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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잡부(天上雜夫)_ 사업관리 시즌 2 (해외영업 시즌 1) )

양덕의 갑질, 을의 반란 - 적이 쳐들어 오면 뭉쳐야 한다

by Khori(高麗) 2020. 8.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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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 데나 도장 찍으면 안 된다"라고 했더니 조회수가 5천을 넘어서고 있다. 이건 무슨 조화인가? 세상 억울한 사람들이 많은 것인지, 계약을 하려는 사람이 많은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원래 가장 좋은 것은 계약이란 것이 없어서 서로의 원칙이 존중되고 신뢰를 바탕으로 거래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혹시 그런 마음이 들 때에 그 거래 대상이 연로하시면 우리 부모님 친구다 생각하고, 또래라면 미래를 같이할 친구다라고 한 번 생각한다면 세상은 훨씬 좋아질 것이다.

 

 그러나 세상은 내 마음과 같지 않다. 선진국은 좀 낫지 않을까라고 생각하지만 나는 그런 생각 전혀 동의할 수 없다. 미국에서 왜 의사와 변호사를 친구가 필요하다는 농담이 나오나? 의료비용이 대단히 높고, 이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예의 없는 나라는 고소장과 변호사가 자주 등장한다. 즉 사회 계약론 하고 어떻게 관계가 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아주 계약적 관계의 나라다. 불만이 있으면 마주하기보단 변호사를 보낸다. 이게 좋은 것인지는 글쎄.. 정서적으로 동의하기 힘들다.

 

 일본과 독일은 인종이 다르고, 문화도 다르지만 아주 유사하다. "전범국의 공통점"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개인보다는 사회적 제도 시스템이 그렇다. 치밀하고 꼼꼼하며 알 수 없는 미래를 위해서 매뉴얼을 만들어 둔다. 법이란 사회적 매뉴얼이라고 할 수도 있다. 독일이 근대사회 시스템을 일본에 많이 전수한 것도 영향이 있는 것 같다. 내가 유럽 사업팀과 일본 사업팀을 보면 말씀은 사맞지 아니하지만 하는 짓은 별반 차이가 없다. 그래도 그들의 장점을 들어보라면 독일은 사과라는 것을 하고 개과천선 중이다. 또 한국이 발전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현지에서 고생도 했지만 기여를 해준 셈이다. 일본은 정서적으로 거리감이 있다. 얍삽하고 상황에 따라 태도라 달라 가볍다. 그나마 문화적으로 근거리다 보니 욕이 통하는 시원함? 하여튼 잘 안 맞는다.

 

 이런 환경에서 일을 한다는 것은 다양성이라고 포장된 화려함이 있고, 온갖 세상 또라이를 마주할 때가 있다는 것이다. 그것도 신선한 문화적 색채 가득한 일을 보면 짜증도 나지만 뭐 갸들도 그렇지 않겠어?

 

 한 번은 출장을 갔는데 고객님 왈 "너네 제품 불량률이 너무 높다"라며 운을 띄운다. 마친 그날 가격 update와 신제품 협상을 하기로 했는데 초장부터 분위기를 잡는다. 사실 오래 알고 지낸 사이라 '짜식 기분 나쁘게 온갖 폼은!!'이란 생각을 했다. 당시 중국 저가형 제품들에 손을 대서 거래가 축소된 시점이기도 했다. 갑자기 이사란 작자가 산업용 포대자루 근처에 가더니 "이게 다 불량품이네 불량품"하면 검사 NG 난 제품을 손으로 들어서 보고는 다시 자루에 패대기를 쳤다. '어쭈... 근데 저거 우리껀가?'라는 생각이 들어 살짝 쫄기도 했다. 가서 보니 "심봤다"를 외치며 만세 삼창이라고 하고 싶었다. 죄다 중국산 제품이다. "이것도 중국 제품이네" (우당탕), "여기도 중국 제품이네"(우당탕) 이러면서 고객님보다 더 세게, 더 멀리, 거 깊이 물건을 집어던져줬다.  번쯤 하다 보니 어깨도 풀리고 재미가 슬슬 붙는데 우리 직원이 "재 성질 더러운데 오후에 어쩌려고 그려서요"하며 말려서 참았다. 아니나 다를까 눈에 불을 켜고 저기에 있다며 가자는데 거기에도 없다. 되려 판매한 지 15년도 넘은 제품을 아직도 잘 쓰고 있다. "용용 죽겠지? 친구야"그러고 싶지만 그 말을 현지어로 알 수가 없으니 아쉬울 뿐이었다. 그러나 고객에서 감사한 것은 감사하다, 미안한 일은 죄송하다고 표현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런 진심은 언제든지 통한다. 물론 갑질을 눈치껏 얼마나 잘 막는지는 자기 하기 나름이다. 사실 그 고객과 친분이 없다면 그런 일을 하지 않았겠지요?! 그다음에 전시장에서 봤는데 이 쪼잔한 녀석 다른 건을 물고 와서 어찌나 ㅈㄹ를 하던지.. 이 녀석만 생각하면 엄지, 검지, 중지를 눈에 모아서 "쁘라 블레모!!!"라는 기억밖에 안 난다. 난 네가 '쁘라 블레모'지. 그리고 소심하게 요렇게 스트레스를 풀고.

