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고향에 다녀왔다. 중학교 친구들 모임을 아직도 잘 하고 있다. 다들 장가가고 돌 잔치한다고 한 때가 지나가니 요즘 저녁에 갑자기 연락오면 대부분 부고다. 친구 어머니가 갑자기 돌아가셔서 내려가니 마침 코로나 2.5단계로 어수선하니 병원에 사람이 없다. 장례일정도 3일장이라지만 하루밖에 안되어 정신이 없고, 친구 녀석 형님은 미국이라 오질 못했다. 추억들이 사라지지는 않지만 추억들이 희미해져간다는 것 필요하기도 하고 슬픈 일이라는 생각을 했다. 다들 이젠 나이가 들어가닌 삶의 과정에 따라 이야기의 주제가 부모님 걱정이다. 그렇다고 또 어릴 때 그 성품들이 어딜가는 것도 아니고..그래서 친구들이겠지만..
장례를 마치고 급하게 회사에 갈 일이 있어서 버스를 탔다. 요즘은 고향에 가도 바뀐 것들이 많다. 어려서 보던 대로변과 높은 건물이 지금은 미니어쳐처럼 보일 때가 많다. 버스에 학생들이 탔는데, 운전기사 아저씨가 정겨운 사투리를 쓰며 내리란다. 나도 내려야 하냐고 물어보니 "아저씬 앉아있고..모바일인지 뭔지..이거 다시 해야 확인돼는데"라며 할인 적용 카운트를 하고 다시 하나 보다. 그런던 와중에 난데없이 젊은 처자가 모바일 예약을 보여주면 태워달란다. 아저씨가 표를 얼른 뽑아오라고 하고, 처자는 "아저씨 나 버리고 가면 안 돼요~"라며 부리나케 뛰어간다. 그런데 그 처자 돌아오질 안는다. 시동을 껐다가 켰다가, 밖에 배차 확인 아저씨를 독촉해서 가보라는데 연락이 없다. 시간을 한참 넘겨 "이젠 나두 으짤수가 없지"하면 출발을 했다.
자다 일어나니 회사가 있는 동네 근처 톨게이트를 지나친다. 운전기사 아저씨가 어딘가와 계속 이야기를 하는데 우연히 듣다보니 계속 듣게 된다. 내용인 즉
운전기사: "씨끄러..내가 견습 운전할 때랑 완전 다르다아~~!! 여긴 또 어디여" (ㅡㅡ 이게 무슨 소리냐)
운전기사: "그러니까...어디서 어디로 가라고? " (길을 모른다는겨???)
운전기사: "뭔 아파트..어메 여긴 아파트가 제길 왤케 많아!" (헐)
운전기사: "그니께 뭐가 보이냐면...음.... 암것도 안보인다야" (내가 환장 하것다)
갑자기 학생이 출현해서 "아저씨 설곳을 지나쳤어요. 한참 더 왔어요"라는 외침이 나오고 급하게 세웠다. 그후로 좀더 운행하던 중에 조선족으로 예상되는 아주머니 "아니 000에 왜 안 서고 가는거에요?"라는 또 다른 외침과 "아까 학생들 내려줬는데 지금 뭐혀요..몇 번을 말했는데"(사실 한 번 말했음. 그전에 거기에 어디냐고 2번 물어봤음 ㅋㅋㅋㅋ)라는 운전기사의 대화가 고난과 황당의 대립처럼 느껴졌다. 여기서 끝난 줄 알았다.
운전기사: "저기 아저씨 여기서 왼쪽길로 쭉 가면 되죠?" (이거 나한테 묻는거임 ㅡㅡ;;; 여기서 부터 아는 길이지만 네비게이션 기능을 내가 켰다. 이후 운전기사의 외침은 나인지 전화기 넘어 사람인지 아리까리 해지기 시작했다)
운전기사: "너 이딴 식으로 가르쳐줄껴?" (난가 수화기 저편의 그 사람인가????)
운전기사: "고가에서 옆 길로 가라고??"
나: "아저씨 여기서 고가로 쭈욱 가야 터미널이네요" (말이 끝나자 마자 고가 옆 길로 가심 ㅠㅠ, 다시 시내로.......헐)
운전기사: "허참..여긴 또 어디여..이야 7년만에 왔더니 완전히 변했네..전엔 터미널이 길 쭉 가면 되던걸로 기억하는데" (아저씨!!! 그래서 고가로 가라고 했더만)
나: 여기서 좌회전 해서 쭉 가면 터미널이에요 (자포자기)
운전기사: "그려그려..이길이었어..그렇지..근데 터미널이"
나 : 왼쪽에 보이잖아요
운전기사: "그렇네 그려..그런데 어떻게..."
나 : 좌회전 하시고요, 다시 우회전 하시고요
운전기사: "그런데 이 버스 저 왼쪽 끝에 세우는 건가?" (이 아저씨가 증말!!! 승차장 구분도..ㅋㅋㅋㅋㅋ)
나: 맨 끝이 맞아요
운전기사: "아휴~~ 도착했습니다(우렁차게)"
나 : 아저씨 덕분에 저는 아주 재미있게 왔습니다아아아~~
익사이팅하게 도착했더니 허기가 진다. 식당에 가서 제육덮밥을 시켰다. 갑자기 흑형 세 분이 오셔서 알아들을 수 없는 동네 말로 마구 떠들며 두리번 거리다가 나간다. 식당 할머니는 눈치만 본다. 밥을 먹고 있는데 다시 그 녀석들이 왔다.
"Mama! I want this menu"라며 내 밥그릇에 손꾸락질을 해댄다. 이거 돼지고기인데 조금 매울텐데..니들 세명이 다 똑같은 걸 먹는다고?라고 물어봤더니 기분이 좋아졌는지 그렇단다. 할머니에게 제육덮밥 세 개가 주문이라고 이야기 해드리는데 다른 녀석이 나한테 질문을 한다.
"where are you from?"
어이가 없어서 빤지 쳐다봐줬다. 그건 내가 묻고 싶은 말이지 댁이 나한테 물어볼 건 아닌것 같다..외국님들...그 와중에 소주도 하나..웨이터도 아니고 주문 받아주고 나왔다.
그러고 회사에 택시타고 도착해서 들어가니 경비 아저씨가 인사를 한다. "안녕하세요!"라고 크게 인사를 했더니 답이 또 기가막히다. "근데 직원이세요?" 날이 어둑어둑해지니 아저씨가 침침했겠지란 생각과 집에 그냥 가버려야지라는 생각이 마구 교차했다. 하긴 전에 손님이 왔는데 "그런 사람 없습니다"그래서 손님이 "너 짤렸냐고 계속 놀려대더니"... 인상적인 기억을 남겨드려야 하나.. 개구진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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