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ID-19 이후는 잘 모른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잠시 혼란스러워 잊고 있던 일들이 활성화된다는 것이다. 6개월 가량 중요한 문제 제기 밑에 깔려있던 일이 다시 책상위로 스물스물 올라온다. 6개월 전의 확실한 주제는 미국과 중국이 쌈박질을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NDAA부터 미국은 중국을 옥죄고 TSMC는 9월 중순까지 유예된 Huawei관련 제품과 종속회사에 대한 제재가 다시 화두에 올라갈 것이다. 미국 대선도 있지만 미국은 정당에 관계없이 미국의 이익에 관한 정책은 일관성이 있다. Huawei의 일부 사업부는 국제사업 수장을 경질하고 국제사업 부문을 축소했다는 소문이 있다.
그런데 나에겐 해외 업체들에게서 협력 문의가 많이 쇄도한다. 미중전쟁의 수혜가 대만과 한국에 오고 있지만 대만이 훨씬 큰 이익을 얻었다. 아쉬움이라면 준비된 상태가 대만보다 우리가 못한 것 같다는 나의 상황 인식이다. 한국 기업은 해외 경쟁도 하지만 국내 경쟁기업을 경쟁의 대상(제거대상)으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산업 생태계가 독점을 유지할 역량없이 경쟁자를 제거되면 스스로도 약화된다. 경쟁은 필수적이나 제한적 협력을 통해서 coverage를 넓히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것이 최근 수 년간 내가 갖고 있는 생각이다.
왜냐하면 부모 세대는 무엇인가 열심히 하면 밥 먹고 사는 일이 가능했다면 세상이 세분화되면 구분과 계산이 더 촘촘해진다. 경쟁의 구조에서는 그렇게 사고할 수 밖에 없다. 당장 식당만 봐도 대충 썰어주던 고기의 무게를 재는 이유도 그런 이유 아닌가? 인정이나 덤이 좀 떨어졌다고 볼 수 있고, 과거보다 더 정확해졌다. 그렇다면 정확성이란 장점을 경쟁에만 사용할 것이 아니라 협력이란 부분에도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누이좋고 매부좋은 일이 있다면 할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만은 않다. 사업적으로 계약서에 촘촘하고 깨알처럼 '네가 반드시 해야할 일'을 조건과 조항으로 추가하는 이유가 많아진 것은 사람들의 언행일치는 시대를 떠나 높지 않다고 봐야 한다. 어떤 면에서 한국사회는 이런 변화 과정을 걷는 중이라고 생각한다. 나에겐 덤이, 너에겐 정확하게라는 문화가 사회적 신뢰도 향상에 부정적이다. '나도 너도 정확하게'라는 시대가 점점 더 강화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장황한 이야기는 내가 처한 상황을 인식하는 관점이다. 그 관점이 내가 하고자 하는 목표와 어떻게 목표를 달성할 것인가에 관한 전략적 사고에 큰 영향을 미친다. 저 좋은 것만 하는 사람에게 타인이 협조적일리 없지 않은가? 사업도 마찬가지다. 배경지식과 상황판단으로 자신의 목표를 세워도 전략적 사고는 쉽지 않다. 왜냐하면 갸가 꼭 내 생각대로 하는 일은 잘 없지? 잘 없다면 내 목표와 계획이 허술한 것이고 사람을 이해하는 깊이를 보강해야 한다는 소리다. 협상도 전략적 행동의 범주안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그 때마다 내가 생각하는 기준은 단순하다. "내가 상대방이라면 하겠나?", "내 자식이라도 이런걸 시키면 할까?"라는 생각이다. 물론 똑같은 상황 판단 조건에서 장기처럼 내가 상대방에게 이런 행동과 말을 한다면 저 사람이 이렇게 행동하겠지라는 방식으로 생각하는 것과 비슷할지 모르지만 나는 좀 다르다고 생각한다.
전략가과 모사꾼의 차이는 사실만 갖고 이야기 하는가? 사실과 진심을 같이 사용하는가?에 차이가 있다는 생각을 한다. 이용과 활용의 차이는 이기심과 이타심의 배합정도에 따라 결정된다고 생각한다. 전략가와 모사꾼의 차이도 그렇다. 타인에게도 이익을 주는가와 타인의 이익을 고려하는가라는 관점과 내 이익은 이렇게 챙겨야지, 일단 내 이익을 이 만큼 챙기고 찌그러기를 갖고 타인과 협의해봐야지는 좀 극단적인 비유지만 나는 미묘하지만 다르다고 생각한다. 그 차이에 따라 신의의 강도가 '불신에서 철썩같이 믿음'까지 다양하다.
해외에서 들어오는 사업제안중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혼자서 도저히 할 수 없는 일들이 있다. 할 수 있지만 더 중요한 일이 있을 때도 있다. 과거에는 할 수 없는 제안은 '포기'라는 결정으로 대처하는 경향이 높았다. 그리고 내가 못 먹으면 타인도 못먹는다는 생각이 강했다. 그러나 나는 내가 할 수 없다면 협력할 방법을 찾으려고 도전중이다. 물론 의심과 의심의 한폭판에 설때도 많다. 시간도 오래 걸리지만 너도 안 하고, 나도 안 하면 외국놈이 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런 생각을 받아주고 동참하는 사람이 아예없지는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어제도 이런 협력을 받아 준 분들과 식사도 하고 감사의 인사를 드렸다. 10월에는 그런 결과들이 하나둘 생겨날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기 위해서 열심히 해야할 일이다. Watching is beliving이 확실하지만 사람은 참 다양하다.
