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트 미션 (★★★★)
클린트 이스트우드라고 하면 서부영화의 인상이 강하다. 메디슨 카운터의 다리도 본 것 같은데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85편의 영화와 함께 한 그에게 이 영화가 또 마지막 삶의 미션이라고 생각된다.
Yolo 할아버지가 삶의 늘그막에 맞이한 가족들과의 관계를 통해서 삶은 항상 베푼 만큼 받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가족들의 태도를 이해하지만 꽃을 사랑하고, 사람들과 어울리기 좋아하는 인간으로서의 마음은 사실 나쁘다고만 할 수 없다. 삶의 균형이 부족하고 이에 대한 책임은 삶을 운영하는 사람의 것이다.
시대가 바뀌고, 온라인의 시대에 따라 20세기에 방식이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다. 우연히 쉽게 돈벌이를 할 수 있다는 말에 마약 운반을 시작한다. 그것이 잃어버린 자신의 삶을 다시 찾아줄 것 같은 생각, 친구를 도울 수 있다는 생각, 가족에게 다시 조금씩 돌아갈 수 있다는 욕심을 준 것 같다. 한번, 두 번 그렇게 쉬운 돈벌이와 평온한 삶의 경계를 반복한다.
한 번의 마약 배달로 바뀌 낡은 ford pick-up truck이 멋진 검은색 최신 트럭으로 바뀔 때 많은 것을 상징한다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삶의 자취가 바뀌는 것은 아니다. 결국 그는 마약 배달로 검거된다. 마약 단속반과 차를 마시며 한 이야기로 진실했다. 나이가 들어 욕심도 생겼지만, 꽃을 사랑하는 순수한 마음만큼 어떻게 삶의 결과를 받아들여야 할지도 알고 있었다. 마지막을 함께 한 부인에게서도 하나의 구원을 받았지만, 그래서 후회가 없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왕이 될 아이 (★★★)
국민학교 6학년 단체관람으로 아더왕을 본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멋진 기사, 엑스칼리버를 뽑는 인상적인 장면은 영웅에 대한 환상을 갖게 한다.
하지만 이 영화는 다르다. 해리포터 분위기 같은데 경박하다. 특히 멀린의 마법을 부르는 손동작과 주문은 우스꽝스럽다. 여기에 약간 판타지적으로 MSG와 아빠에 대한 MGS가 더해져 있다. 아이들이 보기엔 나쁘지 않겠지만 멋진 기사의 환상과 21세기 판타지의 주인공 중 어떤 그림이 더 오래 기억될지 모르겠다.
스토리는 아더왕이 엑스컬리버를 찾아서 세상을 파멸하려는 마녀를 물리친다는 이야기다. 큰 기대 없이 가족용으로는 괜찮아 보인다. 그래도 엑스칼리버를 허름한 공사판에서 뽑는 건 아니지 않나....
레플리카(★★★★)
이 영화 개봉되지는 않았다.
인간을 복제하고, 인간의 기억을 제어할 수 있다는 상상이 그렇게 달갑지 않다. 그런 인간이 실존적인 자아를 가질 수 있지만 나와 다른 객체일 뿐이다.
가족과 여행을 가다가 교통사고로 가족들을 잃는다. 인간 복제를 실험하는 연구원인 주인공은 가족들을 다시 살리기 위한 선택으로 가족들을 복제한다. 부족한 인간 복제 기계로 인해서 죽은 가족들 중 막내는 복제되지 않았지만 기계가 1회용도 아닌데 이런 디테일은 허술하다.
하지만 인간을 복제하고, 복제된 인간 아니 가족들의 기억을 조작해서 막내의 기억을 제어한다. 하지만 부작용은 존재한다. 그리고 그가 일하던 인간 복제 실험 연구소도 국가를 위한 실험실이라기보다는 어두운 그림자를 갖고 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인간복제와 기억 조작의 모든 알고리즘을 탈취하기 위해서 생명을 그렇게 경시할 수 없다.
재미있는 것은 스스로를 복제한 로봇이 어떤 면에서 더 인간의 본성을 잘 그리고 있다. 그 모습을 보면서 가식적으로 움직이는 인간이 더 순수하지 못하다는 생각도 했다. 어쨌든 결과는 복제된 가족이지만 막내까지 다 어울리는 해피엔딩이다. 중간중간 펼쳐지는 화려한 미래 상상의 모습이 재미있다.
