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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_경제_IT(冊)

반복의 역사, 누가 교훈을 얻었을까? - 칩워 (3~4)

by Khori(高麗) 2023. 6.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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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이런 책이 재미있을까? 출퇴근 지하철 안에서 열심히 읽고 있다.

 

 10대 시절부터 대학원을 졸업한 시간이지 않을까? 반도체의 역사보다 내 손에 있던 Sony, Aiwa가 삼성 MyMy로 변하고, 컴퓨터, CDMA라는 Qualcomm의 통신까지 시대의 역사가 쏜살같이 흘러간다. 90년대 Sony, Mastushita로 대표되던 전자업종을 떠올려본다. 90년대 말에 Panasonic, National 브랜드를 갖은 마쓰시타 중앙 연구소에 가보고 참 놀라웠던 기억이 있다. 막 PDP 텔레비전이 나오던 시절, 허름한 판자지붕처럼 생긴 연구소는 입구부터 지금 사용하는 도어벨, 자동문등 한국에서 보기 힘든 첨단 전자 제어 장비로 시설을 관리하고 있었던 기억이 난다. 금융시장에서 플라자 합의로 일본을 힘으로 꺾은 것도 영향이 있겠지만, 일본의 혼을 싣는 장인정신은 그 후로 혼이 나간 30년을 넘게 보내고 혼나는 중이었다.

 

 책을 읽으며 놀라운 사실은 경제 2위의 대국이 된 일본, 반도체 시장을 치고 들어오는 일본에 대한 미국의 대응 방식이다. 문제의 제기는 당연히 '안보'였고, FBI의 덫에 빠진 히타치를 보면서 2015~2020년이 데칼코마니처럼 떠오른다. 한 3년간 화웨이의 네트워크 보안 취약성, 사례(일반인이 해킹을 한다는 것은 가정하기 힘들다. 음모론이란 소리를 들을지라도, 중국의 마이크론 제재도 뭐가 다른가? 내용은 알 수가 없고 문제만 존재한다), 정부지원과 정치를 묶어 안보의 이슈를 제기하고, 화웨이 딸을 캐나다에서 구금한 사실이 너무 똑같지 않은가? 매번 그런 거였나? 이런 행동의 배경을 생각해보면 또 이해가 되지 않는 것도 아니다. 

 

 책에서도 언급되듯, 경제적인 관점에서 소비자가 더 나은 제품을 더 좋은 가격에 구입하는 조건을 거부할리 없다. 국가는 제도와 법을 통해서 간접적인 통제를 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런데 관련 제품이 결국 최첨단 군사기술에 관련되었다면 전략물자와 같이 더 철저하게 관리한다. 무엇보다 미국과 같은 단극시대에 감히 대적할 수 없는 또는 미국이 웬만하면 통제할 수 있는 시대를 어떻게 운영했는가? 

 

 일본은 더 저렴하게 동일하거나 더 우수한 제품을 공급했다. 미국은 동아시아에 이이제이를 통해 일본을 제압하기 위한 전략을 구사했다. 그 수혜를 대만과 한국이 갖고 갔다. 미국의 입장에서 믿을 만하거나 내가 통제할 수 있는 파트너가 더 좋은 제품을 더 좋은 가격에 공급한다는 것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다시 대만과 한국의 것을 일본에게 돌려주려는 것일까? 줬다 뺐는 것만큼 개떡 같은 일이 없는데 모양새는 그렇다. 무엇을 위해? 

 

 2018년 보복관세로 시작되고, 지적재산권을 이용한 제재, 전략물자와 같이 공급 중단을 통해서 반도체뿐만 아니라 다양한 제조산업 기반을 무너뜨리는 작업을 하고 있다. 그 근간에 반도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과거의 시대와 동일한 이유로 시작한 제재는 판이 훨씬 커졌다. 가장 큰 이유는 화웨이가 IBM의 전 세계 특허 1위를 뺐았었기 때문이 아니라 인공지능과 자동화의 미래 때문은 아닐까? 미국이 유도탄에 작은 실리콘을 얹어 베트남의 교량 폭파 확률을 현격하게 올렸듯, 인공지능과 인공지능 연산을 위한 반도체는 미래의 향방을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 이 문제는 제조 수율과 달리 대체재로 꺾기 힘들다. 데이터는 무어의 법칙보다 강력하나. 축적되면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더 많이 아는 놈을 이길 방법이란 깽판이나 땡깡을 피우는 것 아닐까? 힘도 아는 놈이 쎄면 아주 곤란한 일이 생기는 법.

 

 미국은 혁신기업의 딜레마에 빠진 국가가 아닐까? 지속적인 기술혁신과 발전보다 이익에 집중함으로 기반이 녹아나는 것을 늦게 감지한 것일까? 90년대 말 2000년대 초만 해도 미국에서 나이 든 할아버지들이 made in USA를 이야기하던 기억이 난다. 4차 산업의 격랑 속에 미국에서 메이커스 운동이 일어난 이유도 이런 배경이 아니었을까? 문제는 미국에서 4차 산업의 원천 기술을 개발했다면, 중국은 제조 2025로 미국보다 훨씬 압도적인 4차 산업의 구현을 실증해 갔다고 생각한다. NBA는 미국이 만들었는데, 중국애들이 휩쓸고 다니면 경기를 하고 싶겠나? 그런데 산업과 국가는 스포츠와는 다르다는 점이다. 목숨을 쉽게 걸진 않으니까. 그 과정에서 과거에는 기술과 지재권이 남았다면, 지금은 경험과 지식이 압도적인 데이터가 되었다. 지금은 머리 큰 아이와 손발 큰 아이가 싸우는 것 같다. 어떤 경기인가가 그래서 중요하겠지만.