직장인이 조금 무모해 보이지만 이런 일을 하는 이유는 결국 더 좋은 미래를 위해서다. 현실세계에서 신용카드에서 제공하는 서비스가 점점 많아지는 등급 규정에 따라서 세분화된다. 백화점도 그렇고, 온라인 서비스, 심지어 길거리 커피가게도 그렇다. 우리는 이런 결과에 익숙하다. 마케팅 관점에서보면 목표시장, 목표시장 세분화, 세분화 서비스 또는 솔루션을 통한 고객 차별화 세분화를 하고 있다. 과거의 구태가 아직도 좋은 제품 만들어서 기능하나 빼고 염가모델을 만들고, 쓸지 안쓸지 모르지만 덕지덕지 붙여서 더 비싼 제품으로 만드는 조삼모사의 사업, 제품, 서비스 방식은 경쟁력이 없다. 화장은 잔뜩시켜서 다르게 하려고 하지만 사실 아직도 이런 방식이 언제나 많다. 얄팍하다는 말이 왜 생겨나고 없어지지 않겠는가? 사람은 얍삽한 구석과 멍청한 구석도 갖고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신의있는 사람이 존중 받는다.
중국은 저가형 제품시장에 최적화된 사업방식에 집중해 시장을 무너뜨렸다. 전형적인 방식이고 한국도 이렇게 성장해왔다. 대신 한국은 시장 방어법을 배우지 못했다. 지금의 세대가 이걸 만들어 내야한다. 중국은 동시에 산업에 축적된 시간속에 녹여진 기술과 insight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그러나 후발자 이익의 관점에서 최신 기술로 응수해서 진일보 했다. 일본은 원천기술과 해외투자자산이란 레거시를 갖고 있다. 한국은 여전히 사람이 자산이고 재산이다. 그 재산과 자산도 노후화 속도가 빠르다. 이러다가 나라는 기울고 영조같은 사람들이 늘어나 사도세자들이 속출할까 걱정이다. 미국이 강한것은 기획의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사고력, 사고력의 규합과 검증이 지속적인 혁신의 결과를 낸다. 지식은 사람에게 나온다. 진일보한 지식은 경험, 시간, 타인의 지식을 함께 녹여서 나온다. 사람에게 나오는 지식과 통찰력을 통해서 기획을 하고 그 기획을 검증한다.
우리가 알려주면 잘 만드는데 만들것을 설계하는 개념이 부족하다는 비유가 '축적의 시간'이란 책에 나온다. 무엇을 만드는 연구 개발만 그런가? 해외영업, 영업, 재무, 제조, 품질관리 모든 분야가 그렇다. Fiance만봐도 최근 국내 사모펀드부터 사고가 많지만 지속적인 상품을 만들어 내고 있다. 그 상품속에 그것을 납득할 사람들의 사고디자인이 포함된다. 독일의 아디다스 자동화공장이란 결과도 그런 사고의 창출로 부터 가능하다. 네트워크보안(cyber security)의 중요성이 증가하듯 이런 품질보증을 위한 검증 서비스가 출현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재작년 PMP수업을 들은 이유는 대량생산 대량공급의 시대에서 사업도 project에 맞게 대량공급품, 현장 customization이 병행되어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더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1-20년 전만해도 한국은 기획의 중요성을 이해해도 현실에 적용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내가 많이 해봐서 아는데 닥치고 시키는거나 똑바로 해', '일단 시작해라. 중간에 보고 결정하자'와 같은 과거 경험 중심의 의사결정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다 세상이 빠르게 변화하고 먼저 생각이 타당한지를 돌아보는 과정이 더 큰 효과를 내는 시대가 왔다. 통신과 네트워크로 기계들이 협동정신을 발휘하자 그걸 만든 사람들도 내것만 알아서는 도퇴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나는 이것이 참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준비된 사람이 많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중년의 세대들은 자유롭게 크기 시작했지만 억압적으로 시키는 일을 당해온 세대다. 즉 자유롭고 창의적으로 결과를 내도록 가르치는 준비가 잘 되었다고 보기 힘들다. 아쉽지만 독학이 필요한 부분이다. 어떤 면에서 공부는 자신이 하는 것이다. 급하고 마땅한 대책이 없으면 본대로 하게 된다.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자식이 부모를 부지불식간에 담는 것도 오랜 시간속에 누적된 딥러닝이라고 해도 별반 차이가 없다. 세상은 항상 사람들에게 내가 변화하는데 알아서 하라고 할 뿐이다.
전략과 해결책의 초안은 이런 관심사에 대한 호기심과 관찰로 시작한다. 그러나 앎이 부족하면 그렇게 사그라지고 깊이가 생기지 않는다. 반면 작은 노력, 관찰, 공부가 반드시 전략가가 갖는 사고, 행동을 만들어 준다고 생각한다. 그런 사람들이 다방면에서 늘어나야할 때이고 그것을 하기에는 이런 어수선한 분위기가 좋은 기회라는 생각을 한다. 또 모든 분야에 전략가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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