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펜 아우어, 이름은 많이 들어봤지만 잘 모르지. 별봉이가 사준 책을 다시 돌려보내서 내가 열심히 보게 됐다.
사주 관상 이런 걸 볼 줄 모르지만 벗겨진 머리에 솟아오른 머리카락을 보면 젊었을 때의 조금 어리벙벙한 모습보단 낫다. 왠지 단단하고 보통이 아닌 범상함이랄까? 헤어스타일이 꽤 인상적이다.
책을 읽으며 내 생각도 많이 적어보면 낙서를 하게 된다. 읽다 보면 불교적 사유나 동양의 유가나 노장 사장적인 사유가 포함된 느낌을 많이 받게 된다. 무엇보다 세상은 이렇다 저렇다는 다양한 잔소리보다 '사는 게 뭐 다 그렇지?'와 같은 표현으로 다가온다. 그런데 왜 염세적이라고 표현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진실을 마주한다는 것이 불편하다. 틀린 소리 같지는 않은데 그의 말을 들으면 마음이 불편하다는 말 정도로 이해하기로 한다.
불교에서 인생을 생로병사, 즉 태어나서 늙고, 병들어 죽는다라는 인간의 당연한 과정을 쇼펜하우어가 똑같이 말하고 있을 뿐이다. 그건 너무 당연한 거고, 저런 과정이 인간에게 번뇌라고 하던 고통이라고 하던 그 말이 그 말이다.
그런데 이 양반 보통 멘탈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은 왠지 인간이 갖은 자유의지에 대한 확고함이다. 마친 길들여지지 않는 늑대처럼 온실보다 산과 들에서도 나는 인간으로 살고 있다는 증명을 한다고 할까? 그 증명의 길이 그가 걷고 있는 철학으로의 여정이 아닐까? 세상의 굴레에 대한 단순한 진리를 받아들이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가치를 만들어가는 것은 아닐까? 의지를 갖고 있어야 한다는 말과 힘들면 자빠져 자라는 말의 거리가 결코 멀지 않다.
그런 과정을 통해서 죽음으로 향하는 시간 속에 인생의 진리를 축적하고, 그 인생의 축적 속에 자신의 의지와 실행이 남고, 그것을 요약하면 그 사람의 철학이 된다. 모든 사람들이 한 줌의 철학을 갖고 살아가는 이유다. 그렇다고 그 모든 사람의 철학이 반짝이는 것은 아니지만.
얼마 전 팟캐스트에서 "뭘 써먹으려고 공부하지 마라"라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돈 벌려고 철학이나 공부를 하지 말라는 쇼펜하우어의 말도 일맥 상통한다. 13년째 의지를 갖고 책을 읽고 있지만 돈벌이의 수단이나 그걸 꼭 써먹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없긴 하다. 그래서 이 모양일지도 모르지만. 읽어가고 생각하는 과정 속에 내게 축적되고 버리고 한 것들이 현재의 나일뿐이다. 이 과정에서 온갖 체험과 다시 하고 싶지 않은 경험이 함께 하고 있다. 그렇다고 이 영감님처럼 그것이 고통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알 수 없는 미래가 다가와 내게 무엇인가를 하라고 할 뿐이다. 어쩌면 그런 미래는 또 내가 자초한 일일 뿐이다. 그런 걸 보면 장자가 구부러진 나무는 생을 편안하게 살아가고, 곧고 높은 나무는 밑동이 잘려 대들보로 쓰이는 것이 또 숙명인가? 잔가지처럼 편하게 사는 것이 부럽다는 생각을 가질 때도 있지만 인생 한 번 사는 거 늑대처럼 자유롭게 살아야지. 하여튼 이 영감님 멘탈은 갑오브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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