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회의 행운을 마나님과 함께 하려고 했는데, 아이들 때문에 바쁘시단다. 결국 총각 후배 녀석이랑 둘이서 오붓하게 관람한 영화가 되었다. 시작부터 제작사 이름이 눈에 확 들어온다. "(주)영화사 다"라는 이름은 오래 기억될 것 같다. 간결하고, 유머러스하고, 인상적이다.
하지만 이 영화 스릴러물이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추리소설을 읽는 느낌을 받는다. 특히 재판과 스토리가 번갈아가면서 내레이션처럼 흘러가는 영화를 바라보면 상황의 변화에 따라 결말을 상상하게 된다. 결국 모든 카드는 나중에 알 수가 있지만, 시간의 순서 속에서 연속성 없이 나열되는 듯한 사건의 실마리를 맞춰가는 재미가 스릴러물의 묘미다. 그런 점에서는 꽤 괜찮다.
조금 아쉬운 면은 반전의 반전이 논리와 스토리에 비중이 많다 보니 영상과 음향으로 주는 느낌이 조금 더 강했으면 어떨까 생각해 보았다. 특히 정하연의 숨겨진 모습이 후반부에 있는 것이 더 좋았을지, 전반부의 모습과 상상으로 채우는 것이 더 좋은지 생각해 보았다.
스토리는 해방 전후의 시대에 벌어진 살인사건에 대한 법정 재판을 그리고 있다. 뛰어난 두뇌에 냉혈한 범죄자인 남도진과 순수한 사랑에 대한 자기 확신의 남자 최승만이 뒤엉킨 사건, 그 중심에 정하연이 있다. 누군가에겐 소중한 사랑이며, 누군가에게 하나의 도구에 지나지 않는 여인이다. 그래서 최승만이 태워버린 편지는 영원한 사랑이 되어버린 듯하다. 그 연민과 사랑이 10원 50전에 팔린 광대의 슬픈 삶에 대한 치열한 복수인지 다시 그런 삶으로 돌아가지 않기 위한 몸부림인지 알 수가 없다.
반면 냉혈한처럼 자기 이익을 위해 사는 남도진은 무표정한 얼굴, 과감한 범죄의 실행으로 대변될 수 있다. 김주혁이 나오던 다른 영화보다 더 괜찮아 보인다. 간결한 대사와 무표정이 살아있다.
윤영환 변호사(문성근)과 송태석 검사(박성웅)는 이야기를 끌어가는 또 다른 테마이자 페이크 모션, 진실의 조각을 보여주는 다양한 모습을 갖고 있다. 최승만의 손에 쥐어진 진실을 조금씩 풀어가는 검사보다, 노련하며 이익을 보장한다면 피고인의 무죄를 위해서 무엇이듯 할 자세의 변호사가 돋보인다. 면도하는 피고인에게 "남도진 씨!"라고 부를 때 문성근의 표정과 대사는 "역시"라는 생각을 들게 한다. 시대 배경을 환기하고 서로의 경쟁구도를 보여주는 반민특위 관련 scene은 좀 어색하다.
어째던 그들의 논리 논쟁을 보면서 법정의 다툼과 일상의 다툼은 다르고, 법정의 승패요인은 묘하게 다르다. 경기장이 다르면 룰이 다르듯, 송태석 검사가 시작부터 말하는 그 대사는 기억할 필요가 있다. 물론 복수하는 방법도 다르다. 결과적으로 네 명이 추구하는 치밀함은 상당히 인상적이다.
그럼에도 나는 최승만처럼 너무 아쉽게 퇴장한 정하연이 기억이 남는다. 이런 걸 보면 남자들이 모지리 같기도 하고, 잘 속는 것이기도 하다. 또 순수한 것이기도 한 생각도 듭니다.
사진 : 다음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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