 

 그런가 하면 국내에서 해외 특정 고객에게 같은 상표의 제품을 공급하는 회사들이 있다. 브랜드라는 측면에서는 공동체이지만 공급이란 측면에서는 경쟁이라고 볼 수 있다. 과거 한국 기업들을 보면 '못 먹어도 Go', '저 놈만 쓰러트리면 독식이다'와 같은 사고가 많았다. 아직도 기업 대표들과 은퇴가 가까우신 분들 중에 이런 분들이 많다. 그런데 일명 4차 산업이란 기술이 온갖 것을 다 연결해서 뭔가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일이다. 통신과 네트워크가 발전하고 서로 다른 제품들이 하나의 플랫폼에서 돌아가다 보니 이 시스템은 '모난 돌이 정을 맞는' 시스템에 가깝다. 플랫폼을 압도할 만한 구성요소는 드물다. 이 이야기는 뇌를 이기는 오른팔을 만드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쟁을 하지만 브랜드 공동 협력체를 만들어 보자고 고객사에 제안한 적이 있다. 그래서 한국 업체들이 한 자리에 다 모였는데 그중 한 업체는 "난 못 가겠네!"라며 빠지고, 나머지 업체들의 이런 비협조적 자세는 기가 찰 노릇이다. 이런 태도가 결국 해당 브랜드 업체가 브랜드 방향을 위해서 만든 종합 숙제 세트가 떨어지는 계기가 되었다. 젠장! 5-6년간 같이 뭘 해보자고 해도 "나한테  해줄 거야?"만 붙는 정나미 떨어지는 태도는 참 실망스러웠다. 그러나! 항상 인사 잘하고, 도와줄 것이 있다면 기꺼이 도와드리고 했다. 그래도 밥 한 끼 안 사는 대표이사를 보면 "나떼" 최고봉이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러다 브랜드 공급사에 공급사에게 클레임을 제기했다. 사건이 발생하는 과정은 사실 예측 범위 밖에서 일어난다. 상황을 확인해 보니 완전한 면책은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떼 최고봉 협력사에 계신 선배가 연락이 왔다. "아니 내가 얼마를 벌었다고 이 만큼을 달라는 거야? 너네는 얼마냐?". 이때 머리를 스치고 RPM이 막 돌아갔다. 다른 업체 팀장에게 전화를 했다. "너넨 얼마나 나왔냐?"라고 묻자마다 "우리가 매출이 얼마라고 이런 걸 청구해. 우린 거래를 끊을 거예요!!"라며 엄청 격앙된 사운드가 나온다. 그래서 "그럼 사장님한테 말씀 좀 드려서 나떼 최고봉 사장님까지 한 자리에 다 모아주세요. 공동 대책을 해 봅시다"라고 이야기했더니 불과 30분 만에 연락이 왔다. 해가 서쪽에서 뜰 일이다.