미스 발라 (★★★)
미스 발라, 제목과 같은 이름으로 불리지는 않는다. 이름의 의미가 다른가 아니면 내가 영화를 잘못 본 것인가? 멕시코는 부녀자 납치, 살인에 대한 뉴스가 많다. 과거 미국이 커지기 전 광대한 아메리카의 종주국이 이렇게 나쁘게만 그려지는 것도 참 재미있는 일이다.
코스메틱 아티스트인 주인공은 친구를 만나러 멕시코로 간다. 친구는 미인대회에 출전을 하려고 한다. 그렇게 오랜만에 만나서 친구의 목표를 응원하고 도와주다가 친구는 납치된다. 친구를 찾기 위해서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다, 다시 폭력조직에게 이용당하고, 마약을 운반하고, 다시 친구를 찾고 배신의 배신이 오간다.
이런 폭력조직에게도 인간적인 모습이 있지만 그들의 행위가 인간의 보편적인 선한 삶과는 아주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 같다. 영화는 그렇게 조금 산만하다.
성난 황소 (★★★)
착하게 살아보려는 주인공을 세상이 가만두지 않는다. 세상이 인간의 바람대로 움직이지 않는 어려움, 불의를 이야기하고 이런 불의에 분노해서 폭력적으로 해결한다. 이런 상상이 사람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주는 간단한 방법이다. 그런데 카타르시스가 분출되지 않는다. 영웅본색처럼 폼이 안 나기 때문인가? 여기에 소소한 웃음코드를 넣다 보니 신파적인 르와르 장르가 되었다고 본다.
김성오의 또라이 연기는 참 좋다. 강렬한 인상과 함께 여러 영화에서 정말 또라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납치되는 마동석의 절반, 송지효는 예능 프로그램과 달리 영화에서는 멀게 느껴진다. 그렇게 큰 기대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데.. 마동석은 전형적인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한다. 이 기대에 재미를 주는 것은 김민재다. 최근 조연 출연이 많다. 악질 경찰에서도 그렇고..
일상에서 있을 법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사회적인 현상과 불의에 대한 인간의 잠재된 분노, 이를 통쾌하게 무찌르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 와중에 세밀하게 킹크랩 대박 사건은 참 웃기다.
헌터 킬러 (★★★★)
이 영화 재미있다. 아는 배우들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비행기에서 보는 영화에서 이렇게 쏠쏠한 재미를 주는 영화를 보는 것은 큰 행운이다. 개봉을 했는지도 몰랐는데.. 아쉬운 것은 아직 영화를 마무리하지 못했다. 마침 클라이맥스로 향해가는 중에 비행기에서 내렸다. 주말에 마무리를 해야 할 것 같다.
21세기에 20세기의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 이런 향수가 그리운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러시아를 가는 길에 이런 영화를 보니 묘하다. 잠수함 영화는 어쨌든 인기를 끌 확률이 높다.
러시아 주변에서 침몰한 미국 잠수함,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 급파되는 잠수함, 이 잠수함의 함장은 엘리트 코스를 밟지 않지만 잠수함과 함께 삶을 같이 해왔다. 그래서 승조원들의 생활과 삶을 잘 이해하고 있다. 당연히 주인공은 그 현장을 장악하는 배경과 실력을 갖고 있어야 한다.
항상 나쁘게만 그려지는 러시아가 실상 가서 보면 거기도 사람이 사는 곳이다. 우리의 시각이 편향된 부분이 존재하는 것이다. 정치적인 대립에서 상대는 제어해야 할 대상일 뿐이다. 영화 속에 러시아 대통령은 국방장관의 쿠데타에 속수무책이다. 얼마 전 북한이 러시아를 방문했다고 한다. 사회주의 국가, 공산주의의 잔재가 남아 있는 국가에게 통수권자의 경호와 안전이 이렇게 허술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더하면 더 했지.
그리고 이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서 4명의 특수부대가 출동하고 다시 이들의 목표는 미국 정부의 허가하에 러시아 대통령을 구출하는 것으로 변한다. 이야기의 구조는 황당하기 그지없지만, 영화가 황당한 것은 아니다. 아주 세밀하게 잘 그려져 있다. 특히 심해의 잠수함이 잠항하고 어뢰를 피하는 전투씬은 짜릿한 맛이 있다.
