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아이언맨을 시작으로 한 시대를 풍미하던 어벤저스 시리즈가 종료됐다.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흥분과 기대를 품어주면 다양한 스토리를 전개하던 영웅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작은 마음의 탈출구를 열어주었다고 믿는다. 금융위기 이후에 이런 영화가 나온 것도 꼭 우연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Marvel Studio의 로고가 작년 CES의 멋진 LG전자 디스플레이 기술처럼 구현되며, 어벤저스에 대한 과거의 이야기를 짧은 영상 클립으로 보여준다. 과거의 기억이 파노라마처럼 흐른다. 첫 장면에 온갖 시련과 상처를 입은 아이언맨의 마스크로 시작되는 것이 2008년 아이언맨의 시작과 그 시작하던 시대와 궤를 같이 하는 것 같다. 시작의 독백과 자세가 전체의 흐름이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에 대한 복선이다.
또 하나의 리더는 캡틴 아메리카다. 사실 능력과 실력을 본다면 캡틴이란 리더의 자리는 아이언맨의 것이다. 뛰어난 두뇌와 판단력, 기계에 의존하긴 하지만 끊임없는 발전을 보면 더욱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캡틴과 아이언맨의 조합을 통해서 어벤저스의 조직은 최적화한다. 왕과 책사의 환상 조합처럼 이들은 반목하고 화합하는 과정을 통해서 역할과 책임을 어떻게 수행하는지 보여준다.
타노스에 의해서 사라진 절반의 생존물 시대를 경험하고 캡틴은 move on이란 말을 한다. 조금씩 나아진다는 이 말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겐 작지만 큰 삶의 동기다. 그 희망이 없다면 세상은 타노스가 다시 원자부터 다시 추려서 만들려는 세상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 영웅이 아니라 일상의 삶도 살아본 캡틴이 영웅에게 물려주는 유산과 I will do my best라는 답례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내일을 향한 자세라고도 할 수 있다.
누군가 인위적으로 만든 미래, 그 미래에 굴복하고 서로 상처를 보듬으면 살아가는 사람들, 그러나 인위적인 미래에 대해서 저항하고 이를 다시 자신들의 의지, 뜻을 안고 부딪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는 영화를 보며 후자가 훨씬 진보적이라고 생각하고 멋지다고 생각하고 동경한다. 그렇지 않고서야 3일 만에 3백만을 넘어서는 기염을 토하지는 않을 것이다.
영화란 틀속에 펼쳐지는 현대적 신화인 마블의 어벤저스를 보고 나서 든 생각은 10여 년 동안 펼쳐진 대서사의 아카이브 같다. 영화관 문을 나서며 현실에서 나는 또 어떻게 살고 있지?라는 생각을 했다. 하늘을 날고, 시간을 돌리고 영웅과 조디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사람들의 마음속에 미래를 만들어가는 인간 세상의 진정한 영웅들은 세상을 또 열심히 살아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주변의 사전 대량 스포, 대형 전투 장면보다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잘 만든 영화라고 생각한다. 역시 인간계보다는 외계가 훨씬 파워플하다. 슈퍼맨+원더우먼의 짧은 커트머리가 훨씬 잘 어울린다. 어차피 미모로 승부를 할 것은 아니었으니까.. 다시 한번 그 많은 영웅들을 볼 수 있게 안배해준 것도 작은 보답이라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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