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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살아보세 (書)

아빠는 배달맨 - 미리미리 말을 해야지

by Khori(高麗) 2024. 1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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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구들과 밤새 놀고 새벽에 들어오는 별봉이랑 마주쳤다. '어쭈구리'라는 생각이 들다 씨익 웃고 들어가는 녀석을 보니 웃음이 난다. 소싯적에 나도   말이 없지. 가르치지 않아도 어쩜 저러냐고?! 다음 달에 휴가를  나온다던데. 

 

 사무실에 일하다 전화를 했다. 별봉이는 자느라 정신이 없을 것이고, 달봉이한테 전화를 했다.  출장이라 저녁이라도  번 더 먹자고 했더니 "저자식 자느라 정신없어요"란다. 일어나며 메시지를 달라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연락이 없어서, 퇴근을 조금 일찍 하려고 서두르는데 연락이 온다. 주인님  "이것저것  먹어서 오늘은 회를  떠와요"란다. 그럼 수산시장에 가야 하잖아? 미리 말하면 미리 출발했는데 퇴근시간에 언제 수산시장엘 가나? 어차피 회를  먹는 달봉이는 연락이 없을 것이고, 별봉이는 만만한 엄마를 시키고, 배달은 내가 하는 거지. 아주  짜인 시스템이구나. 

 

 지하철 타고, 버스 갈아타고 노량진 수산시장에 도착했다. 많이 바뀌었구나? 키오스크도 있고, 주변에 있던 포장마차도 없다. 배도 고픈데 오뎅하나 사 먹을 곳이 없네.. 주문을 했더니 사람이 많다고 30분이나 기다리란다.

 

 장터네 나온 김에 여기저기 돌아다녀보니 깔끔하게 정리가  듯하다. 이층에 올라가 보니 튀김 파는 곳이 있어서 side menu라 생각하고 샀다. 그러고 보니 향이 솔솔 올라오는데 마을버스 타기가  애매할  같다.  쫌매놔야지 뭐.

 

 

 마나님 메시지가 또 온다. "있으면 오징어 회도 좀 사 와~" 2층에 올라오는 동안 수조에 든 오징어를 본 적이 없다. 기후 온난화로 잘 안 잡힌다는 뉴스를 본 것 같은데.. 다시 주문한 가게에 가서 "오징어도 있어요?"라고 물어봤는데 표정이 조금 애매하다. 있긴 있는데 비싸단다. 회가 3인분에 9만 5천 원인데 오징어가 4만 원이란다. 후배 가족들하고 오징어 회 먹으러 온 적이 가물가물한데..

 

 마나님 메시지가  온다. 바쁠  전화를 하지 자꾸 메시지를 보낸다. "비싸면 사지 말고" 이건 무슨 소리냐? "먹고 싶은  먹어야지"라고 답장을 했다. 가격을 말해봐야 먹을 거면서 잔소리만 떨어질 텐데 뭐. 배달맨 마음이지.

 

 받아보니 정말 얼마 안 된다. 예전엔 1-2만 원이면 푸짐했는데. 실물 경기를 체감하는 것은 새삼 다르다. 나라 꼬라지가 거시기해도 먹을  먹어야지. 

 

 마을버스를  내려서 나도 주문을 했다. "달봉아.. 엄마보고 라면 하나  조금만 해서 끓여달라고 해라. 지금부터 끓이면 된다"라고 말했는데 저 멀리 소리가 들린다. 흘려듣기로...  안 먹는 달봉이는 벌써 밥을 먹었단다. 주인공인 군인 별봉이는 배가 고프단다.  와중에 라면을 끓여달라고 했더니 마지막 주문자가 온갖 욕을  먹는 건가? 줄을  서야 한다니까..

 

 

 집에 도착했더니 별봉이가 이걸 먹어보겠다고 골라놨다. 어이쿠!  집에서 술을 안 마신다. 어쩌다 주인님 꼬임에 맥주를 잔으로 한두 잔 마시면 많이 먹는 수준이다. 별봉이가 골라 놓은 술을 따주면 "너 이거  마실수는 있냐?"라고 물어봤다.  소싯적보다는 훨씬  먹는  같다. 마나님이 술을  안 마시니, 나랑 섞여서  먹는 절반 수준이긴  듯하다. 독주를 소주처럼 먹으면  번에 훅 간다. 소주는 기분이 좋은 상태에서  먹다가 보면 슬슬 어지러운데 하더라도 맛이 가는데 시간이 조금  걸린다. 하지만 독주는 속이  좋다기보단 슬슬 머리가 띵하니 어지러운데 하면 얼마  있다가 골로 간다. 건배도 하고 집에 있는 술을 보면 이런저런 설명도 해주고, 마실  있는 것과 관상용을 구분해 줬다. 요즘 술을 사면 거의 별봉이가 맛을   볼만한 녀석을 고르고 있다. 나이 먹고 가끔 별봉이랑 한두 잔 집에서 마시는 재미가 있을까 한다. 달봉이도 어쩌다   정도 마시니까. 부러운 놈들 있을 거다. ㅎㅎ

 

 몇 잔마시더니 소주랑 느낌이 다른가보다. 지난번 싱글몰트   홀짝홀짝  마시더니 마오타이는 무겁나 보네. 덕분에 나도 한두 잔 마셨다. 며칠 있다고  마실 것 같은 분위기라. 녀석이 그만 먹겠다고 병을 닫아서  두었다. 1월에 휴가 나와서  마시려나? 주인님은 역시나 이런저런 말이 있었지만 오징어 회 잘만 드시더구먼. 거봐 사길 잘했지. 이젠 슬슬 공항에 나가봐야겠다. 하필  추운 날 출장에서, 더운 곳에 가니 옷을 어떻게 입으라는 거냐고...  와중에  하라는 분이 나오시고.

 

#연말 #가족 #소소한파티 #휴가 #kh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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