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 고전은 볼수록 매력 있는 분야다. 그 안에 경제, 경영, 철학, 역사, 문학, 시, 서, 심리 등 다양한 내용이 스토리와 함께 구성되어 있다.
대학, 논의, 맹자, 중용이란 유학의 체계는 교육을 통한 인간이 완벽한 지덕체를 갖춘 사람을 만들어 보려는 목적이 엿보인다. 다른 편에 노자라는 인물이 있다. 묵자를 좌파적 유교라고 말한다면 노자의 도경과 덕경은 창의적인 무위자연 사상의 장자, 언뜻 보면 이해가 잘 되지 않는 법치의 계열로 자리를 잡고 있다. 차이를 나타내기 위해서 대립적 구조의 설명이 많지만 나는 그 차이가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보완적 역할과 가치를 수행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유교는 개인의 소양과 발전에 중점을 둔 것 같고, 노자가 교육이 만들어내는 인위의 문제를 이야기한다. 법치를 주장하는 내용이 보다 구조적 통찰과 제도에 관한 이야기 같지만 모두 통치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통치의 관점에서 유교는 사람에 대한 공간을 많이 포함하고, 도덕경을 읽으면 어마어마하고 무시무시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궁극적으로 사람다운 사람이 되자는 공통점은 다르지 않다. 사람들이 쌓아 올린 시대에 무엇이 적합한가? 의 문제다.
기원전 2천 년 전이나 지금이나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그렇게 많은 학습의 결과를 남겨두었는데도 엉뚱한 문고리를 잡고 사고를 치는 인간의 부족함도 변하지 않는다. 그래서 인간은 서로 더 사랑하고 의지해야 한다. 어떤 면에서 이런 정신승리법도 없다면 인간은 벌써 미쳐 돌아갈 공산이 큰 문제가 많은 위대한 존재들이다.
책의 제목처럼 리더는 하루에 백 번 싸우지 않는다. 자신의 해야만 하는 목표와 마음속에 일어나는 현상의 이해, 갈등, 대책, 걱정과 같은 온갖 생각과 감정의 투쟁이 존재할 뿐이다. 그것을 셀 수는 없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내가 하고자 하는 목표와 현실적 상황을 조합해서 대책을 세우고 실행해야 한다. 그 실행 속에 사람이 있다. 쉽게 시키는 사람과 수행하는 사람이 존재한다. 리더와 팔로워, 철없이 놀이터에서 함께 뛰어노는 아이들도 더 나은 방식을 위해서 매일 새로운 방법을 찾는다. 그 방법적인 측면에서 한비자를 논하고 있다. 무엇보다 부림을 당한 사람보다 지시한 사람의 책임이 크고, 그 이전에 적정한 결과를 행하도록 훈련시키지 못한 리더의 책임이 크며, 자신이 지위와 역할을 감내하지 못할 사람을 그런 자리에 앉힌 상위의 리더 책임은 말할 수 없이 크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한비자는 인간의 감성정 기름을 쫙 빼고 이야기한다. 접골을 하듯 거북할 때가 있다는 사실이 존재하지만, 그 거북함이 인간의 진실을 왜곡하거나 거짓이라는 말은 아니다.
한비자는 마키아벨리와 비교되지만 나는 동양의 깊이에 훨씬 의미를 둔다. 현실의 효과성에 대해서는 서양의 분석적인 방법의 효과적을 인정한다. 그렇지만 최근 융합이란 용어가 세상에 풍부해지며 동양 사상에 대한 관심과 학습이 늘어나는 것은 참 재미있는 일이다.
처음 본 한비자는 잘 벼러둔 칼처럼 느껴졌었다. 그가 군주에게 권하는 기술적 측면만 생각하면 인간의 본능적 욕망을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동양의 철학과 고전들은 다른 내용을 품고 있지만 인간의 이해에 대한 공통점과 다양성을 함께 제시한다. 한비자와 맹자의 미묘하게 유사한 점도 그렇다.
이 책에서 CEO의 역할, 임원과 팀장들의 관계에서 부여해야 할 태도, 행동, 권한, 범위에 대한 언급이 나와있다. 군주라도 대표되는 직종을 CEO라고 가정한 셈이다. 이 부분은 유교에서 이야기하는 군군신신(君君臣臣)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안 될 때 조치하는 방식의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TPO 대신 나는 TPOP(Time, Place, Occasion, Position)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요구사항은 인간이 조직 속에서 경영이란 협동활동을 하는 원칙을 원활하게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며, 다수를 대하고 이끌어내기 위해서 한비자의 방식은 대단히 효과적이다. 법이란 원칙과 목표, 술이라는 통치와 운영의 전략, 세라는 권력은 지위에 따르는 역할과 책임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한비자가 인체의 골격처럼 체계적이라는 생각을 한다.
