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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_경제_IT(冊)

안전이란 이름아래 반도체에 승부를 거는 시대 - 칩 워 누가 반도체 전쟁의 최후 승자가 될 것인가 (1~2파트)

by Khori(高麗) 2023. 6.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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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두툼한 책을 읽고 있다. 90년대에 대학을 가자마자 컴퓨터를 샀던 386 컴퓨터에서 컬러로 구현되는 모습이 신기했다. 공학도가 아닌 내겐 손으로 쓰는 것보다 쉬운 워드프로세서(당시 워드 프로세서가 글씨체는 더 멋지지만 컴퓨터 본체 가격의 60% 수준)나 비싸 오락기기에 가까웠다. basic 프로그램을 배운 적이 있지만 손으로 계산하는 것이 훨씬 빠르고 쉬웠다. 90년대 중반에 교과서를 만드는 일에 강제로 투입된 적이 있었는데, 지금 보면 참 우습다. 인쇄하고, 그림을 그리지 못하지 지재적과 상관없이 온갖 그림을 가위질로 붙여서 옵셋처리를 했었으니.

 

 하지만 불과 10년이 지나지 않아 Minitab, SPSS와 같은 통계가 윈도라는 GUI(Graphic User Interface)에서 엑셀이 돌아가며 처리하는 단계가 됐다. 그때가 온갖 정보화 시대의 서막과 'Globalization'이란 이름하에 자유무역과 WTO(다자간체제)가 나오던 시절이다. 동시에 다국적 기업, 초국적 기업과 같은 확장과 협력의 시대의 서막이었다. 새로운 체재에 관심이 있었지만,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관심이 없었고, 전산실에서 10 Mbps를 지원하는 Qualcom LAN카드의 위력을 즐기기 바빴다고나 할까?

 

 그런데 이 책의 1-2장을 보며 지금은 익숙하고 당연한 기술이 어떻게 발전되어 왔는지 바라보고, 내가 살아온 시대가 어땠는지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고 있다. 아이러니한 것이 몇 가지 생긴다. 

 

 군사기술은 성능의 문제다. 민간인들이 사용하는 소비재는 안전이 우선된다. 전자제품을 사면 전파인증, 안전인증의 획득이 필수지만 군사제품은 규격인증이 없다. 인류 문명이 석기, 청동기, 철기로 발전하듯 그 시대구분의 물질은 군사목적과 관련된 사항이 많다. 그 이후에 기술이 보편화되어 산업으로 이전된다. 반도체도 네트워크도 그렇다.

 

 군사목적의 제품은 인명을 직간접적으로 살상하는 목적이다. 기술의 발전은 그 목적의 효과성과 효율성을 올리는 과정이다. 쉽게 정확해지고 위력이 더 커지게 하기 위한 방법을 찾는 것이 목적이라고 생각한다. 같은 종을 죽이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하는 인류의 역사가 가장 먼저 아이러니하다. 

 

 그런데 1970년대부터 2018년까지 인류는 군사적 목적 기술을 산업에 투입하고 협력체재(Global value chain)를 통해 역할과 책임을 분할하는 분업을 통해 평화롭고 번영하는 시대를 보냈다. 민주주의 진영(정치적), 자유주의 진영(경제적)의 압승을 통해 사회주의(정치적), 공산주의(경제적)를 압도한 결과를 낳았다. 그런데 2018년 이후 다시 세상은 회귀하고 있다. 이것이 정치적, 경제적 목적 때문인가? 아니면 인간의 본성 때문일까?

 

 2018년 미국과 중국으로 이어지는 무역, 기술, 금융 전쟁은 패권전쟁이란 말로 압축된다. 그리고 그 전쟁선포의 이유는 '안보'다. 책을 읽다 1959년 미국이 일본의 전자제품에 대한 탄원서의 이유도 '안보'라는 사유를 들었다는 것을 보면 놀랍고 재미있다. 

 

 50이 넘어서 선택과 결과는 올바름과 선택의 확률(가능성)에 기인하고 이런 부분은 스스로의 지식과 사람들의 네트워크로 구성된다는 생각을 많이 갖게 되었다. 그런데 반도체의 과정을 보며 세상 모든 일이 정확성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확률이란 생각을 또 하게 된다. 이런 사고의 확장이 '안전'과 연결되는 것은 당연하다.

 

 적과 싸움에서 1초 먼저 반응할 수 있다면 모순의 딜레마가 아니라 완벽한 모순의 조합을 만들 수 있다. 한 치 차이로 피하고 공격하는 것이 가능한 수준이 되니까? 모기업 임원이 첨단 전략무기와 반도체 시장에 대해 썼던 글이 다시 생각난다. 농담으로 중국의 해외인력 교육 프로그램의 1세대와 별개로 유도미사일을 개발하기 위한 10만 양병을 교육했다 화해무드에 따라 모두 전자제품 기술인력으로 투입한 것 아니냐는 오래전 농담도 생각난다. 그 핵심에 반도체가 있다. 이렇게 보면 안전과 관련된 사항은 유추하기 쉽다.

 

 기업가들은 정치보다 미래 방향에 대한 탐지능력과 실행력이 앞선다. 정치인들이 제도를 만들기 전에 시작해서 엄청난 결과를 만든다. 그러나 정치인들이 지혜로운 선택을 통해서 그 결과를 인류를 위해서 번영하도록 할 수도 있고, 퇴보시킬 수 있는 제도를 만든다. 지금은 어떤 시대일까?

