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 픽쳐스라는 타이틀과 산뜻한 시작화면이 좋다. 중국어를 멋지게 쓴 캘리크라피 서체는 운치가 있다. 영화를 보면서, 만약 제작을 헐리우드에서 했다면? 이런 질문을 던져본다. 20세기의 헤게모니와 주도권의 관점에서, 세상은 백인이 구해야 한다는 당위성은 어디에도 없다. 세상은 구할 수 있는 역량과 실력이 있는 사람들이 도전하는 것이다.
영화의 구성이 아마게돈(브루스 윌리스 주연, 1998년)의 작품과 유사하다. 이 제목을 좀더 멋지게 만들었다면 훨씬 좋았을 듯 하다. 거지 유랑하는 것도 아니고...목숨을 건 여정을 우스꽝스럽게 만든것을 보면 X맨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아마게돈은 지구로 향하는 행성의 충돌을 막기 위한 영웅들의 차출, 그들의 헌신을 통해서 지구를 구한다는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중국인들의 사고는 허황될 정도로 어마어마하다. 태양이 미쳐돌아가고 감히 지구를 다른 행성으로 이주하겠다는 상상만으로도 호기심을 끈다. 지구에 수 만개의 엔진을 달고 태양계를 탈출해서 다른 행성으로 이주하겠다는 발상과 컴퓨터 그래픽은 이런 상상을 즐길 수 있도록 돕는다.
중국 제작답게 이야기의 중심에 중국인들이 있다. 우주 정거장의 이야기속에서는 간간히 보이는 영국이 있지만, 러시아와 중국이 주도한다. 그럼에도 세계는 유엔이란 이름하게 미국이 지배하는 통일된 국가다. 마지막 모스를 통해서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합의사항이 나타나는 영상은 상징적이다. 시작은 미국부터지만 중앙은 중국이 차지하고 있다. 마치 그들이 아편전쟁이전까지 차지하던 영광을 다시 찾겠다는 생각, 세상의 중추로서 역할을 찾아가겠다는 생각이 영화 곧곧에 남아 있다.
무엇보다 개인보다는 집단적이고 가족의 범위가 좀더 포괄적인 동양의 개념이 있다. 아버지는 이런 지구를 구하는 프로젝트를 위해서 우주 정거장으로 떠나고, 황폐화된 지구에 남은 아들과 장인, 쓰마미로 폐허가 된 곳에서 얻게된 아이까지 하나의 가족이 되어 어려움을 극복하려고 노력한다. 혈연과 가족이란 틀이 세상에 연결된 사람들에 대한 사랑과 헌신으로 승화된다. 그렇게 다이아몬드같은 희망은 영롱하게 사람들의 마음속에 만들어진다.
목성을 지구에서 볼 수 있는 날은 가족이 만나기로 한 날이다. 그렇게 멀리서 가족과 지구를 구하기 위해서 떠나는 아버지를 배웅하는 심정은 말로 형언할 수 없다. 하지만 그 고난을 거치고 지켜낸 동생, 목성과의 충돌을 이겨내고 다시 시작된 지구의 여행은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 간다.
컴퓨터 그래픽이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잘 구성되어 있다. 영하 84도를 이겨내는 장비를 생산하는 지구인들의 결과가 신기하고, 이 곳을 돌아다닐 수 있도록 만든 복장이 마치 스타크래프트 테란처럼 보인다. 지상과 지구를 연결하는 거대한 엘리베이터는 왕좌의 게임에 나오는 장벽만큼 인상적이다. 특히 메카니즘의 구성이 현실적이라는 것이 맘에 든다. 꽤 잘 만들었는데 인기가 없는 것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