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는 아니지만 종종 다이소에 들른다. 내가 가장 많이 사는 것은 인덱스 스티커다. 천 원에 10가지 이상의 색상이 20개 정도씩 넉넉하게 붙어 있는 스티커가 없다. 읽고 난 이 책에도 여러 개가 붙었다. 그 외엔 니베아 크림, 어쩌다 들른 김에 까까도 사 먹을 때가 있긴 하다. 일본의 100엔 샵도 다양하다. 오만 잡다한 것이 다 있다. 다이소랑 비교하면 종류가 더 많다. 매장을 비교해 보면 다이소는 모던하고 깔끔한 편이다. 그 외의 경험이라면 국내 땡처리 가게에서 레고를 좀 샀던 경험뿐이다.
갓성비 나오는 초저가형 제품을 아주 잘 만드는 것은 사실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내가 경험한 전자제품의 경우 좋은 부품을 많이 쓰고, 성능 좋게 칩셋을 사용하면 중간쯤 가는 제품이 되고, 규모의 경제가 원가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영업과 마케팅에 목숨을 건다. 여기서 싸구려 부품을 써서 얼추 비슷하게 만들어 놓은 조잡한 제품은 그냥 싸구려다. 고가형은 디자인과 제품목적에 맞게 구현하고, 남들이 구현하지 못하는 것을 하나이상 만들어 높은 경향이 높다. 대륙의 실수란 제품처럼 중가와 고가에서 기능 목적을 구현하는 부분 외에 불필요한 것을 제거하는 하면 된다. 저가형 칩셋을 선택해도, 설계능력으로 최고 성능을 끌어내 중가의 최저 성능보다 높게 구현하는 일이다. 이 정도 제품을 설계할 줄 안다면 중가이상의 제품도 설계할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보편제품은 남들이 잘 만들 부품으로 얼치기들이 만드는 경우가 많다. 다만 수요가 넉넉할 뿐이다. 고가는 명성을 얻지만(대개 남이 못하는 것을 구현해서), 저가의 갓성비는 사람들에게 풍요로움을 준다.
40대 중반에 사업을 한다는 도전은 쉬운 일이 아니다. 80년 대가 아닌 2020년대라면 과거처럼 할 수 있는 운신의 폭이 훨씬 좁다. 창업 후 10년 안에 달성한 사업규모, 과거를 회상하는 일화를 보면 엄청난 고난의 과정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특히 한국의 통상적 판매관리비 수준을 이해한다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만큼 선택한 제품의 안정성, 우수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박리다매는 한방에 대미지가 생긴다. 강조하는 품질, 꼼꼼함, 치열함, 열정을 이해하고 오랜 기간 지속하는 지구력이 사실 놀라울 뿐이다. 누구나 이렇게 될 때까지 하면 뭔가를 이룩한다. 이런저런 말은 많지만 결국 성패는 결심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내가 만들고 있는 사업과는 모델이 조금 다르지만 충분히 비교해서 생각해 볼 부분이 많다. 공통점도 있다. '집중'을 복잡함을 빼고 기본에 충실한 것으로 정의한 내용은 채우고 늘리는 것으로만 승부 보는 생각만큼 중요하다. 결정적 임계점은 빼기로 넘게 되는 경향이 많다. 영업 배경을 갖고 있는 내입장에서는 안 팔리는 것이 아니라 못 파는 것이다라는 말이 깊이 있게 다가온다. 혼자서 회사 신제품만 보이면 고객 요구사항 적용해서 세계 여러시장에 팔던 시절이 생각난다. 연구소 부장님이 너 때문에 인증비 많이 나오고, 연구소 개발 닦달하는 것 때문에 미치겠다고 하던 때가 있었는데, 지금은 사업을 만들면 좀 나태해졌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내 사업을 정의하는 것을 현업에 눈이 멀어 잠시 놓친 듯하다. 다시 한번 사업에 대해서 나 스스로의 정의를 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불량에 대한 트라우마 같은 입장은 100% 공감한다. 작년 사업을 만들고 불량률 0%를 달성한 것은 불량이 없어서가 아니다. 1:10:100이란 저자의 생각만큼 나도 같은 생각이다. 1개가 밖에서 불량 나면 10개에 대한 영업이 무효가 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스트레스와 기회비용을 더하면 20배쯤 피해가 나온다.
항저우에 비행기를 타고 오며 책을 다 읽었다. 공감 가는 내용보다 스스로 업을 어떻게 정의하고, 내가 정의한 업의 가치를 사람들이 2배 이상으로 느끼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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