 

 한 자리에 두 번째 모인 어색한 만남.. 마치 적과의 동침인지 적과의 한따까리인지 애매모호한 표정이 익숙한 모습이다. 갑자기 나떼 최고봉 대표이사님이 "옛말에 화살 한 개는 쉽게 부러뜨리지만, 화살을 묶으면 부러트리기 힘듭니다"라는 말씀을 하셔서 깜짝 놀랐다. 사람이 갑자기 변하면 대개 큰일이 생기기 때문이다. 현황 문제를 브리핑하고 세부적인 내용은 공급사별로 차이가 있음으로 공동으로 대응할 부분을 나눠서 정리해 보기로 했다. 졸지에 보드에 펜 잡고 정리를 하게 됐는데, 속으로 이런 생각도 들었다. '그냥 나 혼자 할걸 괜히 오지랖을 펴갖고서..'

 

 분쟁이 나면 사실에 기반해서 측정해야 한다. 그러나 어르신들은 첫째 잘잘못이 아니라 '이 녀석들이 내가 좀 덜 남아도 이것저것 챙겨주고 기분이 나빠도 참고하는데 버르장머리가 없다'로 결론이 나온다. 둘째 잘잘못은 모르겠고, 일단 기분이 나빠서 아무것도 하기가 싫다. '아휴 내 팔자야!!' 이걸 정리하고 설득하는데 대략 한 시간 정도가 들었다. 

 

 간단하다. 정주고 마음 주고 싸가지 없이 돈을 청구하니 기분이 나쁜 것은 감성적 일이고, 현재 문제와 청구된 금액은 사실에 기반한 고객의 이성적 판단이다. 고로 우리도 이성적 판단과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씀드렸다. 대략 서너 가지로 압축해서 돈을 청구하면 근거와 평가방법을 확인해야 한다. 물건을 사면 영수증이 나오듯, 돈이 오가면 돈이 오가는 명세의 정확성과 근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 외 공통된 불만족을 취합했다. 

 

 "그럼 초안은 누가 정리할까요?" "네가!" ㅡㅡ;;;;;;;;;;;

 "그럼 초안은 내일까지 작성해서 배포하면 언제쯤 보내실 건가요?" 

 "고양이 목에 방울을 누가 달건가네?" (나떼 최고봉 대표님)

 "우린 먼저 계약서부터 확인해 봐야 할 것 같아요" (다른 대표님)

 "난 변호사하고 상의해서 주말에나 보낸다고 했다" (나떼 최고봉 대표님)

 

다들 어머니에게 감사드리고 효도하라고 하고 싶다. 내가 제일 어리니까 다행이지. 일단 정리를 다해서 업체에 보내서 동양식 연판장을 만들었다. 그랬더니 '나는 사인을 하려는데 명판을 찍었다', '저쪽에서 스캔을 잘 못해서 내 명판이 빠졌다'... 다양한 이벤트가 발생한다. 결국 그 마저도 다 정리해서 돌려드렸다. 이런 일을 하다 보면 '대체 내가 잘하는 일인가?'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래서 대표님들에게 "여기서 배신자가 나오면 안 됩니다!"라고 농담 반 진담 반을 던졌다. 어쨌든 세월이 흘러 오래되면 "재가하자고 했지. 난 안 했지!"라고 하겠지만. 죄다 정리해서 양덕 갑질에 대응하기 위한 ICBM급 연판장을 제일 먼저 보냈다. 나도 반응이 궁금했다. 하지만 회신을 보면 돈 달라던 소리는 쏙 들어가고 본인들이 청구한 근거, 명세, 판단기준, 관련 문서를 전부 공개하기로 했다는 회신이 왔다. 

 

 기쁜 마음에 1차 회신을 긴급 타전해 드렸더니, "이건 어떻게 할 거야?", "이런 건 써서 보냈어 안 보냈어", "아~ 요건 어떻게 쓰면 좋겠어?"라며 계속 전화가 온다. 아니 변호사 있다면서요!! 양덕 갑질보다 어르신들 "아몰랑" 갑질이 제일 무섭다. 밥만 안 사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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