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으면 호감과 선호가 생긴다. 선호가 생기면 전문성이라는 것이 조금은 생길 때도 있다. 그 분야를 내가 자주 접하고 그 분야를 하고 있는 것일 때 그렇다. 그러다 문득 이것이 알면 알수록 편견과 미궁으로 빠진다는 생각을 한다. 읽는 것이 재미있고 시간 가는 줄 모를 때의 즐거움은 미쳤을 때다. 이때의 몰입은 다른 것을 망각하게 한다. 이런 생각이 들면 알다가도 모르는 것이 또 책이다. 지식을 외운다고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을 읽으며 몇 가지 궁금한 일도 있고, 누나가 말하는 요상한 사람들의 세계에 발을 잘못 들여놨음을 깨닫게 된다. 이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신기할 뿐이다. 가끔 남의 마음속과 머릿속에 들어갈 수 없다는 한계를 어떻게든 넘어서려는 것 같다. 지식을 쌓아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처럼 보인다. 나는 누가 내 머릿속에 들어오려는 행위부터가 아주 불쾌하다. 내 마음속에 들어오는 시도는 더할 나위 없이 싫다. 나를 누군가 컴퓨터 해킹하듯 들어와서 본다면 세상은 아주 재미있을 것이다. 이런 수준의 스트레스가 없을 것이다. 생각만 해도 말풍선이 머리 위에 달리면 볼만할 거다.
그런데 이런 일을 하시는 분들이 있다. 누가 하자가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대체로 서로 멀쩡해 보이는 사람끼리 하자가 있다는 소수를 지목하면 환자가 된다. 물리적인 치료가 필요한 환자는 구분이 쉽지만, 인간이란 물리적 존재 안에 깃든 소중한 대우주, 신, 초자연의 입구와 같은 정신, 영혼과 관련해서 발생되는 문제는 구분하기 힘들다. 그 인간의 몸과 이 입구 사이에 연결된 신경에 대한 부분도 마찬가지다. 결과도 파악하기 힘들지만 원인은 더욱 알기 힘들다. 사실 스스로 멀쩡하다는 사람들이 하자가 더 많은 세상이다. 심리학자가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대다수가 미친 사람들이라고 말하기도 하는 걸 보면..
4개 챕터로 상실, 과잉, 이행, 단순함의 세계를 읽다 보면 인간이란 참 오묘한 존재라고 생각한다. 시련의 반작용이 존재하고, 과잉에 대한 상실이 존재하고, 위험에 대한 내적 회피를 통한 안전함의 추구도 느껴진다. 열린 한쪽의 문이 생긴 이유가 있겠지만, 그 문이 그 사람에게도 바라보는 사람에게도 바라는 것인지 알 수 없다. 하늘 같은 마나님의 머리끄덩이를 잡고 머리에 쓰려는 인지장애의 이야기부터 레인맨 영화처럼 우리는 부족하다고 생각하지만 구체적이고 특정한 분야의 탁월함을 갖은 이야기까지 정상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인간에 대한 고찰은 흥미롭다.
정상적인 인간은 어떻게 정의할 수 있는가?
환영이 보이고, 환청이 보이는 것을 정상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비정상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 그들의 행동과 사고에서 긍정적이라고 생각하는 기능과 반응에 대해서는 놀라움과 같은 반응을 갖게 된다. 그런 부러움이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열등함인가? 전체 사람의 표본 중에 기능별 편차처럼 더 넓게 보지 못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기능적 차이에 대한 거부감이다. 그래서 자세히 보지 못하는 것일지 모른다. 우리가 말하는 인간의 정의와 범위에 대해서 여러 생각을 하게 된다. 나도 하자품일 수 있으니까..
외눈박이 나라에 두 눈 갖은 사람이 병신이란 속담이 생각난다. 이성의 비중이 높다고 고차원적인 인간이라고 정의하기도 어렵다. 사이코패스도 범죄를 저지르기 위해서 고도의 이성적 활동을 한다. 이 책을 보면서 사람을 애정 어린 그윽한 눈빛으로 봐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다가도 투렛증후군, 확증편향, 허언증과 같이 뭔가 조절되지 않는 듯한 사람이 나타나, 내 머릿속에 손을 넣어 조물딱 거리는 시도와 내 마음에 손을 넣어 심장이 벌떡거리게 하는 상황을 보면 가차 없이 불쾌하다. 차라리 선택적 또는 간헐적 인지 장애, 기억장애와 같은 상실이 부러울 때도 있다. 이런 생각이 드는 것도 또 신기한 일이다.
의학적 지식은 당연히 열등하고, 그들의 관찰을 본다는 것이 의사라 불리는 사람들의 인간관, 사람에 대한 정성과 애정을 보게 된다. 물론 모두가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훌륭하고 위대한 일이지만 매일 아픈 사람을 본다는 것이 좋은 직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좋은 사람이 되는 길은 꼭 정도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원인을 알 수 없듯, 할 수 있는 일에도 제한은 없다. 단지 한계와 약간의 꺼림을 어떻게 극복하는가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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