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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잡부(天上雜夫)_ 사업관리 시즌 2 (해외영업 시즌 1) )

잘 하자! U First, Me Later - 가방 수리 중, 잘될꺼야 잘될꺼야

by Khori(高麗) 2020. 3.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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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번 출장에서 돌아올 때 출장 가방 경첩이 부서졌다. 출장을 다니면 가방도 고생이 많다. 가방만 봐도 다닥다닥 붙은 baggage sticker가 주인장과 동고동락하는 삶을 상상하게 한다. 종종 "애는 몇 살인가?"라고 가방의 이력을 묻는 이유도 간접적으로 가방 주인의 삶을 묻는 것이다.

 

 보통 경첩이 떨어져 나갈 정도면 항공사에서 가방을 바꿔 줄 수도 있다. 이런 제도가 있다는 것도 알아두면 도움이 된다. 우리 직원에게도 알려줬더니 손상이 생기면 가서 물어보길래 "작작 좀 해라"라고 핀잔도 줬다. 파손이 발생하면 배상의 기준은 원래의 목적에 부합하도록 하는 것이다. 

 

 공항에서 JAL항공사의 친절한 직원과 확인하고, 서류를 작성하고, 다시 사용할 일정에 맞춰주면 좋겠다고 전했었다. 그런데 주말에 도착한 수리 상황을 보면서 불쾌했다. '이건 내가 하는 응급조치 정도보다 못한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경첩의 왼쪽 오른쪽을 붙잡고 있는 쇠 심지가 사라졌는데, 여기에 비슷한 철사를 꿰어 빠지 않도록 구부려놨다. 응급조치로는 괜찮다. 그러나 수리의 완료로 받아들이기엔 무리다.

 

 다시 받아 둔 서류에서 연락처를 찾아서 "혹시 철사 꿰서 구부린 것이 수리 완료인가요?"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덩달아 가방에 달려있던 멀쩡한 baggage tag도 절반은 어디로 갔는지 사라졌다. 먹는 게 아니니 누가 반쯤 뜯어먹은 것은 아닐 텐데. 하필 JAL이란 국적기 생각나고 가방 교체를 신청할까 하다 말았다.

 

 내 개인적인 정의로 역사와 정치에 있어 존재하는 왜(倭)놈은 혐오하지만,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게 굳이 불편한 생각을 분풀이할 필요는 없다. 그런 말과 행동을 규탄하는 것이지, 일본 사람을 혐오하는 것은 아니다. 일상에서 선명하게 분별하긴 어렵지만, 이런 기준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문제의 범위를 조정하기 때문이다.

 

 월요일에 연락해야지 했더니, 아침에 미안하다고 문자가 왔다. 어차피 수리는 다시 한국인들이 운영하는 전문 계약 수리업 체다. 주말이라 월요일에 이야기하시자고 했더니 월요일 다시 수리를 해 준다고 한다. 

 

 내가 영업을 하며 고객을 대하면, 사람들의 성향은  다양하다. 추가적인 이익을 얻으려는 욕심으로 가득 찬 사람은 드물다. 그런 유혹을 받는 사람은 아주 많다. 정작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보면, 시간을 사용하고 귀찮은 일이 나에게 생긴 것이 문제고 이 문제로 기분이 나쁜 것이 먼저다. 사람은 그리 이성적이라고 보기 힘들다. 경제이론이 안 맞는다기 보다, 경제 이론이 사람은 합리적이고 이성적이라고 가정한 것이 틀렸다고 생각한다. 거기에 억울한 기분이 드는 금전적 손실까지 떠안게 되면, 기분이 점점 나빠지며 사소한 일이 점점 커지고 '너 죽고 나 살자'의 정신이 본격적으로 가동된다. 이쯤 되면 기준은 모르겠고, 이글이글 타오르는 투쟁심과 적개심이 발생한다. 

 

 고객감동이란 말을 많이 쓴다. 그렇다고 직원들이 대표를 대표해서 굽신굽신 노예처럼 고객에게 해야 한다는 것은 평등과 자유가 기본인 민주주의 사회에서 받아들이기 힘들다. 굴욕을 참아서 먹고살아야 한다는 자세는 아주 천박한 하류의 방식이다. 조금 더 재물을 얻겠지만, 격이 떨어진다. 선택의 문제다.

 

 그래서 이 분야는 자동화가 힘들다. 영업과 고객만족 부서는 AI가 대체하기 어렵다. 영혼이 없기 때문이다. 앵무새나 기계적인 똑같은 답변을 하는 대상을 마주하면 사람은 기분이 나빠진다. 내가 하는 말에 귀 기울여주고, 공감하는 것만으로도 사람은 존중받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어진 규정에 따라서 손실을 보상하고, 합리적으로 처리하며, 이왕이면 진실된 마음과 미소로 대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실에서 고객만족 부서 사람들은 문제를 해결하기에 "잘하면 본전, 조금만 부족해도 뺨이 석대"다. 

 

 가방을 다시 박스에 넣고, 경첩 자체를 수리할 수 있는지?, 수리가 안 되면 경첩을 교체할 수 있는지? 만 알려달라고 종이에 써서 가방에 붙여놨다. 색이야 조금 다를 수도 있고, 가방이야 이동의 수단이지 출장 가방 들고 고객사를 찾는 일은 흔치 않다. 부러진 baggage tag이야 할 수 없는 일이다. 다만 수리하는 사람들도 적절한 수리를 통해서 자신이 하는 일이 또 나 같은 사람들에게 도움과 만족을 준다는 것, 그런 사람들이 일하는 수리업체가 더 사랑받고 존중받는 기업이 된다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 좋겠다. '그 일을 하기에 그곳에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문구를 윗분한테 쓰면 엄청 화를 내신다니까. 당연한 말, 진실은 불편한 것인가?? 진실을 위해서는 신념과 용기가 필요한 시대다. 

 

 천한 일이 있는 것이 아니라 천하게 하는 방식이 있을 뿐이다. 반가운 일은 아니지만 나를 도와주는 사람에게 분풀이를 해서는 안 된다. 도와주기로 약속하고, 빈둥거리며 약을 올리면 나도 사람인지라 다른 경기를 할 수밖에 없긴 하다. 세상에 존재하는 직업은 모두 필요에 의해서 존재한다. 어떤 필요에 부합하도록 노력하는가가 자신의 삶을 결정하고, 그렇게 부합하지 못할 때 불가피한 선택을 강요받는 삶을 살게 된다.

 

 아침부터 깜박증으로 책갈피를 찾다가 시간을 보냈다. 마나님은 하루 이틀도 아니니 소파에 편하게 앉아서 "내가 내일 찾아줄게"라고 하신다. 처음 들을 땐 "헐~"이었다면 좀 돌아보니 현명하다. 그러나 마우스 패드 밑에 있는 걸 찾았다는 거 아닙니까~ 오후엔 영화를 보러 가야겠다. 방콕도 하루 이틀이지 감금 생활을 잠시 벗어나 코구녕에 바람과 얼굴에 볕을 좀 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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