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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_인문_사회_정치 (冊)

아니야, 우리가 미안하다

by Khori(高麗) 2014. 7.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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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아니야, 우리가 미안하다

천종호 저
우리학교 | 2013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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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일명 '사'자들어가는 직업에 호감이 없다. 어려서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다. 의사는 매일 사람들의 고통과 피를 봐야하고, 법조인은 매일같이 분쟁의 중앙에서 균형을 잡아야한다. 즐겁게 살기도 바쁜데 굳이 그런일을 이란 생각을 많이 해왔던것 같다. 내가 봉사와 공헌에 대한 개념이 너무 없는 탓일지도 모른다.


특히 법조인들의 권의의식에 대한 선입견, 사람이기에 포청천과 같은 현명한 판단을 항상 기대할 수 없다는 문제점도 있다. 무엇보다 매체에서 그려진 법조인의 소명의식과 거리가 먼 모습이 더욱 왜곡하지만 나에겐 법이란 가장 천박한 수단이라는 생각이 있다. 법의 폄하가 아니라 천종호판사의 말처럼 사람은 대화와 타협, 조율과 양보라는 좋은 수단을 남겨두고 성질급하게 고소, 고발, 법을 운운한다. 그리고 막상 법앞에 가보면 법이 갖고 있는 가치, 사회제도를 유지하기 위한 철학들이 항상 내 생각만 같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사기에 보면 혹리열전과 순리열전이 있다. 그외에도 상앙과 같은 자를 보면 법을 촘촘하게 시행하고 정작 자신의 처지가 어려울때 자신이 만든 촘촘한 법으로 삭막한 현실에 다다른다. 그래서 법은 꼭 필요하고 준수할 필요가 있지만 가까이 할 것은 또 아니기도 하다는 생각이다. 또한 법의 문제를 지적하지만 법을 어떻게 운용하는가는 결국 사람의 몫이다. 그러기에 순리가되고 혹리가 되는 것은 법이 오락가락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오락가락하기 때문이다. 시대에 맞게 자신의 직업에 대한 깊은 소명의식을 갖고 있는 저자의 인간사랑의 마음이 참으로 따뜻하다고 느끼게 된다. 


책의 내용이 가슴아픈 사연들로 빼곡하다. 그것을 매일보고 접함에도 그 초심을 항상 유지하는 저자, 아니 판사의 소명의식이 참으로 대단하다고 느끼게된다. 사람이 느끼는 감정이라는 것이 자꾸 느끼면 그 효용이 체감하고 무던해지는데 그것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은 사람에 대한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않아도 명절에 가족들과 학창시절 이야기를 하게되었다. 내가 아직도 잊지 못하는 선생이있다. 국민학교 저학년시절 옆자리 아이가 떠들었는데 내 귀싸대기를 날린선생..내가 하지 않았다고 이야기하는데에도 씨익 웃으며 '그래'하던..재수 옴팡지게 없던 선생..얼굴을 흐릿한데 그 미소는 잊지 못한다. 그래도 이런 사람은 낫다. 누나가 상담을 하다보면 학생들에게 꿈을 이야기하게 하고 북돋기는 커녕 언감생심이란 말을 아주 속되게 하는 사람들이 만든 상처의 결과는 참으로 참혹하다. 학교를 비난하는 것이 아니고 선생을 비난하는 것이 아니다. 선생이기에 무조건 존경받을 자격이 있다는 환상은 깨져야하고, 존경받을 만한 사람이 선생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실 어디보다도 폐쇄적이고, 침묵의 카르텔이 가장 심한고, 상대방에 대한 존중의 밑바닥인게(겉으로는 아주 지식인들같음) 우리나라의 교육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저자와 같이 사랑으로 보듬고 그들이 처한 환경을 배려하여 어린 소년, 소녀들을 감안한다면 세상은 좀더 따뜻해질 수 밖에 없다. 의무교육이기 때문에 가지 않을 수 없는 곳에서 받아야만 하는 구분, 차이, 차별등은 가정형편에 따른 환경적 영향을 더욱 악화시키기 때문이다. 특히 이런 어린이들의 문제는 책에서 약 50%가 조금 못되는 수준이 결손가정에 기인한다. 그런데 정신적 상담치료를 받는 사람들, 사회부적응정도가 심한 사람들의 대부분도 상당부분 가정내문제에 기인한다고 한다. 학교던 가정이던 가장 큰 치료제는 결국 인간에 대한 사랑, 관심, 배려가 아닐까한다.


집앞에서 담배피는 녀석들을 청소시키면 마누라가 제정신이냐고 타박한다. 아이들의 돌출은 책에서처럼 고착화되며 문제가 커지는 경우도 있지만 호기심, 관심을 끌기위함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애정결핍이 가장 큰 원인이기도 하다. 아이들이 어른의 뒷통수를 보고 크고, 어른의 발걸음을 따라 걸으니 사실 연좌제를 적용할 수는 없지만 아이의 책에서 부모와 어른이 전혀 자유롭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책속에서 그 책임을 방기하고, 어떻게든 떼어버리고 자신만 잘살겠다는 자들을 보면 참으로 분노하게된다. 이런 족속들은 왜 결혼씩이나하고 무책임하게 애들은 낳아재끼고, 하나의 문제를 두세개의 문제로 양산하는가?하는 생각이 들다가도..그들도 누군과의 관심과 사랑을 받으면 좀더 좋은 사람이 되었을텐데..나라가 잘 살게 되면서 가난이란 문제가 좀더 개선되었다면 좀더 좋은 사회가 되었을텐데하는 생각이다.


