도 한다. 그런 의사결정을 하는 입장에서는 다양한 의견은 참고하되, 그 사람은 직접 보이는대로 보고 판단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결정은 의사결정자가 하는 것이다. 나의 생각이 반영되지 않고, 타인의 의견이 주가되면 의사결정자는 내가 아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것에 영향을 주기 위해서 온갖 짓을 한다.
대부분 반기는 경우, 그 사람과 좋은 경험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면 그 사람이 필요한 역량을 갖고 있을 때이다. 그런데 나는 동료들의 제각각인 상상이 재미있다. 그 필요한 역량을 본인들을 위해서 항상 사용하는 것을 합의하는 것이 아니다. 채용이란 기업, 기업내 조직이 수립한 목표를 수행하기 위해서 필요한 사람을 찾는 것이다. 그런 쓸데없는 과도한 기대가 실망을 낳는다. 나이가 많던 어리던 그 사람을 부리고 모시기 위해서 뽑는 것이 아니다. 직무중심평가를 외치는 경영자, 기업의 분위기가 존재한다. 한국 사회, 문화, 기업문화를 보면 엄청나게 오래 걸릴 과제라고 생각한다.
거부하는 이유는 특별하게 악연이 없다면 거의 한 가지다. 낙하산 인사는 제외하기로 한다. 이유는 불안한 것이다. 불안한 이유는 경쟁의 구조로 이해하거나 내가 확보한 나와바리(범위)가 축소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견제가 생기는 이유다. 정말 견제를 한다면 견제하려는 사람의 실력이 없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래봐야 비슷한 연배에는 서로 엇비슷하다. 프로의식과 동업자 의식이 떨어지는 것이다. 좋은 사람이 오면 서로 발전해서 더 큰 일을 생각해봐야 하는데 나는 변화없이 하던 일만 하면서 뒤늦게 들어온 동료를 부려먹을 부족한 생각 때문이다.
나는 이런 부분은 크게 신경쓰지 않고 살아온 것 같다. 이직을 해서 다른 조직에 합류해서도 그 조직의 특정인이 나를 의식하던가 의식하지 않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함께 하기로 한 것과 내가 해야할 몫을 잘 하고 있는가? 서로 함께 해서 서로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 나보다 잘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그 일을 하는 것이 맞다. 내 밑에 일을 잘 하는 사람이 온다면 견제할 일이 아니라 그 사람이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그 사람이 잘 하면 나도 부수입이 생긴 셈이다.
이런 나의 제약사항은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사람들에겐 불편할 수 있다. 반려자나 애인을 만나는 것이 아닌데 우선순위를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직무는 직무기준으로 해석해야 한다. 직무기준으로 해석하지 않으면 사고가 난다. 배려는 그 직문기준의 윤활유가 되는 수준이지 그것을 아주 크게 넘어가면 편파적이라는 소리를 듣게 된다. 청소를 하면 쓰레기가 나온다. 청소를 했는데 쓰레기가 안 나오는 신박한 일은 없다(사실 업무에는 많다). 그러면 어디에 무언가가 남몰래 썩거나 곰팡이가 핀다. 야구하는데 축구기준을 적용하면 또 사고가 날 뿐이다.
회사에는 서로 일하러 온 것이 목적이고, 부차적으로 더 좋은 환경을 위해서 동료와 관계를 좋게 유지하는 것이다. 회사가 친목단체가 아니다. 아주 재미있는 일이면 본인이 하지, 돈까지 주면서 남을 시킬리 없다. 너무 과도한 개인적 넋두리, 하소연은 애인, 가족, 자신의 지인과 나눌 몫이다. 분별의 폭이 너무 없으면 공(公)과 사(私)를 나누어 처리하지 못하고, 너무 분별하면 인정머리가 없다. 인정있고 망하는 것보단 인정머리 없고 자기 할일 잘 하는 것이 종종 낫다.
내가 무엇을 할지에 대한 계획을 세우는 것이 훨씬 좋은 결과를 창출한다. 그런데 많은 사람은 직무에 관련 된 사항을 직무로 해결하지 않고, 다른 형태로 해결하려 한다. 우리가 종종 정치적이라고 표현하는 부분이 그렇다. 이런 사항도 경계해야 할 점이다. 흑백의 경계가 조금 회색처럼 번지겠지만, 그 폭이 너무 넓으면 안된다. 그렇게 실력이 아니라 모략에 집중해서 큰 일을 할 수 없다.
점을 치는 책으로 유명한 주역을 읽어본 적이 있다. 복잡하고 이해하기 힘들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세상을 살아낸다는 것은 끊임없는 변화를 마주하는 일이다. 그 변화가 인간에게 희노애락을 준다. 불변의 것이 위대해 보이지만, 매일 한 치의 오차 없이 반복되는 삶이 다가온다면 나는 미쳐버릴지 모르겠다. 세상은 끊임없이 변화하니, 인간은 끊임없이 대책을 수립할 수 밖에 없다. 그러라고 어께위에 쓸만한 물건을 달아준듯 하다.
뭐 그 물건을 엉뚱한 곳에 끊임없이 쓰는 것도 인간이다. 사회는 프로의 세상이라는데 왜 이렇게 하소연, 궁상, 민폐가 끊임이 없는지. 성인군자란 사자성어는 머리에서 지워야겠다. 본적도 없다. 요즘은 좀 시간내서 사람답게 좀 쉬면서 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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