절반 정도 다시 보아야 하는데... 하필 너무 늦게 골랐다..
T-34 (★★★★★)
이 영화도 개봉하지 않았다. 귀국 편에 러시아 영화를 하나 보기로 했다. 어쩌다 보는 러시아 영화는 황당할 때도 많지만 그렇다고 아주 형편없는 것도 아니다. 어차피 에어로플로트에서 보여주는 러시아 영화는 러시아어와 영어자막으로 봐야 한다. 불편함이 많다. 그놈의 헝클어진 알파벳을 읽을만하면 집에 올 때인데, 이름이 다시 영어로 써지고 자막에 나오니 더 정신이 없긴 하다. 그런데 T-34는 전쟁영화를 좋아하면 추천할 만한 영화다.
영화는 첫 장면보다 시작하고 5분에 판가름이 난다고 생각한다. 이 정도에서 호기심을 끌어내는 영화들이 대개 재미있다. 특히 액션물들이 그렇다. 2차 세계대전에서 나치와 러시아는 서로 적군이다. 한가하게 트럭을 몰고 가는 주인공, 니콜라이는 트럭에서 내려 표지판을 도끼로 찍어낸다. 한쪽은 베를린, 다른 한쪽은 모스크바를 가리킨다. 그리고 베를린을 향하는 이정표를 인정사정없이 부숴버린다.
그러다 만난 독일 탱크를 보며 빠르게 출발한다. 생사가 오가기 때문이다. 그리고 멋지게 쏟아지는 포탄을 요리조리 잘 피하며 도착한 본진엔 주인 잃은 T-34 한대의 탱크가 있다. 탱크는 잠수함처럼 승조원과 이를 통제하는 Tank Commander가 필요하다. 주행, 포탄 장전, 사격 등 세 명의 조원과 한 명의 리더로 구성된다. 역시나 주인공은 대장을 잃은 승조원을 위해서 commander가 된다.
군인들의 동료의식은 생사를 같이 하기 때문에 더 투철해야 한다. 나를 믿는 것뿐 아니라 내가 믿고 함께 해야 한다. commander가 기적을 원하면, 내가 기적을 갖으러 간다는 구호가 일체 된 팀워크를 잘 나타낸다. 물론 러시아 사람들이 다 이런 군사문화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내 고객 친구는 유니폼, 군사문화를 격멸한다.
T-34 탱크 한대로 독일군 탱크 6대를 무찌른다. 실감 나는 전투 장면과 컴퓨터 그래픽이 나쁘지 않다. 특히 포탄을 맞은 탱크를 그려낸 장면이 인상적이다. 만화나 뉴스의 장면은 그냥 부서지는 것이라면, 마지 거대한 범종 안에 있는 것과 같다. 하지만 이렇게 무찔렀지만 러시아 T-34도 많은 상처를 받고 전 승조원은 포로가 된다.
그들에게 다시 포로수용소에서 기회가 돌아온다. 독일 장교 이름이 클라우스로 기억된다. 독일 탱크들이 개량형 T-34에 속수무책이다. 이들에게 훈련 대상으로 이 승조원들이 다시 뭉치게 된다. 재미있게도 그들에게는 포획된 신형 T-34가 있다. 포획된 신형 T-34에서 사망한 전우들을 꺼내어 묻어주고, 포탄도 전우들과 묻는다. 이 부분은 현실성이 조금 떨어진다. 그렇게 꼼꼼한 독일군이 아닌가?
그렇게 기회를 얻어 시작된 훈련과정이 어떻게 되겠는가? 이 와중에 꼼꼼하게 포화 속에 핀 사랑이야기도 있고, 마지막 클라이맥스로 향한다. 전우들의 역할, 헌신, 애국심을 고취 할 만한 러시아 국뽕 영화지만 마지막 다리 위의 일대일 탱크씬은 정말 기가 막힌다. 또 해치를 열고 마주한 니콜라스와 클라우스의 모습에서 서로에 대한 존중도 알 수 있다. 엔딩 크레디트에서는 그들이 살아가는 모습도 꼼꼼하게 그려져 있다.
러시아 영화가 한국에 개봉하는 일은 많지 않다. 그렇지만 이 정도 영화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한다.
#T-34 #라스트미션 #레플리카 #성난황소 #왕이될아이 #미스발라 #헌터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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