춘추전국시대는 왕이 생사여탈권 갖고 있는 존재다. 당연히 군주를 이해하는 것이 험난한 세상을 잘 살아가는 방법이며, 한비자는 그런 시대의 사회구조를 아주 잘 이해했다고 생각한다. 현대 사회에서는 CEO, 조직장들이 조직을 잘 이끌기 위한 본질적 접근방법을 획득하는 차원에서 한비자는 아주 효과적이다. 난세가 요구하는 Top down방식의 일사불란함이 필요할 때 효과적이다.
이 과정을 통해서 역경을 빠른 속도로 통과하기 위해서 한비자의 법, 술, 세의 체계는 시의적절할 수 있다. 하지만 자원이 풍부하고 선순환되는 시기에는 삶을 풍부하게 운영하기 위한 것들이 첨가되어야 한다. 계절이 순환에 인위적인 부분이 없지만 자연스럽게 변화하고 항상 잊지 않고 변하는 바를 통해 그와 같은 본질적 원칙이 인간에게도 필요하다. 대단히 이성적인 접근이 많다.
MBO와 같은 목적지향성 때문에 인간의 감성적 부분이 절제되어 건조하지만 한비자는 군주의 직무적 활동에 대한 부분이지 모든 삶에 대한 기준을 말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변화하는 것이 나에게 주어진 상황, 그 변화에 내가 누적해 온 변수의 책임을 더하면 지금 한비자의 법술세를 선택할 것인지, 따뜻하게 인의의 마음을 통해서 사람을 이끌어야 할지 판단할 수 있다. 군주와 신하의 국한된 구조의 이야기를 많이 품고 있기에 견소왈명(見小曰明)의 깨달음 없이 아무에게나 사용할 부분은 아니다. 법치를 주장한 상황, 한비자의 최후가 비극이다. 마키아벨리도 그리 행복한 결말은 아니다. 한비자는 쉬워 보이고 효과적인 듯 하지만 읽을수록 스스로 조심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다.
책의 31가지 사례를 보면 대부분의 이야기가 조직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경험할 수 있는 일들이 많다. 그런 일들로 사람들의 번뇌가 커진다. 한비자를 읽고 군주가 아닌 자신을 탓하며 획을 긋고 한탄할 수는 없다. 인간은 역지사지를 통해서 추론과 상상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쩌다 왕의 자식으로 태어난 왕을 위한 통치학 자료라고 할 수 있지만, 어쩌다 원치 않는 백성과 신하도 관계의 의미 구조를 통해서 깨달을 점을 많이 줄 수 있다.
나는 저자가 말하는 현대사회의 사례가 많은 사람들이 접할 수 있는 사례라는 생각이 든다. 결과를 보고 사후 약방문을 처리한다면 한참 돌아갈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한비자는 난세에 효과적인 것 같지만 난세가 오기 전에 읽어두어야 할 책이라고 생각한다. 난세에는 태평성대를 노래하는 책을 읽으며 시대의 결핍을 충족할 목표를 세워야 하기 때문이다. 현실에서 훌륭한 리더의 판단, 결정, 상황 분석, 대책, 실행, 확인, 피드백, 조정은 어떤 결과를 만든다. 의사 결정할 때 얼마나 준비가 되었는가? 는 가장 중요하고, 그 의사결정이 최소한의 기대효과를 결정한다. 얼마나 준비되어 있는가의 문제다. 운으로 기대효과가 커졌다는 결과가 판단이 좋았다는 가정으로 발전한다면, 바보들의 아무 말 대잔치이다. 밥을 먹으면 밥맛을 알 수 있다. 밥을 먹고 고기 맛을 안다면 제정신이 아닌 것이다. 리더가 판단을 잘못해 입력단에 등신을 넣으면 병신이 나오고,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아 다시 병신을 또 넣으면 상등신이 나오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나쁜 것도 반복하면 고도화된다. 이런 상황을 타파해야 한다면 공자의 심장과 노자와 한비자의 머리를 갖으려는 노력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팟캐스트 '조우성의 고전탑재'를 듣다 중간에 업데이트가 없었는데 재개되고 있다. 2018년 4월부터 7월까지의 '한비자'에 관한 내용이 있다. 책을 읽는 내내 책이 audio처럼 들려서 좋다. 춘추전국시대의 기나긴 재난사태 속에 나온 한비자를 더 입체적으로 이해하고자 한다면 노자, 장자, 공자, 사기, 열전은 함께 볼만하다고 생각한다.
http://www.podbbang.com/ch/13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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