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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잡부(天上雜夫)_ 사업관리 시즌 2 (해외영업 시즌 1) )

이 와중에 출장, 그래도 전시회는 취소다

by Khori(高麗) 2020. 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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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출장은 하루에 2 곳씩 미팅을 해야해서 힘든 여정이다. 자주보지 못하는 고객들과 저녁 식사까지 겹쳐서 즐겁기도 하고 힘이 든다. 게다가 같이 간 녀석들이 꼭 마무리로 내 방에서 맥주를 한 잔씩 하니 웬수들이 따로 없다. 복덕방 같다는 생각은 든다. 덕택에 살이 많이 올랐다. 다시 감량을 할려면 몇 주는 고생하겠다.

 

 99년 처음 일본에 갔을 때와 지금을 돌아보면 변화가 있다. 사람의 기억은 믿을만한 것이 못된다. 내가 좋아하는 방향으로 기억하기 때문에 왜곡이 있다. 그러나 사람들의 표정은 과거와 비교하면 어둡다. 예전 선술집에서 술마시며 떠드는 노인 양반들을 봤다면, 지금은 찻집이나 술집이나 조용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누군가의 눈치를 보는 듯 한 무표정한 얼굴들. 우리처럼 아이팟, 블루투스 이어폰을 사용하지만 연령대가 최소한 10살은 더 높아 보인다. 그런데 일을 대하고 접근하는 방식도 과거와 다름이 없다. 물질문명의 발달과 이를 운영하고 관리하는 방식이 궤리된 느낌을 받는다. 뭔지 모르게 우울하다. 거리의 반짝이는 네온싸인과 예쁜 등에 가려져 있을 뿐. 최신형 S20, 아이팟, 슬림핏 슈트나 화려한 복장을 하고 붓과 두루마리 종리를 꿰찬듯한 느낌이라고 할까? 우리나라도 일본과 유사한 궤리감 커플링의 전조가 없다고 보기 힘들다. 소프트웨어를 아날로그 하드웨어적으로 도전하는 의기천추..(정말 이러면 분기탱천)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납품 일정에 큰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 마스크를 생산하는 회사에 다니는 후배는 백 만개 단위로 발주해도 우선 순위를 받기 힘들다고 했다. 일주일이 지나자 마스크에 들어가는 부자재를 5백 만개 구해야 한다고 난리다. 내가 종사하는 업종도 중국 관련 부품의 비중이 60%~80%정도 된다. 마트, 백화점에 가보면 공산품중에 made-in-china비중을 생각해 보면 된다. 케이스, 범용부품, 케이블, 스크류등 한 개만 없어서 제품은 완료되지 않는다. 한국산이라고 씌여 있지만, 다양한 원산지 규정에 의한 판단이다. 모든 부품이 한국에서 생산되는 것으로 만든 제품은 대단히 드물다.

 

 고객들은 모두 내것이 가장 먼저길 바란다. 이런 상황에서눈 경쟁자의 불행이 나의 행운이란 생각을 갖기 때문에 급하지 않는 것도 모두 우선 순위를 올려달라고 한다. 수급의 문제가 발생하면 가수요가 발생한다. 경제가 심리라는 말은 다름이 아니다. 위험을 상쇄하기 위해서 더 많은 발주를 하기도 한다. 영어로 panic order라는 말이 재미있다. 농담처럼 말하면 "그러니까 미리미리 오더를 내라고 했어 안 했어" 정도로 말할 수 있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와도 고민이다. 확보된 자재내에서 1차 정리하고, 발주된 부품들의 수급일정이 정말 짬짜면 그릇의 칸막이가 무너진듯 난장판이다. 문제는 고객이 기한을 반드시 지켜야 하는 건이다. 사람은 어려울 때 바닥이 드러난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전화위복인지 산비탈을 내리달리는 익사이팅한 점입가경인지 자기하기 나름이다. 자신만의 좋은 원칙과 기준을 갖는 것이 필요한 이유다.  

 

 납품 일정에 대한 조정, 안정화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3-4월까지는 여파가 예상되지만 주관부서의 정보 업데이트에 의존해야 한다. 사실 차질이 발생한 부품 중 생산이 가장 오래 걸치는 것에 기준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매주 일정에 대한 상호 공조를 이야기 했다. 어차피 불가항력 조항에 따라서 책임추궁은 면하겠지만 고객들 사업에 영향이 생긴다. 고객의 사업 영향이 다시 우리의 사업영향으로 돌아온다. 공급자가 공급자 사업만 생각하면, 구매자가 구매자만 생각하는 것을 탓할 수 없다. 그렇다고 손해를 보며 판매를 하는 것은 영업이 아니다. 그런 일은 정부, NGO, Unicef, 적십자가 하는 일이다. 손해와 수익의 구조에 따라서 기간과 범위가 달라질 수 있지만 영업이 손해를 보는 일을 하는 것은 자격에 큰 손상을 주는 일이다.