 

 이 분쟁이 전쟁이 된다면 어느 한쪽이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는다 또는 모든 것을 잃는다는 판단이 생길 때라고 생각한다. 세상은 얻지 못한다는 한계에 임박하면 또라이 짓을 한다(중국의 전쟁을 의심하는 자들의 생각)고 하지만, 절대 권좌를 내놓는다는 것을 안다면 이에 못지않은 또라이 짓을 할 때 발생할 수 있다. 왕좌의 게임을 보면 이해되지 않을까? 첨단 군사력, 제조기반과 데이터, 고용을 통한 부의 축적이 걸려있다. 이걸 합치면 생존쯤 될까? 단지 통제할 수 없는 시간이 이 두 국가에게 여러 가지 장점과 문제를 제기할 수밖에 없다. 다른 한 가지는 인구다. 사람이 없으면 국가도 산업도 없다. 

 

 흥망성쇠가 순환하는 것을 보면 제조 즉 생산력은 경제의 근간이다. 금융도 이런 기업의 실질 생산력에 기반되어 동작한다. 기업이 없다면 주식시장이 존재하겠는가? 스펙처럼 무슨 사모펀드 비슷한 것이 있지만 이것도 기업이 존재해서 덤으로 만들어지는 시장이다. 서비스도 제조 근간이 있어야 효과가 배가된다. 친절하기만 하고 아무것도 없는 가게에 갈 일은 없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최근 미국이 반도체, 2차 전지 투자를 유치해 간 것은 과거와 달라진 점이다. 과거엔 절대 강자의 통제권을 믿고, 글로벌 협력 체재와 다국적 기업들을 육성했다면 전략이 변했다. 이것은 교훈이라기보다 상황의 변화에 대한 판단의 변화다. 미국의 패권 연장을 위해 도움이 되겠지만, TSMC가 미국, 일본에서 생산하면 30%는 가격을 올려야 한다고 한다. 미국은 보조금을 30% 정도 국민세금으로 써야 하지 않을까? 이게 경제의 논리인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고, 장기적인 패권이 주는 이익을 생각하면 경제적이라고도 할 수 있다. 문제는 이것이 수수만년 가능한 일인가? 지금 50년 전 American Dream에 빠져 황홀경에 빠질 수 있는 시대일까? 동맹국들의 이익과 피해의 합이 과거 이이제이를 구현한 때보다 더 좋은 결과일까? 특정한 국가들의 이익이 교차하겠지만 협력의 시대보단 당연히 가치 창출은 줄어든다. 대신 통제권을 과거처럼 얻을 수 있을까? 이런 현상만으로도 미국이 예전만 못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내 평생에 미국이 요즘처럼 산만한 건 처음 본다. 아편전쟁 전까지 중국은 패권국이었다. 단지 우리가 사는 시대에 나락에 떨어진 중국을 봤었을지도 모른다. 미국은? 우리가 태어날 때부터 강대국이었다. 하지만 200년 정도 뒤로 가면 어떻지? 나락에서 오르는 자와 꼭대기에만 살던 애들이 싸우면 글쎄... 단기전은 모르겠지만 장기전은 대개... 그 시점이 문제겠지.

 

 중국은 이런 제재를 처음 겪는 것일까? 마오쩌둥의 문화혁명 시기의 파란을 보면 크게 다를까? 알 수가 없다. 다만 일본의 선례는 아쉽지만 중국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뭐든 처음 당해보고 멘붕이 와야 쉽게 제압하는데, 학습된 준비는 현실에 효과적인 결과를 낸다. 이 달에 자동화된 중국 공장을 봐서 편견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원천의 힘을 압도적인 생산력으로 극복할 수 있을까? 원래 이 나라가 인해전술이 특기 아닌가? 이 또한 시간과 사람이 결정적인 문제라는 생각을 한다. 그저 남의 일이라고 보면 미국도 중국도 둘 다 시간이 부족하다. 아이러니하다.

 

 그나저나 이런 난장판에서 우리의 활로는 어디에 두어야 할까? 난 이 문제의 해결은 미국과 친하거나, 중국과 친하거나의 문제가 아니라 30년간 8%의 고도성장을 이끌 수 있는 통일이 답이란 생각을 한다. 현실은 이런 생각과 아주 멀리 있다고 생각한다. 아직도 5-60년대 냉전시대의 쇠뇌를 벗어나지 못하는 늙은 세대의 생각을 탓한다고 답이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더 오래 이 땅에 살아갈 세대들도 무엇이 가족, 사회, 국가라는 단위에서 서로 잘 살 생각을 돌아봐야 하는 시절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많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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