고등학교때 짝꿍 녀석이 가출에 술담배에 책속의 불량학생과 차이가 없다. 하지만 재미있는 사실은 차라리 이렇게 표출되는 녀석들은 공부만 하는 녀석들보다 상황판단력이 좋을때가 많다. 그리고 그들을 인정하면 좀더 재미있게 지낼수도 있다. 또한 이런 녀석들은 머리가 나쁘지가 않다는 것이다. 한심한 수학점수라고 놀렸더니  이것만 가르쳐달라고해서 하루종일 붙잡고 늘어지더니 그 문제는 다 맞는 것을 보면서 내가 대단히 놀란적이 있다. 라면내기에서 톡톡히 값을 치루긴 했지만..문제는 이들은 구분하여 선을 긋고, 색을 입히고 재단하면서 문제가 된다. 그리고 가장 치료도 안되고 문제가 많은 사람은 반응이 없는 사람들이다. 지인의 말을 빌리면, 고등학교시절 친구들이 바보라고 매일 놀리고 일명 왕따를 당하는 얌전한 녀석이, 하루는 의자로 사람을 내려치고 한말이 "나 바보잖아"였다고 한다. 


엄마들은 누구랑 놀지말고, 누구랑 놀라고 말한다. 좋은 점을 본받고 모방하라는 의도일것이다. 하지만 그러는 부모들은 세상에서 뛰어난 사람들을 부단히 본받고 따라하느냐? 그러면 부모는 이런 사람들만 만나고 성인군자와 같은 생활만 하는가? 불가능한 일이다.  우리아이가 다니는 학교에도 결손가정의 아이들이 많다. 종종 우리집에 놀러오는 아이들도 있다고 마나님이 말씀하신다. 그러면서 가끔 우리집에 놀러오면 부러워하는 눈빛이 있다고도 한다. 요녀석이 애들도 쥐어박고 학교에서 말썽쟁이인가본데..우리마나님은 불쌍해서가 아니라 더 좋은 사람이 되라고 아는체도 하고, 칭찬도 하고, 먹을것도 사주고 한단다. 더 웃긴건 덩치도 크고 쥐어박힌 녀석들은 지천인데 우리애랑은 또 잘 지낸다고 한다. 가끔 동생까지 같이 나가서 재미있게 놀기도 한단다. 이걸 보면서도 참 마나님이 현명하다고도 생각하고 사람이란 어떻게 받을까가 아니라 어떻게 베풀까를 통해서 더 크게 나아질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마 내가 봤으면 애지중지하는 레고라도 하나 꺼내줬을텐데..아이들에게 나는 굳이 거짓말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 세상에 다양한 사람이 존재하듯 작은 사회에서도 다양한 사람이 존재한다. 본인이 해야할 일에 최선을 다하고, 사람을 굳이 재단하여 사귀라고 말하지 않는다. 다 본인이 베푼만큼 받는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어려서 나이에 구분없이 동네 골목에서 놀던 시절이 자연스럽게 사회의 위계와 질서를 보다 합리적으로 배우는 교육의 현장이란 생각이다. 머리로만 배우고, 해본적이 없고, 시계와 깥이 촘촘한 제도로 학생들이 더 절름발이 사람공부를 하게되는 듯 하다.


아직도 매체속에서는 청소년들의 비행문제, 심각성을 사회적 문제라고만 하고 있다. 나는 정상, 다른 놈은 비정상이라는 생각이다. 그런데 미친놈은 절대 자기가 미쳤다고 하지 않는다. 사회적 규율과 제도를 운영하는 맨 마지막자리에 앉은 판사님이 이런 책을 내야한다는 것이 어쩌면 더 가슴아픈일이다. 아마도 우리나라 욕중에 가장 심한것중 하나가 "어디서 가정교육을 고따위로 배워갖고"가 아닐까한다. 이런 말을 들으면 사람은 모욕감과 분노, 수치심의 복잡한 감정을 느낀다. 하지만 청소년문제, 사회문제의 대부분은 그렇게 존귀한 우리집이라는 근거없는 자만심과 별개로 무엇인가 문제가 있는 우리집 가정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이다. 유사한 이야기도 많고, 가슴짠한 이야기가 참으로 많다. 그리고 오늘 책에 나오는 나쓰미 소세키의 풀베개 한구절이 하루종이 머리속에서 되뇌이게 된다. 어른도 그러한데, 커가는 아이들은 다른다는 생각이 많이 들지 않는 하루다. 


산길을 오르면서 이렇게 생각했다.

지(智)로만 살면 모가 나고

정(情)으로만 살면 흘러가버리고

의지(意志)로만 살면 답답하다.

좌우간 이간 세상이란 살기 어려운 세상이다

살기 어렵기가 극에 이르면 쉴 곳을 찾아 떠나고 싶어진다.

어딜 가나 살기 어렵기는 마찬가지라는 것을 깨달을 때

시가 써지고, 그림이 완성된다 

책을 선물받고 일년만에 보게된듯하다. 찬바람이 부는 오늘보다 내일이 더 춥다고 한다. 그냥 오늘 도시속에 사는 생활이 조금 귀찮다는 생각이 드는 밤인가보다....그냥 좀 마음이 휑하다 여러모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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