 

 고객별로 AI개발을 위해서 start-up과 같은 연구소를 설립하는 업체가 생겼다. 한국인을 채용하는 경우도 많고, 외국인 채용도 많다. 반면 오늘 판매하고 당장 돈이 잘 벌리는 제품과 솔루션에 관심을 갖는 기업도 있다. 미국하고 중국하고 무역전쟁을 하는데 이게 우리랑 무슨 상관인가? 왜 그런가? 이런 질문도 받는다. 겉으로 보이는 USTR과 상무부의 규제를 보면 통신과 자동화 기술(AI)이 핵심같다는 생각을 한다. 정부의 다양한 부서가 교역에 안보를 들고 나올 때 부터 이상했지만, 여러 글을 읽어보면 산업의 측면에서만 볼 일도 아니다. 다양한 산업기술이 군사기술에서 출발한 부분이 많다. 모든 기술은 인간의 오감의 확장이기 때문이다. 특히 무기체계의 근간인 통신과 자동화 부분에서 뒤지면 가까운 미래에 역량이 역전될 수 있다. 척후병을 통해서 적의 이동을 확인하던 시대에서 원격으로 '더 멀리, 더 자세히, 더 빠르게, 더 정확하고 더 은밀하게'라는 주제로 경쟁하는 분야가 군사분야 아닐까? 남들보다 항상 1초 더 빠르게 움직이고 대응한다는 것은 넘사벽을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AI라는 말이 나오면 "어떤 분야에 AI를 적용할 것인가? 무슨 AI를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한다. 이 질문 하나로 어느 정도 수준을 확인할 수 있는 시대다. 남들 다 아는 광활한 AI의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보기 힘들다. 반면 아주 구체적으로 빠른 시도를 도전하는 기업들도 있다. 다들 AI란 기술로 세상이 하루아침에 변화할 것 같다고 하지만, 어떤 관점이냐가 중요하다. 인간의 문명이란 관점에서 보면 대단히 느리다. 작은 부분에서 기술의 발전은 이 보다 빠르다. 부분적으로 자동화된 것들을 합치면 느려진다. 모든 것의 자동화는 내 평생에 보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특정한 어떤 것들이 자동화되는 것은 죽기전에 좀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가장 신선한 도전은 retail분야의 AI를 개발하기 위해서 스스로 retail shop을 운영하기로 한 기업이다. 자동화란 주인장이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이 아니다. 손님이 원하는 것을 제공하는 것이고, 손님이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을 제거하는 방향으로 자동화해야 한다. 이를 통해서 주인장의 문제도 자동으로 해결하는 것이 우리가 말하는 솔루션, 해결책이다. 그래서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와 고객 경험(Customer Experience)의 설계는 대단히 중요하다. 더 도전적인 이유는 업종도 바꾸면서 해보겠다는 의지다. 개업식에 꽃을 보내려고 했는데, 3월 전시회가 코로나19때문에 취소됬다. 비행기에 내리자마자 소식을 받았는데, 과장 녀석 사무실에 있으면 된다고 신이 났다. 

 

 국내기업들의 AI를 보면, 자신들이 직영하는 매장에서만 데이터 채굴을 해도 상당히 경쟁력이 있을 것이다. 그렇게 확보된 AI엔진은 다시 활용될 수 있다. 얼굴인식과 같은 분야에서 중국이 앞서가지만, 서양인 하고는 잘 안 맞는다는 농담을 한다. 일리 있는 말이다. 기술이 사람을 위하는 방식이 되기 위해서는 인문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기술을 개발, 운영, 관리해야 한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바빠 죽겠는데 세월 좋은 소리한다는 핀잔듣기 쉽다. 그러나 내가 "지랄총량의 법칙"을 아주 존중하는 이유다. 기계는 지랄하지 않는다.

 

 그러고 보니 한/일 신입사원 이야기를 한 것도 기억이 나네요. 밀레니얼 아이들을 이야기 했다. 요즘은 "너도 다 계획이 있구나?"라고 생각한다고 했더니, 업체 사장님이 한참을 웃으셨다. 여기나 거기나 별 차이가 없더군요. 이번에 후배에게 책을 전해주었는데, 다음에 몇 분 또 책을 사서 보내드려야 겠네요.

 

 출장을 마치고 돌아오면 해보고 싶은 것이 아니라 해야할 것과 하지말아야 할 것 때문에 과제가 생긴다. 주말 쉬면서 생각이란 걸 해보기로 했다. "나도 다 계획이란게 있긴 하구나"를 만들어 봐야겠다. 메신저를 보면 대기 시간에 마시는 차 한잔, 업무 마치고 1300엔짜리 칵테일을 한 잔 마시는 스카이라운지, 이동하다가 짬이 나서 들러 본 가게, 이 사진의 단면만 보고 '신나겠다', '좋겠다'라는 원성과 부러움이 깔린 소리가 온다. '한 번 가보시던가요'라는 생각이 떠오른다. 하긴 자려고 누웠는데, 야밤에 기억도 못하고 음주전화 돌리기를 시작한 양반이 있는가하면, 이 와중에 다쳐서 병원에 입원한 사람도 있고 정신이 없다. 수술을 한다길래 전화를 했더니 일본 갔다왔으니까 오지 말랜다. ㅎㅎ

 

 돌아오면 토토로 오르겔을 하나 샀다. 주인님이 소리는 이쁜데 왠 싸구려를 사왔냐고 한다. 소리를 내려면 수동으로 손잡이를 돌려야 한다. 우리 달봉이가 어려서 100번 넘게 달달 외우듯 보다 DVD 플레이어가 망가졌다. 달봉이랑 나만 쒼이 났다. 컴퓨터 앞에 두고 기분이 별로일때 돌려보기로 했다. 원래 머리 아플때 사무실에서 혼자 돌려보겠다고 샀는데, 과장 녀석이 옆에서 "아니 그런 식으로 사용하면 노이로제 걸린다구요"라고 중얼거렸는데 잘 됐다. 이 녀석도 어제 프로포즈 받았다니 금년에 염가 세일로 주인장에게 넘기기로.. 지참금은 직원들 축의금 싹다 거둬서 주인님에게 넘기는 원대한 계획이 운영중이다. 고객들도 계획에 참여를 시켜봐야겠다. ㅎㅎ

 

 자 마나님하고 영화나 보면서 본격적으로 힐링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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