 

 과거 협력과 번영의 시대를 조정해서 친한 녀석들에게만 역할과 책임을 주어 우리끼리 번영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미국 전략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당연히 그 내부에서 우열이 나뉘고 리더십의 순위가 다르다. 이를 위해서는 최상위 리더가 통제권을 갖고 있어야 한다. 패권전쟁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개인적 의문은 50년 전의 미국과 23년 미국의 위상이 비슷한가? 형님이 동생들 잘 챙긴다고 말은 하는데 돈은 있는가? (요즘은 뭘 자꾸 달라는 느낌적 느낌이) 건강은 괜찮은가?(경제 정치)와 같은 불손한 의심이 자꾸 생기기 때문이다. 미국과 우방도 예전만큼 서열의식이 강하지 않다. 군말도 많고, 여러 조건이 오가는 이유다. 반면 소련, 러시아를 이어 새롭게 등장한 중국은 50년 전 우리가 중공이라고 부르던 것과 다르다. 귤이 탱자가 된 것이 아니라 탱자가 귤이 된 경우랄까? 곰이나 코끼리처럼 엄청 덩치를 키워 과거처럼 몽둥이로 때려잡기가 쉽지 않다. 여전히 화두는 하던 대로 안보로 걸었는데, 혼자는 안 되겠고 이를 위한 협력체제를 구축하려고 바쁘다. 이것이 미국의 이익이 되는 것은 확실한데, 우리에게도 이익이 되는 것이 보장되거나 확실한가? 무엇보다 미국의 방향이 성취될 확률이 높은가? 하여튼 과거보다는 확실하게 낮은 확률이 되었다는 절대적 사실이다. 

 

 최근 De-Coupling에서 De-Risking이란 말장난이 나왔다. 적이 아니라 제한적 협력 규정을 통해서 자신의 지위를 공고히 하고, 경제적 부도 챙겨보겠다는 일타쌍피의 꾀가 나왔다. 상대방이 그렇게 해줄지는 알 수 없고, 그렇게 만들려는 전략과 전술이 한창 바쁘게 돌아갈 것이다. 책에서 반도체 발전을 설명하며 "불필요한 것을 줄인다"라는 표현이 나온다. 맞는 말이다. 더해서 성장하지만, 마지막의 빼기가 있어야 더 건강하고 완벽해지는 경향이 많다.

 

 지금 그런가? 누울 자리를 보고 서로 발을 뻗고 있다는 생각은 어디에서도 찾아오기 힘든 시대다. 남의 사타구니에 발을 뻗치고 '아직 살만하냐?'라고 묻고, 그 와중에도 '별거 아니구먼'하며 남아도는 손을 바삐 놀리는 모습이랄까? 

 

 한국 입장에서 우리가 패권을 가질 시기는 아직 아니다. 동네 싸움 구경이 원래 재미있는 일이나, 자꾸 서로 팔다리를 잡아당기니 마치 대역죄인의 벌을 받는 기분이다. 그 힘을 버틸 체력이 있다면 캐스팅 보트를 쥔 것이고, 그것이 아니라면 팔다리 하나는 떨어져 나갈 판이다. 이쪽에서 오른뺨 맞고, 저 쪽에서 왼뺨에 싸대기를 쉬지 않고 맞으면 버티질 못한다. 그중에 약한 싸대기를 맞겠다는 얄팍함은 무한이 두들겨 맞는 이유가 될 수도 있다. 어떻게 하면 경기장에 발을 담그고 얼굴을 뺄까를 고민하면 얻는 것보다 잘 버려야 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대일지도. 경제를 정치로 풀어보려고 하니, 지혜로운 자는 해결할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불상사를 피하기 어려운 시대다. 둘 다 믿을만한 상태인지? 글쎄 제정신이 아닐 때 올바른 판단을 기대하기보다 스스로 올바른 판단이 필요한 시기다.

 

 타이슨 가라사대 '누구나 계획은 있다. 처맞기 전까지는'라는 말이 있다. 중국도 미국도 마찬가지다. 원래 잃을 것이 없는 나라와는 싸우는 것이 아니다. 베트남이 프랑스, 미국, 중국과 싸워서 승리를 거둔 것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중국도 미국도 싸워서 잃을 것이 많다. 본전이 아까운 생각이 앞선다고 생각한다. 누가 더 본전 생각을 많이 할까? 시끄럽게 짖는 개가 쫄았다고 보는 것이 맞지 않을까? 어쨌듯 긴 협력의 고리를 끊고, 다들 용감하게 요단강 라이딩에 나섰는데, 강 건너로 갈지 돌아올지 모두 선장들의 몫이다. 

 

 그런데 나는 '친절한 금자씨'의 이영애 대사처럼 "너나 잘하세요"를 외치기 바쁜 듯해서.. 나루터에서 요단강에서 끌려 들어가지 않기 위해 준비, 지혜 그리고 그것을 현실로 갖고 올 실행력이 필요한 시대다. 전후 세대보다 지금 시대가 어쩌면  빡센 이유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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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4부를 읽으면 현재 벌어지는 일의 과거 버전을 읽게 된다. 7-8부를 읽으면 경험했고, 현재 진쟁중인 갑작스러운 변화와 난장판을 다시 돌아보는 기회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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